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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3의 적용을 유예해야


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3은 특수 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수혜기업의 지배주주가 얻은 이익을 증여로 여겨 이에 과세토록 한 조항이다. 이것은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부를 편법으로 상속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이 고조되면서 도입되었다. 사실 거래를 가장한 증여에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조항은 증여보다 거래의 규모를 기준으로 과세함으로써 입법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시장 거래에서 당사자들은 서로 이익을 얻기 위해 거래한다. 공급자 A와 수요자 B 간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합의된 가격이 P라고 하자. 이러한 자발적 합의를 통해 A, B는 서로 이익을 기대한다. 결과적으로 A가 손해를 보고, B가 이익을 보았다하더라도 A에게서 B로 부가 이전되었다고 할 수 없다. A, B 간의 거래규모가 다른 기업과의 거래보다 많다거나 A, B 기업이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거래 가격이나 조건을 일방에 유리하게하면 부를 이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A, B가 합의하여 가격을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수준보다 낮출 수 있다. 그러면 A가 기대하는 이익은 줄고, B가 기대하는 이익은 증가한다. 이 때 A의 줄어든 이익과 B의 늘어난 이익은 동일하며 이것은 이전된 부의 크기와 같다. 기대와 달리 A의 이익이 늘고 B가 손실을 보았다 하더라도 사후적 결과와 무관하게 A, B는 거래를 통하여 부를 이전하려 한 것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3은 증여를 의제하는 과정에서 증여의 발생 여부보다 거래의 규모를 기준으로 과세함으로써 기업 간 정상적인 거래에 증여세를 부과하거나 거래를 가장한 증여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다. 법에 따르면 증여세의 계산식은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 × 정상거래비율의 1/2를 초과하는 특수 관계 법인거래비율 × 한계보유비율을 초과하는 주식보유비율이다. 여기에서 정상거래비율은 특수법인과의 거래비율이 수혜법인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경우이다. 즉 특수 관계 법인과의 거래비율이 법이 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부의 이전이 없더라도 수혜법인의 일부 이익을 증여로 여긴다. 그리고 거래를 가장한 증여가 있더라도 기준을 넘지 않으면 증여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는 수혜법인의 매출액 기준을 어떻게 변경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3는 증여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계열기업 간 거래에 대해 과세하는 셈이다.


거래액 기준으로 증여 여부를 판단하면 증여보다 정상적인 거래에 과세하는 결과를 초래


매출액 기준으로 증여 의제의 기준을 정한 입법자의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사실 정상적인 거래와 거래를 가장한 증여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래당사자들의 거래조건은 다양한 요인에 대한 주관적 판단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사실 주관적 요인이 없다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가격변동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정상거래 여부는 동일한 시점에 발생한 유사한 거래에 적용된 거래조건과 비교하여 미루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일 이루어지는 계열 기업 간의 거래 조건을 일일이 따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매출액 기준이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합리성의 외양을 갖추려면 증여와 수혜기업의 매출액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특수 관계 법인과의 거래비중이 클수록 증여가 늘어나거나 최소한 증여발생 가능성이 커져야 한다. 하지만 증여는 매출액 비중과는 전혀 무관하며 오직 거래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거래를 통해 증여를 하였을 때 매출액 비중이 크면 증여의 크기도 증가하겠지만 이것은 사후적 결과일 뿐이며 매출액 기준으로 증여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합리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특수 관계 법인에서 수혜법인으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지더라도 증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 관계 법인에서 수혜법인으로 부가 이전되었을 때 이러한 부의 이전으로 사실상 이익을 본 것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이므로 이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자는 것이 입법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특수 관계 법인의 지배주주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가 동일인이고 그가 두 법인의 지분을 동일한 비율로 갖고 있다면 비록 특수 관계 법인에서 수혜법인으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지더라도 증여는 발생하지 않는다. 부의 이전으로 수혜기업의 증가된 부와 특수 관계 법인의 감소된 부는 크기가 같다. 특수 관계 법인의 부의 감소로 특수 관계 법인의 지배주주는 사실상 손실을 본다. 손실의 크기는 수혜법인의 지배주주로 얻는 이익과 크기가 같다. 따라서 부의 이전을 통해 수혜법인에서 얻은 부의 증가만큼 특수 관계 법인에서 얻는 부가 감소하여 그가 얻는 부의 증가는 사실상 없다. 만일 동일인이 아니라면 손해를 본 지배주주로부터 이익을 본 지배주주로 부가 이전된 것이므로 이를 증여로 의제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두 법인의 지배주주가 동일인이면 증여가 없음에도 증여세가 부과되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지배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자신에게 증여하였다고 증여세가 부과된 셈이다.


한 국가의 조세 체계는 경제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거래를 가장한 부의 이전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현실적으로 구별하여 과세할 수 없다면 다양한 방법을 연구 검토하여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게 순리이다. 급한 마음에 거래액 기준으로 증여 여부를 판단하면 증여보다 정상적인 거래에 과세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계열기업 간 거래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것은 기업 공개를 통해 주식이 분산된 대기업보다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 더욱 불리하다. 만일 입법자의 의도가 증여에 과세하기보다 특수 관계인과의 정상거래라도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증여세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음에도 특수 관계인이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거래를 제한하려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여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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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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