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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IFRS 적용 연기해야


유럽연합(EU)이 2005년부터 상장회사들의 연결재무제표를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에 따라 작성하도록 요구한 이후 국제회계기준은 빠르게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회계기준 통일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기 위하여 2007년 3월 15일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은 2011년부터, 희망기업에 한해서는 이르면 2009년부터 IFRS를 적용하여 개별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1)

국제회계기준 채택으로 우리나라 회계기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IFRS 채택으로 우리 스스로 회계기준을 제정할 수 없으며 IFRS가 제정 또는 개정된 경우 이를 단기간 내에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여야 한다. 금번 금융위기에서 선진국은 기업들의 요구사항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 IASB)에 전달하여 유가증권 분류방법 변경 등 자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신속히 기준 개정을 이끌어내었다. 반면 우리는 외화환산 회계처리와 조선업 회계처리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진국들이 경험하지 못한 우리 고유의 기업 실상이 재무제표에 나타나도록 IFRS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IFRS 도입에 따른 가장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는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이다.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였던 선진국과는 달리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개별재무제표가 주된 재무제표였다. 일 년에 한번 작성되는 연결재무제표와는 달리 개별제무제표는 분기별로 작성되어 공시되고 있으며, 연차보고서의 공시시점 역시 개별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보다 한 달이 빨라 개별재무제표는 우리나라에서 정보이용자들에게 적시성 있게 제공되는 주된 정보의 원천이 되어 왔다. 그러나 IFRS하에서는 연결재무제표가 주된 재무제표이며 기업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 개별재무제표는 더 이상 관심대상이 아니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 연결재무제표 작성비율이 각각 99.0%와 99.1%로 상장기업의 거의 대부분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에는 현재 그 비율이 46.7%에 그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 연결재무제표 및 개별재무제표 작성 현황(2007년)


이와 같이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연결재무제표 작성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IFRS에서는 현행 우리 회계기준과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회사가 차이가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자산규모 70억 원 미만인 기업의 포함 여부이다. 우리의 경우 외감법에 따라 외감대상회사만이 종속회사에 포함되게 되어 있어 이제까지는 70억 원 미만(올해부터는 100억 원 미만)의 회사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시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IFRS에서는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회사 기업규모에 제한이 없다. 둘째, 외감법에서는 주식회사만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하게 되어 있으나 IFRS하에서는 이러한 회사형태의 제한이 없어 IFRS를 도입하는 경우 모든 형태의 기업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기업규모와 기업형태에 따른 제한이 없어지게 되어 IFRS를 도입하는 경우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회사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던 회사의 경우 소규모 회사를 모두 포함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되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회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는 70억 원 미만의 중속기업만을 가지고 있거나 주식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만을 가지고 있어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면제받았던 소규모 기업들이 IFRS하에서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모기업이 IFRS에 따라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하는 경우 정해진 시일 내에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하여 연결에 포함되는 작은 중소기업 역시 불가피하게 IFRS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 IFRS 적용대상 기업은 상장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까지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연결재무제표는 그 작성과정이 다소 난해하여 1993년 도입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감사인이 그 작성에 도움을 주어왔으며 지금도 많은 기업들에서 감사인이 직ㆍ간접적으로 연결재무제표 작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외무감사가 의무화된 지 15년 이상이 경과하였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연결재무제표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회사수가 대폭 증가하고 작성하지 않던 중소 상장기업들까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ㆍ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될 경우 그 부담이 상당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IASB는 미국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하여 2011년까지 중요 회계기준을 개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 상장기업들은 2011년 IFRS를 도입하자마자 다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하여 많은 돈을 들여 구축한 회계시스템을 새로운 기준에 따라 고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자질이 있는 자체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스스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나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인력이 부족하여 또 다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IFRS 도입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정보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기준을 잘못 적용하는 경우 그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즉 IFRS라는 동일한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함에 따라 우리기업과 외국기업의 재무제표가 그대로 비교 가능해져 자산재평가, 공정가치 평가 그리고 자산손상 등 경영자의 재량적 판단이 필요한 항목들에서 외국의 재무제표와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 오히려 회계투명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IFRS의 성공적 도입 및 정착을 위하여 우선 회계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IFRS 관련 규정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고 외국의 사례 등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의 많은 연구들에서도 IFRS 도입 시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IFRS를 숙지하고 있는 회계전문가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독일의 경우 법을 제정하여 상장기업은 2005년 의무도입 상당기간 전에 IFRS를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여 기업의 회계담당자, 공인회계사, 일반투자자 등이 IFRS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 후 본격적으로 IFRS를 도입하였다. 미국 역시 이러한 IFRS 지식습득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미국 내 IFRS 교육ㆍ훈련 강화’ 등의 달성 정도에 따라 2011년 IFRS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도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회복기미가 있기는 하나 작년에 시작한 금융위기로 세계적인 기업을 포함하여 전 세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경쟁력 및 환율효과 등으로 수출주도의 대기업은 빠른 회복을 보여주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회계제도를 IFRS 체제로 개편하기 위하여 대기업은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컨설팅을 받아 차근차근 IFRS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나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로드맵에 발표된 시한에 쫓겨 IFRS를 도입하는 경우 제대로 된 IFRS를 도입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는 IFRS가 도리어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하여 필자는 원하는 기업은 IFRS를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되 상장 중소기업에 한해 IFRS 도입을 2~3년 연기시켜 주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2008년 IFRS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기업규모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하였다.2) 우리의 경우에도 금융위기로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 IFRS 도입을 유예해 주어 중소기업들이 시간을 가지고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서비스를 받아 기업 실정에 맞는 IFRS를 구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IFRS 도입은 단순한 일부 회계기준의 개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계기준 접근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 스스로가 회계처리방법과 절차를 자세히 명시하는 기존의 규칙중심(rule-based)의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적 실질에 기초하여 원칙중심(principle-based)의 합리적 회계처리를 제시하는 IFRS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사고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사회적ㆍ제도적으로 이에 맞는 회계환경의 조성과 지원이 필요하다.


황인태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ithwang@cau.ac.kr)

---------------------------------------------------------------------------------------------------1) 국제회계기준 도입 준비단은 금융감독원, 재경부, 회계기준원, 상장회사협의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회계

학회, 증권선물거래소, 공인회계사회, 회계법인 관계자 등 총 16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증권선물위원회 상임

위원이 단장을 역임하였다. 준비단 산하에는 수용전략, 연결의 주재무제표화, 기준차이 분석을 담당하는 3개

의 실무작업반이 설치되어 내실있는 검토를 기하였고, 이들의 검토내용을 토대로 하여 로드맵(안)을 마련하

였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11년부터 주권상장기업과 코스닥상장기업에 대하여 국제회

계 기준을 적용하고(다만, 희망기업에 대해서는 2009년부터 적용을 허용) (2) 비상장기업은 별도의 간략한

회계 기준을 제정하여 적용하며 (3) 분ㆍ반기 연결재무제표는 기업능력 등을 고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2011년, 2조 원 미만 기업은 2013년부터 작성토록 한다.

2) 미국 SEC는 2008년 8월 상장된 자국 기업에 대한 IFRS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과 일정 자격요건을 갖

춘 희망기업에 대해 IFRS 조기적용을 허용하는 규정안을 제안하였다. 로드맵에 따르면 IFRS 내용의 개선 등

4가지 세부과제를 설정하고, 2011년까지 이 과제의 달성정도를 고려하여 미국 내 자국 기업에 대해 IFRS를

의무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IFRS 내용의 개선 등 4가지 세부과제(Milestone)는 다음과 같다.

(1) 국제회계기준 내용의 지속적인 개선, (2) 국제회계기준위원회재단(IASCF)의 독립성 및 책임성 강화,

(3) IFRS에 의한 재무보고 자료를 수용할 수 있는 XBRL 시스템 향상, (4) 미국 내 IFRS 교육ㆍ훈련 강화.

2011년 과제들이 성공적으로 달성되어 미국 내에서 IFRS 도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상장 대기

업은 2014년 12월 15일 이후, 상장 중기업은 2015년 12월 15일 이후, 상장 소기업은 2016년 12월 15일 이후 종

료하는 회계연도부터 IFRS를 의무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상장 대기업(Large accelerated filer): 비관계기

업이 소유한 보통주 시가 총액 ≥ 7억 달러, 상장 중기업(Accelerated filer): 7,500만 달러 ≤ 비관계기업이 소

유한 보통주 시가총액〈 7억 달러, 상장 소기업(Non-accelerated filer): 비관계기업이 소유한 보통주 시가총

액〈 7,5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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