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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후폭풍: Hubris


신문이나 TV 또는 시장에서 잘나가던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변화에 의해 갑자기 어렵다든지 또는 더 심한 경우 아예 산업을 떠나야 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에 충분한 역량(capability)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 경영진들이 잘못된 결정을 해서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 글의 관심은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기업들은 잘못된 결정을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간과한 Nokia와 Polaroid의 ‘Hubris(자만)'


먼저 한때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Nokia를 살펴보자. Nokia는 한때 휴대폰 시장에서 선두주자였다가(50% 이상의 시장점유율) 현재 top-tier 시장에서는 Apple과 삼성에 밀리고, 심지어 low-tier 시장에서조차 한국, 대만,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 Nokia의 가장 큰 실수는 휴대폰 시장이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으로 변화할 때 시장의 변화를 간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usinessWeek June 6-12, p.57-61) Apple사가 2007년 처음 iPhone이라는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했을 때, Nokia는 iPhone을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Nokia가 iPhone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터치스크린을 사용해 봤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iPhone 또한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고, 또한 iPhone은 MMS(Multimedia messaging) capability가 없고 통화 사운드 질이 떨어져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iPhone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Nokia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iPhone의 판매가 붐을 일으키고 있을 때조차, iPhone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iPhone의 붐은 기술적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통한 다양한 software를 제공하는 application store의 확대라는 것이었다. Nokia 또한 Apple사의 iPhone처럼 application store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술적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Nokia가 도미넌트하고 있는 일상적인 휴대폰 마켓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 일반 휴대폰에서의 성과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일반 휴대폰과 스마트폰 마켓을 합칠 경우 여전히 부동의 일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어, 휴대폰 시장이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 폰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간과한 채 자신들이 늘 일등이라는 ‘Hubris(자만)’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2009-2010년 Apple사의 iPhone은 스마트폰 시장, 특히 high-end 시장에서 일등을 굳혀가고 있을 때, Google사가 Apple사의 독주를 막기 위해 Android OS 시스템을 Nokia의 라이벌 기업들에게 나눠 주고 있을 때조차, Nokia는 여전히 low-end 휴대폰 시장에서의 높은 시장 점유율에 도취되어 있었고, 마침내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할 때는 이미 너무 늦어 타 기업들의 역량을 따라 잡기가 힘든 것이 지금의 상황인 것이다. Nokia가 무려 5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휴대폰 시장을 기술적으로 호령했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그리고 Nokia보다 훨씬 작고 기술적으로 밀렸던 기업들조차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Nokia의 고위 경영자들의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대한 Hubris는 더욱더 크게 보인다.

우리 기업들, ‘Hubris 덫’에 빠지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때

하버드 대학의 Mary Tripsas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Nokia 뿐만 아니라 카메라 제조업체인 Polaroid 회사 또한 기업의 Hubris에 의해 신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기업은 생존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카메라 산업에서 Polaroid는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늘 첫 번째를 고집했다. 그러나 카메라 산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할 때, Polaroid는 여전히 자신들의 기술력을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디지털 카메라에 필요한 기술이나 마케팅을 등한시하여 결국 시장에서의 생존에 관한 고민을 하는 상황까지 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기업이 잘못되어가고 있을 때 주로 언급되는 주된 이유가 기업의 역량부족이라고 막연하게 언급되지만, Nokia나 Polaroid의 예들은 충분한 역량이 있었음에도 최고 경영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기업이 생존이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그러한 잘못된 결정이 최고 경영자의 Hubris 덫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단 Nokia나 Polaroid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성공에 도취해 새로운 시장이나 기술변화를 등한시하여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누구나 성공을 하면 그 성공을 만끽하고 싶고, 그것이 지나치다 보면 Hubris 덫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일수록 주위에서 최고라는 칭찬을 많이 들을 것이며, 그 칭찬에 의해 Hubris에 쉽게 노출된다. 모든 기업은 성공하고자 노력하지만, 성공하고 나면 Hubris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어서 ‘Hubris Zero’ 조직을 만들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이며 반도체, 전자, 자동차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한 대기업들이 스스로의 Hubris 덫에 빠지지 않았는지, 지나치게 현재 기술이나 역량에 대해 자신을 한 나머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서 스스로 뒤돌아 볼만한 시기인 것 같다.


박진규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inbest@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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