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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타당한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소주 업체들에게 담합을 이유로 2,26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소주뿐만 아니라 LPGㆍ제약ㆍ통신요금ㆍ대학등록금ㆍ음료ㆍ건설ㆍ유제품ㆍ제빵ㆍ신용평가 등 다수 업종에 걸쳐 공정위의 전방위적인 담합조사가 행해졌거나 진행되고 있다. 소주 업체들에 대해서는 상당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고에서는 소주 업체의 과징금 부과 건에 대해서만 논의한다. 현재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업체들의 주장과 공정위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소주 업체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 소주 업체들은 제품가격을 인상할 때 이미 국세청의 행정지도를 받아왔는데, 이런 현실 속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행정지도를 받았다고 해서 담합이 면책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주 업체들은 담합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국세청이 소주 업체가 가격 인상률의 상한선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소주가격은 소주 업체들의 담합에 의한 가격이 아니라 국세청의 규제가격이라는 주장이다. 즉 이중규제 때문에 기업들만 억울하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부당공동행위 추정의 견고한 사실적 정황증거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본 사건을 논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으나 법적 심리나 판단에 주요한 참조가 될 수 있는 기존 판례를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 사건과 여러 가지로 정황이 비슷한 하나의 사례가 있다.


다음은 서울고등법원 2001. 1. 9. 선고 99누7311 맥주업종 담합 관련 판결에 있어서의 공정위가 패소한 부당공동행위 추정복멸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이 사건은 2003년 대법원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확정선고되었다.


사실 관계


맥주회사A 및 소외 맥주회사B(1998년 8월 31일 맥주회사B가 맥주사업 부문을 소외 맥주회사C에 영업양도한 후 같은 해 9월 1일 위 맥주회사C 외 7개 회사가 합병하여 소외 주식회사 C가 설립되었다), 소외 맥주회사D는 맥주의 제조 및 판매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9. 2. 5. 법률 제5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 소정의 사업자들이다(이하 위 회사들을 ‘맥주회사A’, ‘맥주회사B’, ‘맥주회사D’로 각 약칭하고, 위 회사들을 총칭할 경우에는 ‘맥주 3사’라고 한다). 맥주 3사의 1997년 말 맥주 거래분야에서의 시장점유율은 99.9%(맥주회사D 47.5%, 맥주회사B 35.4%, 맥주회사A 17.1%)에 이르고, 맥주 3사의 맥주판매 금액은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주류시장 전체의 약 51%에 이른다. 맥주 3사 사이의 경쟁 대상 품목은 맥주회사B의 “□”, 맥주회사D의 “?”, 맥주회사A의 “△”인데 이들 맥주 3사가 생산ㆍ판매하는 맥주제품은 크게 병맥주, 캔맥주, 생맥주의 세 종류로 분류되고, 그 용량에 따라 병맥주는 640㎖, 500㎖, 330㎖로, 캔맥주는 500㎖, 355㎖로 나누어지고, 생맥주는 20ℓ 한 종류뿐이다. 한편 맥주 제품의 유통경로를 보면 제품이 제조회사로부터 종합 주류도매장, 슈퍼체인 본부, 연쇄점 본부, 특수거래선 등의 1차 거래선에 공급된 후 슈퍼마켓, 백화점, 음식점, 주점 등의 2차 거래선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맥주회사D는 1998년 2월 21일, 맥주회사B는 같은 달 23일, 맥주회사A는 같은 달 24일 병맥주, 캔맥주, 생맥주의 규격별 출고가격을 동일한 인상률로 상향조정하였다.

당사자의 주장


피고(공정위)의 주장


피고는 맥주 3사별로 가격 인상요인에 서로 차이가 있었음에도 맥주 종류별ㆍ규격별 가격 인상률이 모두 동일한 점, 맥주가격 인상과 관련하여 맥주회사D의 당시 한 직원이 맥주회사B의 담당중역으로부터 맥주가격 인상 내역에 대해서 전화로 통보를 받은 점, 이 직원은 평소에도 다른 맥주회사들의 임원들과 맥주업계의 상황 및 분위기 등에 관하여 정보교환 및 상의를 해온 점, 맥주회사D의 직원이 작성한『1998 맥주회사D 마케팅전략(1997. 10. 30)』에 “현재의 가격구조를 유지하여야 하며, 당사 재무구조의 안정을 위하여 하반기 때 경쟁사와 같은 가격 인상을 도모한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맥주 3사의 가격 인상 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추정된다.

원고(맥주업체)의 주장


국세청의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 및 선도업체의 가격 모방행위로서 합의의 추정이 복멸되고, 법령에 따른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 맥주가격은 국가 재정의 중요한 수입원인 주세 수입과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재정경제원(현재의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에서 철저히 규제하고 있고 맥주 3사로서도 맥주가격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재정경제원, 국세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의 가격 인상 또한 가격 선도업체가 국세청과 맥주 종류별ㆍ용량별 가격 인상률을 협의하여 그 승인을 받은 후 나머지 업체들이 선도업체의 가격 인상 자료를 국세청으로부터 입수하여 이를 그대로 모방한 가격 인상안을 제시하여 모두 국세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이다. 그와 같은 국세청의 행정지도는 일반적인 권한분장에 따른 행정지도와 달리 주세법상의 강력한 권한을 배경으로 사실상의 강제력을 지닌 적법한 행정지도로서 맥주 3사로서는 국세청에서 승인된 인상률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고, 특히 후발업체인데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맥주회사A로서는 영업 전략상 가격 선도업체의 인상률을 모방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맥주 3사가 외형상 동일한 인상률로 인상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맥주 3사 간의 의사 연락 없이 국세청의 적법한 행정지도에 따라 행해진 것으로써 그 경위가 명백히 밝혀졌으므로 합의 추정은 복멸되었거나 법령에 의한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맥주 3사로서는 행정지도에 의한 가격 인상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고, 국세청의 가격 규제가 적법한 것으로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그 책임이 없다.

법원의 판결 내용 요지: 부당공동행위 추정의 복멸 검토사항

맥주가격의 인상은 전적으로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의 승인 여부에 달려 있고, 종류별ㆍ용량별 구체적인 가격까지도 사실상 국세청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되는 점, 비록 재정경제원과 국세청과의 사전협의 내지 사전승인이 법령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이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가격 인상률을 사실상 통제하여 온 점,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은 맥주 3사의 가격 인상 요구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만을 허용함으로써 맥주 3사는 허용된 인상률 전부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되어 맥주 3사의 맥주가격 인상률이 동일해질 수밖에 없는 점, 국세청은 가격 선도업체와 협의된 종류별ㆍ용량별 구체적인 가격 인상 내역을 다른 맥주 제조업체에게 제공하고, 다른 업체가 이를 모방한 인상안을 제시하면 그대로 승인하여 왔고, 그 인상시점 또한 국세청의 지도에 따라 결정되는 점,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이 가격 인상률만을 통제함으로써 이 사건 가격 인상은 인상률만이 동일할 뿐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상 후의 개별가격은 640㎖ 병맥주, 500㎖ 및 355㎖ 캔맥주에서 맥주 3사 간에 다소 차이가 있는 점, 이 사건 가격 인상과 관련하여 국세청과 협의를 앞두고, 맥주 3사 간에 인상률에 대한 별도의 합의를 한 후 국세청과 협의에 임하였다거나 또는 국세청과의 인상률에 대한 협의를 기화로, 그 행정지도에 따른 인상률을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세청과의 협의 전 인상률 요구안(그 이전 인상의 경우 또한 맥주 3사의 요구율이 많은 차이가 난다)이 맥주 3사 간에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맥주 3사의 가격 인상은 가격 선도업체인 맥주회사B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인상 한도를 승인받고, 국세청과의 협의 및 승인을 거쳐 종류별ㆍ용량별 가격 인상률을 확정하였고, 맥주회사D와 맥주회사A도 승인된 가격 인상한도율의 범위 내에서 종류별ㆍ용량별 구체적인 인상률에 대한 국세청과의 협의 및 승인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국세청에서 맥주회사B의 종류별ㆍ용량별 가격 인상률을 알려주고는 별다른 지시가 없자, 과거에도 선도업체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종류별ㆍ용량별 인상률이 결정되어 왔고 피고가 그에 대하여는 법위반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적이 있음을 감안하여(특히 맥주회사A는 후발업체로서 과점시장에서의 이익극대화 전략차원에서) 맥주회사B의 종류별ㆍ용량별 구체적 가격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모방한 가격 인상안을 제시하고, 국세청의 승인까지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사건 가격 인상에서 맥주 3사의 인상률이 동일하게 되었던 것일 뿐 맥주 3사 간의 의사의 연락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결국 이 사건 가격 인상에 관한 합의 추정은 복멸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할 것이고, 맥주회사A와 다른 맥주제조사들과의 부당공동행위의 추정이 유지됨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은 다른 점에 관해 더 나아가 볼 것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부당공동행위 추정 관련 고려해야 할 사항들

소주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 시 업체들이 불복하여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이 소주 업체의 가격 인상률의 상한선을 규제하고 있어, 사실상 소주가격은 소주 업체들의 담합에 의한 가격이 아니라 국세청의 규제가격이라는 주장이 법정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맥주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경우에 그들의 외형상의 일치된 행위가 합의에 이르는 것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 경쟁을 제한하는지가 관건이다.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암묵적인 합의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충분하면 실질적인 경쟁자간의 상호 마음의 만남(mutual meeting of minds)이 있고, 이것은 경쟁자 간의 실질적인 의사소통이 있었으며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에 대한 추정이 복멸되어야 할 것이다. 상대방 사업자와 공통적으로 관련된 외부적 요인이 각자의 가격결정 판단에 같은 정도의 영향을 미침으로써 부득이 동일 유사한 시기에 동일 유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에 정부의 행정지도 등 이중규제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 혹은 견고하고 충분한 정황사실들에 기초한 실질적인 경쟁제한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즉 부당공동행위의 합의에 대한 추정이나 추정 복멸 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정황적 증거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과점시장에서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합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담합으로 기대되는 이익금 배분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기업 간의 차이, 즉 기업 간 비대칭성도 고려해야 한다. 상품의 이질성, 기업 간 비용구조의 격차, 기업 간 미래 선호의 차이, 법 준수에 대한 기업주의 태도 차이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인권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ik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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