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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된 ‘비정규직 리포트’


‘KBS 스페셜’은 명실상부한 공영방송 KBS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이름에 걸맞게 그간 ‘KBS 스페셜’은 우리 사회의 각종 이슈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폭넓은 시각에서 전해 왔다. 그러나 지난 달 방송된 ‘우리나라 비정규직 리포트’는 기대와는 달리 우려감만 자아냈다. 방송에 사용된 각종 통계도 단편적으로 제공됐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호소만을 앞세우다 보니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을 강조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처럼 부족한 면이 많다보니 ‘우리나라 비정규직 리포트’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KBS 스페셜의 기획의도와는 거리가 먼 방송이었다. 몇 가지만 얘기해 보도록 하자.


통계 왜곡하고 감성적 호소에 치중


우선 방송 도입 부분에 큰 글씨로 ‘비정규직 860만 명, 대한민국 임금근로자의 50%’라는 통계가 나온다. 이 통계의 출처는 노동운동의 대표적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인데,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근거한 공식통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2002년 7월의 노사정 합의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형태’에 의해 정의된다. 여기에는 근로형태가 비정형적인 ① 한시적 근로자 또는 기간제 근로자 ② 단시간근로자 ③ 파견ㆍ용역ㆍ호출 등의 형태로 종사하는 근로자가 포함된다. 즉 노사정 합의는 상용ㆍ임시ㆍ일용 등 종사상 지위와는 상관없이 고용형태가 비정형적인 근로자를 비정규직 근로자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2010년 8월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569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3.3%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고용형태가 정형일지라도 종사상 지위가 상용직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으로 간주하여 비정규직 규모 산출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2010년 8월 기준 약 291만 명의 근로자가 추가적으로 포함된 것이다. 비정규직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통계를 사용했으리라 짐작은 가지만 공영방송이라면 노사정위원회의 정의에 따른 통계도 함께 인용하거나 최소한 다른 통계도 있음을 밝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기획의도를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다.


통계적 왜곡은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규직 직영근로자와의 임금격차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도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통계가 인용되었다. 방송은 현대자동차 4년 근속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연봉은 2,500만 원으로 동일한 근속연수의 정규직 근로자 3,700만 원의 67%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자료에 의하면 4년 근속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은 상여금 및 성과급을 포함해 연 3,790만 원이며 퇴직금을 포함할 경우 약 4,054만 원으로 4년 근속 정규직 근로자 5,540만 원의 약 81%에 달한다. 정규직 대비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예상 외로 높아서인지, 아니면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이 다른 산업이나 다른 업체의 근로자에 비해 너무 높은 점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인지,1)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왜곡된 통계를 인용해 시청자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었다.


한편, 방송은 이성적 판단과 냉철한 분석보다는 감정적 호소를 앞세우다 보니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실수도 범했다. 예를 들어 방송은 기아자동차의 외주회사인 동희오토의 경우 100% 사내하도급 근로자로 이루어진 회사이며, 이는 싼 노동력을 이용해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엄청난 규모의 고용조정을 경험한 노동조합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사내하도급 사용에 동의했다. 즉 고용조정이 필요한 경우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을 우선 조정하여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사내하도급의 사용에 동의했다. 또한 기업들이 사내하도급을 사용하게 된 이유도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조정이 거의 불가능하고 심지어 전환배치와 같은 조직 변화도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즉 사내하도급 활용이 확대된 배경에는 대기업ㆍ정규직 근로자의 지나친 고용보호가 있는 것이다.2)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방송이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보니 일반 시청자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었다.


선진국과의 노동 현실 격차는 언급 안 해


이런 이유로 인해 시청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었다. 예를 들어 결론 부분에서 방송은 비정규직을 적게 쓰고 정규직을 많이 쓰면서도 이윤을 많이 낼 수 있고, 반대로 비정규직을 많이 쓰고 정규직을 적게 쓰면서 이윤을 내는 방식이 있는데, 선진국은 하나같이 비정규직을 적게 쓰고 정규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낸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윤추구만을 위해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방송은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노동시장 현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정규직이 양산된 근본적인 이유는 대기업ㆍ유노조ㆍ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이다. 우리나라도 만약 정치적 투쟁을 자제하고 조합원의 실질적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조합이 다수라면,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확보,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노동조합이 다수라면 비정규직을 적게 쓰고 정규직을 많이 쓰면서도 이윤을 많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방송 후반부에 정규직, 비정규직 그리고 회사 간의 대화와 이해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일본 히로시마전철의 사례가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일본 히로시마전철은 정규직 근로자가 임금삭감을 수용하고, 대신 회사는 정년 연장을 제안함으로써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즉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미래를 생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기꺼이 임금삭감을 수용할 정규직 노동조합이 과연 있을지 회의적이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된 프로그램으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conby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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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자동차 4년 근속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상여금, 성과급 및 퇴직금을 포함해 약 4,054만 원으

로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자동차산업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평균 연봉 3,259만 원의 약 1.25배에 달한다. 또한

『기업체노동비용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2009 회계연도 기준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의 평균 연봉은 퇴

직금 포함 약 4,062만 원으로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거의 동일하다. 즉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도

급으로 4년만 근무하여도 우리나라 10인 이상 기업체 상용근로자의 평균 연봉과 유사한 연봉을 받게 된다.

2) 대기업ㆍ유노조ㆍ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고용보호뿐만 아니라, 파견법 개정을 통해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

근로자의 사용이 금지되고, 비정규직법의 제정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에도 엄격한 제한이 가해지자,

상대적으로 법적인 규제가 덜 한 사내하도급의 사용이 확대되었다.


KERI 칼럼_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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