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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의 회사법적 문제점


순환출자는 대선 후인 지금도 경제민주화의 주요 논제이다. 순환출자는 정말 문제만 많고 반드시 해소되어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경영권 방어비용을 절감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자연스러운 기업 간 출자인가? 지금까지 순환출자에 대한 비판론의 논거는 가공의결권론 내지 가공자본론으로 요약될 것이다. 순환출자방식 때문에 가공자본이 형성되고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침해되는 반면 지배주주는 부당히 그들의 영향력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순환출자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비판론이 대세였다. 이를 옹호하면 왠지 민주화에 역행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균형감 있는 논의가 속행될 수 있기 위해서는 순환출자에 대한 비판론과 더불어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필요할 것이다.


순환출자의 법적 규율의 추상성과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경영자 역할 보호


우선 순환출자를 법적으로 규율하기가 매우 어려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법 회사편에는 2개 회사 간 상호주를 규율하는 규정들이 있다. A회사가 B회사의 주식의 50%를 초과하여 소유하는 경우 B회사는 A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1) 나아가 A회사가 B회사의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졌을 경우 B회사가 가진 A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2) 상법은 이러한 A, B 두 회사 간의 상호주 규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의제자회사의 개념을 경유하여 순환출자의 아주 초보적 형태를 규율하고 있다.3) 그러나 이 경우 순환출자 고리 중 어느 하나에는 50% 초과의 주식보유라는 법정모자관계가 나타나야 한다. 순환출자의 어느 고리에서도 이 법정모자관계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현재 3개 회사 이상의 순환출자는 사실상 무규율(無規律)상태이다. 물론 순환출자를 규제하려는 주요 논거는 부분적(部分的) 자기주식성(自己株式性)에 있다. 그러나 입법기술적으로 더 세세히 나아가기가 어렵다.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를 규정한 상법 제 41 조에서도 행정구역의 대소를 구별하지 않아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잉침해 했다는 위헌제청이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입법기술적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결론지으면서 동 조문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고리형 상호주인 순환출자의 경우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상 ‘다른 회사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을 정도의 간접보유’시, 일본 회사법상으로는 ‘타 회사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관계’에 있을 때에 의결권 제한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추상적인 법문언으로 해석상 어려움을 수반하며 그 적용 예도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 상법이나 경제법령에 설사 이런 유사규정을 둔다 해도 재산권침해가능성 등 위헌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주주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라는 이론적 도구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대주주이건 소액주주이건 회사관계에 개입하는 모든 당사자들은 다른 주주들과 회사의 이익을 배려하여야 하는 보편적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지배주주만이 아니다. 소액주주들도 기업가치의 유지 및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오늘날 특히 제조업분야에서는 국제경쟁이 극심하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 더 이상 추격이 어려울 정도로 기술격차가 벌어지며 각 기업들은 생사의 갈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전설적인 전자거인 소니(SONY)도 ‘global localization’이라는 기치아래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경영지배구조에서 소위 ‘company’로의 분권화를 시도하다가 삼성 등 후발주자에 여지없이 뒤쳐지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 역시 심각한 주가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시대로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코닥(Kodak) 역시 사라졌다.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려면 최고경영자의 예지와 결단은 필수이며, 기업가치의 유지·향상을 위해서는 안정된 경영권과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


더불어 순환출자 방식은 오늘날 경영권 방어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일전에 KT&G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칼 아이칸이라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기업인수전문가가 이 회사의 이사회를 흔들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target company’가 만약 대기업 계열사였다면 그런 유사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거친 파도에 노출된 다수의 선박을 밧줄로 묶어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시키듯 순환출자는 다수의 국내 기업들을 국제투기자본으로부터 보호하는 그런 밧줄 역할을 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과도한 재원을 마련하느니 그 재원으로 기술투자에 전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기업 가치를 유지·향상시키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오늘날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글로벌 우수기업으로 우뚝 섰다. 적어도 이런 대기업의 지배주주들은 소액투자자들과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는 성실히 이행한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정치민주화와 기업지배구조는 동열에서 다룰 수 없어, 균형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끝으로 순환출자와 관련하여 기업지배구조의 문화사회적(文化社會的) 요소를 언급하고 싶다. 미국경제가 전성기를 누리던 21세기 초 미국기업의 지배구조가 아시아나 유럽에서도 수정없이 관철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세계의 지배구조가 하나로 수렴될 수 있다면 그 지향점(指向點)은 미국이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 흐름도 감지되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에 영원은 없었고, 기업지배구조에도 정답은 없었다. 2008, 2009년의 미국금융위기 이후 지배구조의 국제적 수렴에 대한 논의는 열기를 잃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의 형성에는 각국의 문화사회적 요소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가(家)중심의 기업문화’가 아직도 강렬하다. 텔레비전의 시청률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사극(史劇)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풀벌레소리, 시냇물소리 때로는 아름다운 달빛 그리고 극중 인물들의 대사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정서 속에 녹아 있는 한국적 멘탈리티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역시 그러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기업활동방식이 아닐까?


순환출자고리는 마치 대규모 농경사회를 연상케 한다. 수개의 회사가 순환출자 방식으로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다만 ‘가(家)중심’의 회사문화는 우리가 이룬 고도의 정치민주화에 역행하는 듯한 외관을 갖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룬 고도의 정치민주화를 기업의 영역에까지 수정 없이 확장할 일은 아니다. 정치민주화와 기업지배구조는 동열에서 다룰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권과 회사지배를 반드시 비례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순환출자 역시 그 한 예로 보고 그 이론적 정당성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주주의 보편적 충실의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균형감 있는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정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profkjh@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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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법 제342조 2 제1항

2) 상법 제369조 3항

3) 상법 제342조 2 제3항 및 동법 제369조 3항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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