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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기초한 온실가스 저감정책을 기대한다


<장면 1> 경제학원론 강의실: 담당교수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외부효과를 내부화시키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으로서 교정적 조세를 설명한다. “정부는 직접 규제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기보다는 민간의 사적 이익동기와 사회적 효율을 일치시키도록 시장 기능을 활용한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시정하기 위해 고안된 세금을 교정적 조세(corrective tax)라고 한다. 교정적 조세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권리에 가격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마치 자유 시장에서 재화에 대해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재화가 배분되듯이, 교정적 조세도 오염방지에 가장 큰 비용을 치를 용의가 있는 생산자에게 오염 배출권이 우선적으로 배분되도록 한다. 따라서 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오염수준이 얼마든지 간에 교정적 조세를 통해 그 수준을 가장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1)

이는 경제학에 입문하는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외부효과(externality)의 내부화 정책 수단을 설명하는 강의 내용이다. 경제학원론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은 시장에 기초한 정책인 교정적 조세와 배출권거래제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점이다. 여기선 효율적이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이 제3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큰 만족감을 얻게 되는 자원배분을 의미한다. 경제학원론에서는 국지적인 오염문제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인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에서도 시장에 기초한 두 정책인 교정적 조세2)와 배출권거래제는 앞의 내용과 동일하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 경제적 비용을 부담케 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온실가스에 가격을 붙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장면 2> 자전거도로 건설 현장: 아파트 옆 산책길이 다시 파헤쳐진다. 여러 사람들이 힘들여 기존의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그 옆에서는 육중해 보이는 기계가 달갑지 않은 소음을 내지르며 바닥을 고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른 땅에 아스팔트를 깔고 그 위에 곧게 뻗은 흰 선을 칠한 다음 중간 중간에 하얀 색으로 멋진 자전거를 그려넣고 있다.

지난해 주거지 주변의 인도ㆍ공원ㆍ하천 주변ㆍ심지어는 농로를 파헤쳐 새로운 길을 만드는 공사가 벌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름 아닌 자전거도로를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거의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고 이를 지역의 관광 중심지와 연계하는 등 숨 가쁜 건설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인프라 구조로 자전거도로가 자리 잡는 현장이다. 이러한 자전거도로 조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말이면 삼삼오오 동호회와 가족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고 주말의 여가를 즐기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의 눈에 쉽게 띄는 것은 이러한 자전거도로 확충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도로의 확충과 자전거 이용의 확대는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서의 중요한 인프라이다. 실제로 정부는 자전거 이용의 확대를 녹색성장의 실천방안으로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서 자신의 자동차를 집에 두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거나 대중교통인 버스나 지하철의 이용을 포기하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자전거도로라는 녹색성장의 인프라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데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의 이용으로부터 자전거의 이용으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환이 우리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전거도로라는 인프라를 확충했는데도 말이다. 인프라의 확충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나 녹색성장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한데 그것을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 없이 책장 한 구석을 지키고 있던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기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유인(incentive)이다.

녹색성장으로서 자전거도로가 활용되지 못하는, 다시 말해서 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본 것처럼 경제학 교과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온실가스에 대하여, 즉 탄소에 대하여 가격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면 온실가스를 포함하고 있는 재화의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석유제품의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다. 석유제품의 일종인 휘발유의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를 운행하는 비용이 높아지며 택시ㆍ버스 등 대중교통의 가격 역시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의 이용을 줄이고 다른 수단을 찾게 할 것이다. 이때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더 용이하게 자동차로부터 자전거로 수송수단을 전환하게 될 것이다. 자전거도로의 확충은 이때 녹색성장을 위한 자기 역량을 힘껏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할 때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면 자전거도로가 없을 때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온실가스 가격 부과에 따른 부담을 더 쉽게 벗어나게 한다. 녹색성장의 인프라는 온실가스에 가격이 부과되어야 자기 역할을 뽐낼 것이 틀림없다.

지난 4월 14일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하 녹색성장기본법)이 발효되었고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제정하여 명실상부한 녹색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녹색성장의 법적 제도적 인프라가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이 제정됨에 따라 온실가스의 관리체계가 마련되고 실제로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작업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 녹색성장의 법적 인프라가 마련되었으므로 인프라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장기반정책을 기대해 본다. 인프라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온실가스에 유인을 제공하는 시장에 기초한 정책수단을 채택하는가에 달려 있다.

『녹색성장기본법』 제27조 환경친화적 세제운영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조세부담 강화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방향의 조세정책 운영을 규정하고 있고, 제36조 기후변화 대응의 기본원칙에서는 가격기능과 시장원리에 기반을 둔 합리적 규제체제 도입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시장거래를 허용하고 탄소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40조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목표관리에서는 중장기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다배출업체 및 에너지 다소비업체별로 목표를 설정ㆍ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조치를 강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정책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탄소세ㆍ배출권거래제ㆍ목표관리제에 대한 제도적 틀을 모두 담고 있다. 물론 이들을 모두 시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정책으로 효율적인 정책수단은 온실가스에 가격을 부과하여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유인을 제공하는 시장에 기초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에 어렴풋이 담고 있는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탄소를 배출할 때 가격 부담을 갖도록 유인을 제공하는 시장에 기초한 온실가스배출 저감 정책 수단이다. 기본법에서는 이 두 정책 수단에 대한 가능성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도 이 두 제도의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온실가스 중기목표 달성에 걸맞는 정책수단의 시행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결정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면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시장에 기초한 정책수단이 아닌 다른 수단을 사용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다면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시장에 기초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정 보도자료 말미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시장에 기초한 온실가스 저감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온실가스 중기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선정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도자료 말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오늘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은 기본법과 함께 4월 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와 관련된 법률을 정기국회에 별도로 제출할 예정이다.”

김영덕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dki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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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맨큐의 경제학 10장 외부효과에서 발췌

2)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교정적 조세는 흔히 탄소세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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