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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대한 관용’으로 성공하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자


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보다는 의사, 검사, 변호사, 회계사 등 국가인증으로 공급이 제한되어 경제지대를 얻을 수 있거나, 자리가 안정적인 공무원, 공기업 및 대기업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젊은이들 가운데 ‘위험추구’형 보다는 ‘위험회피형’ 또는 ‘안전추구’형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현실에서 창업이란 위험한 길을 걷다가 실패해 인생을 망친 선배 기업가들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창업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기존 기업이 신상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실패 위험이 큰 벤처사업이다. 1960년대로부터 시작하는 이른바 ‘개발연대(development decade)’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들이 많이 태어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그러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진력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경영 목표와 방도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기업가들에게 자금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패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사채를 동결하는 거의 초헌법적 조치를 취하기까지도 했다. 그 결과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에서 삼성, 현대, LG, 대우, 포스코, SK, 한화, 한진 등등 빛나는 별 같은 기업들이 등장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바 있다. 그래서 경영학의 구루로 추앙받고 있는 피터 드러커 교수는 한국을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투철한 나라라고 설파한 바 있다.1)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세계 15위 경제 대국이 된 지금, ‘개발연대’처럼 정부 주도로 기업가정신을 키우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민간 금융부문에서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기업가들이 태어날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토양 가운데 하나는 "실패에 대한 관용(tolerance for failure)"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경험이 성공에 이르는 밑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되돌아보면, 실패한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귀중한 자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창업의 경우에도 실패한 기업가들은 실패한 이후 막다른 골목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실패한 원인을 곰곰이 복기해 보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지혜를 터득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재창업할 때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 현실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에게 실패한 경험이 없는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를 웅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패한 경험은 소중한 인적자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창업해서 실패한 기업가가 재창업을 포기해버리면 실패 과정을 통해 체득한 인적자원은 소멸한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매우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꺼리거나 기업가들이 실패를 딛고 일어나지 못하고 영구히 포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한 관용(tolerance for failure)”이 너무 야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기업가들에게 신용불량자 낙인(stigma)을 찍으면, 창업의 꿈을 꾸는 잠재 기업가들은 실패의 두려움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기 어렵고, 실패한 기업가들도 혁신적 돌파구(breakthrough)를 통해 재기하기 어렵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성공하는 창업자들을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이른바 엔젤투자자나 벤처자본가들이 실패를 꼭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패가 미래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 성공이 꼭 미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과거 실패가 꼭 미래 실패를 예단하는 잣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엔젤투자자들이나 벤처자본가들도 실패에 대해 보다 관용하는 마음을 갖고, 창업에 실패한 기업가들의 열정과 꿈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꿈에 동참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금융부문의 생태계 환경 조성 동참이 필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기업대출로부터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론적 근거는 금융의 2차 심사기능이다. 기업가들은 신규 투자의 적정성을 스스로 평가할 것이다. 이것이 기업의 1차 심사기능이다. 투자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 은행에 자금 대출을 요청할 것이다. 이 때 은행이 투자의 적격성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다시 평가할 것인데, 이것이 2차 심사기능이다. 1차, 2차 심사를 통해 적격 투자로 판별되면 투자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런 과정을 통해 기업이 태어나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기고 국가경영에 필요한 세수가 증가한다. 이것이 은행의 사회적 기여이고, 존재 이유이다.


비록 상업금융(commercial banking)은 법적으로는 대출받은 기업에게 투자의 성패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행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 뱅킹(Islam banking)은 투자로부터 기업이 이윤을 얻지 못하면 자금을 대출해준 은행도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정신을 본받아 우리나라 은행들도 실패한 투자에 대해 심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투자가 실패의 위기에 직면할 때, 비오는 날 우산 빼앗듯, 대출자금을 서둘러 회수하면 오히려 실패를 조장하기 쉽다. 이는 단기적으로 개별 은행은 부실대출을 사전에 방지해서 손실을 회피할 수는 있겠지만, 성공하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금융업 본연의 소명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실패란 성공하는 여정에서 만나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의식을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이를 용인하는 정신과 문화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이 위기에 직면할 때, 은행은 공동책임 의식을 갖고 함께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실패한 기업이 재창업하려 할 때도, 은행은 실패에 대해 관용하는 자세로 재지원 여부를 심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담보대출 보증대출 같은 전당포 행태를 과감히 탈피하고, 유보이윤 축적으로 자본금을 확충해서 실패한 기업의 부채를 재조정하고, 2차 심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심사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해서 실패한 기업가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재기할 수 있는 신용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jsonn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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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c.: Do you agree that we in the United States are the best practitioners of entrepreneurship, that we're

way ahead of other countries?

Drucker: Absolutely not! It's a delusion, and a dangerous one. We may have the largest number of new-

business starts and new-business failures, but that's all. We're probably not even number two.

Inc.: Who's number one?

Drucker: Undoubtedly Korea. Barely 40 years ago, Korea had no industry at all. The Japanese, who had

ruled Korea for decades, didn't allow any. They also didn't allow any higher education, so there

were practically no educated people in Korea. By the end of the Korean War, South Korea had been

destroyed. Today Korea is world class in two dozen industries and the world's leader in shipbuild-

ing and other areas..." from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Harper Collins Publishers)


KERI 칼럼_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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