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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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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ㆍ유아 보육 및 교육정책, 어디로 가야 할까


지난 6~7년 동안 사회복지 분야의 정부예산 지출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분야를 꼽으라면 아마 보육(child care)일 것이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 시카고대 해크먼(Heckman) 교수가 제기한 초기 인적자본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지난 참여정부 이후로 보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구의 부모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대신 맡아 탁아기능을 하는 데서 출발한 보육서비스와 고소득층 가구의 자녀를 대상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 사전준비교육을 담당했던 유치원을 통한 유아교육(pre school)은 그 출발점이 상이하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75% 이상의 유아가 두 시설 중 하나를 이용하고 있고 보육시설의 만 3~5세에 대한 서비스와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상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어 일종의 수렴현상(convergence)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에 대한 인식과 정부 지원은 여전히 그 출발점의 상이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의 가장 주요한 업무로 자리 잡았던 보육서비스는 ‘기본보육료’라는 정액의 보조금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영아에게 제공되면서 정부의 예산지원이나 보육시설의 수적 증가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으나 과연 과감한 예산지원의 효과가 무엇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반면 교육과학기술부의 소관 하에 있는 유치원은 교육기능을 중점적으로 제시하는 차별화된 기관이라는 자존심의 틀 속에 갇힌 채 다소 정체되고 있는 듯하다.


보육과 유아교육을 한 부처에서 관장토록 해야


현재 보육과 유아교육을 아우르는 영ㆍ유아 교육관련 종합정책은 사실상 부재하며 두 기관은 미묘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보육시설은 영아 중심의 지원 확대에 따라 영아 중심시설과 유아를 혼합한 시설 간의 지원에 있어 비형평성이 발생하여 시설유형별로 지원수준의 차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한 기본보육료 지원이 맞벌이 가구나 편부모 가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보편적 지원이었기 때문에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에도 별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유치원은 자율화된 수업료와 소액의 정부지원 하에서 독자적으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나 만 3~5세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전체 영ㆍ유아관련 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기 어려우며 만 5세 무상보육 역시 소득을 기준으로 제공되므로 유치원을 이용하는 아동의 일부만이 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원화된 부처관리는 만 0~5세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정책을 설립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으며 시설유형별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기 힘든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원화 체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영아에 대한 보육기능과 유아에 대한 교육기능을 통합하여 한 개의 부처 산하에 두는 것이 추세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2006년 교육부의 기능을 일부 정리한 후 Department of Children, Schools and Families로 개칭하고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하여 관장하고 있다. 물론 부처의 통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정책방향을 설립하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취업모를 중심으로 한 영아지원책 세워야


우리나라 영ㆍ유아 보육정책에는 소득에 기초한 지원이라는 전통적인 기조와 소득수준에 무관하게 모든 아동에게 지원한다는 정책방향이 혼재되어 있다. 보육시설의 영아에게 제공되는 기본보육료는 보편적 지원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차등보육료는 소득수준에 기초한 차등지원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영아에 대한 지원은 소득수준이나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형태로 제공되면서 유아에 대해 특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만 5세에 대한 무상보육료 지원조차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영아와 유아에 대한 정책의 내용이나 형식이 뒤바뀌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아를 둔 어머니의 경우 자녀를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친인척, 탁아모, 보육시설이 없다면 취업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영아에 대한 보육지원정책은 일하는 어머니를 둔 아동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며 정부의 지원은 맞벌이 여부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 반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세의 경우에는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투자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육을 왜 의무교육으로 정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만 5세에 대한 지원이 소득수준이나 다른 기준이 아니라 보편적인 지원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영아에게는 보편적인 지원을, 유아에게는 소득에 따른 차등지원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취업모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최근 들어 차등보육료에 대한 지원 중 맞벌이 가구의 소득인정액 수준을 상향조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지원효과를 위해서는 맞벌이 가구에 대한 지원수준을 보다 확대하고 재정적인 지원만이 아니라 세액공제 등을 통한 세제지원도 신설하여 영아에 대한 보육지원 사업의 핵심이 맞벌이 가구 우선지원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유아정책은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아동의 전인적인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보편적인 지원을 지향해야 하며 재원이 허락하는 한 만 5세부터 무상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비스 수준에 대한 관리 및 정보제공 필요


영ㆍ유아 보육서비스의 문제점 중 다른 하나는 정부의 재정투입에 비해 서비스 질적 수준의 향상은 더디다는 점이다. 정부는 표준보육 비용(적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입비용)에 준하여 정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으나 표준보육 비용에서 정한 교사인건비 수준이나 시설, 교재교구 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지원이 서비스 수준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향상되지 않는 시설에는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으며, 서비스 수준에 대한 정보가 수요자에게 제공되도록 하는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보육시설이 쉽게 통과하는 평가인증제도를 내실화하여 보육시설에 등급제를 적용하고 각 보육시설의 서비스 수준, 교사 수준, 교과내용 등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손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보육시설과 유치원의 평가제도를 통일하여 단일화된 평가를 통해 소비자에게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급자로 하여금 질 높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만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요약컨대 영ㆍ유아 보육서비스는 단일 부처에서 만 0~5세에 대한 총괄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영아는 일하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지원하며 유아는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만 5세부터 보편적인 지원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정부의 지원이 서비스와 연계되고 서비스 수준을 소비자가 쉽게 인식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필요한 곳에 재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투입된 재원이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김현숙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annakim@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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