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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애플 제품 수입금지 거부권 행사, 어떻게 보아야하나?


지난 5일 삼성전자의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애플의 구형 스마트 기기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미국 정부가 ITC의 권고를 거부한 건 지난 1987년 이래 처음이라는 사실이 국내의 조간신문들에 의해 보도되었다.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된 제품이 애플의 주력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미 정부의 이번 거부권 행사가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의 시장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ITC가 그 며칠 후인 9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고 여기서 삼성의 애플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고 수입 금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만일 여기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보호무역주의자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조를 국내 언론의 사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평가는 애플과 삼성전자 사이의 이른바 스마트폰 전쟁의 와중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대표 격인 애플의 편을 들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좁게 보지 않고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전쟁이 정확히 말해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사이가 아니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진영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장은 미국의 구글이라고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달리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이 침해했다고 ITC가 인정한 삼성전자의 특허는 이른바 표준특허(다수의 경쟁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설정한 기술표준을 상업화하는 데 필수적인 특허)에 해당하는 것이고 삼성전자가 침해했는지 여부가 문제된 애플의 특허는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특허다. 표준특허는 원래 문제의 표준이 해당 산업계에 널리 보급되기를 기다렸다가 사후적으로 특허 실시의 허락을 요청하는 기업에게 엄청난 금액의 기술료를 주든가 아니면 표준을 수용한 제품의 제조를 포기하든가의 양자택일을 강요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표준설정 전에 표준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조건으로 특허실시를 허락하겠다고 확약하는 것이 일반이다. 여기서 FRAND 확약이 있는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침해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원래 미국 내에서도 찬반의 견해가 대립한다. 약술하자면 특허실시허락을 위한 협상에서 특허의 실제 가치보다 많은 실시료를 받기 위해 침해금지청구의 소를 악용할 위험이 크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FRAND 조건으로 실시를 허락하겠다는 확약을 했으면 특허권자가 침해금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FRAND 확약을 했더라도 특허침해금지청구권을 포기한다고 약속한 사실은 없고 특허침해금지청구를 할 수 없게 되면 특허권자가 표준화 참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위험이 크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특허침해금지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표준특허의 보호와 표준제품시장에서의 경쟁촉진(독점적 지위의 유지·강화 또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의 억제) 가운데 어느 것을 중시해야 하느냐에 관해 입장이 대립한다.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과의 실시허락조건협상에서 국내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미국 연방정부 경쟁당국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표준특허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작년 12월 말 연방거래위원회(FTC)는 Bosch사건과 Google사건에 대해 반복하여 (FRAND 확약 표준특허의 침해금지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의 동의명령을 제안함으로써) FRAND 확약을 지키지 않고 특허침해금지청구를 하는 것은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금지하는) 연방거래위원회법 제5조 위반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한편 2013년 1월 초에는 미국 법무부(DOJ) 반트러스국과 특허청(PTO)이 FRAND 확약 표준특허의 보유자가 법원에 침해금지청구를 하는 경우와 연방관세법 337조에 근거하여 수입금지명령을 ITC에 청구하는 경우에 대한 공동정책성명을 발표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USTR 대표도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표준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특허 사용자에게 사용권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FRAND 원칙‘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으로부터 표준특허를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청구로 제소되어 ITC의 판정을 앞두고 있는데 에릭슨이 FRAND 조항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어서 오바마 행정부가 위와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면 삼성전자는 이 쟁송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국내 언론에 따르면 상성전자 제품에만 불이익을 준다면 노골적으로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 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를 거부한 미국 정부가 역으로 삼성전자 제품만 수입을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된 삼성전자의 특허가 표준특허인 반면에 애플의 특허는 그렇지 않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표준특허권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겠다는 정권의 일관된 의지의 발현이라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 따라서 오마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중국산 애플 제품의 수입이 금지되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국내기업인 삼성전자가 불리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거부권 행사가 표준특허의 보호보다 스마트폰시장의 경쟁 촉진을 중시하는 결정이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국내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표준특허의 비중이 판이하게 낮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선진국의 이른바 특허괴물들이 표준특허를 매집하여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봉쇄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러한 우려를 약간은 덜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표준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과의 실시허락조건협상에서 국내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기업경영자들이나 정책담당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문지 (배재대학교 법학부 교수, moon@p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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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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