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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적정한가?


온실가스 국가 감축목표가 지난달 17일 발표되었다. 우리가 2020년에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은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는 전제하에 추정되는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에 달한다. 이달 7일부터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15)가 끝나고 나면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로는 처음으로 BAU 대비 30% 감축이 우리의 의무적인 감축목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최소화하려는 범지구적 노력에 적극 동참하여 우리가 국제협상을 주도하고 나아가 신기술 개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강한 정책의지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이 경제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참여시기를 늦추거나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을 최대한 적게 하려는 그동안의 우리나라 협상전략을 생각한다면 실로 획기적인 정책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려는 범지구적 노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 주도함으로써 지구환경을 선도하는 국가 이미지 구축, 환경과 연계된 각종 무역장벽 극복, 녹색산업의 선점효과 등 다양한 국가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2020년에 BAU 대비 30%에 달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은 녹색성장정책에 대한 강한 믿음에서 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의지와 달리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닌 듯하다. 온실가스 감축 자체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유발하고, 신기술 및 대체에너지 또한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로부터 발생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체를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 향상 또는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자 비용을 높이고 최종재화의 가격을 상승시켜 수출이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른 생산 감소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기술과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온실가스 저감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신기술이나 대체에너지가 개발되고 시장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고 시장보급률도 매우 저조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화된다는 것이 신기술이나 대체에너지에 대한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므로 충분치는 않지만 어느 정도 경제성이 확보될 것이다. 정부가 R&D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경제성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러한 재원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 지원의 효율성이 크다고만 할 수 없다.


더욱이 경제여건이 변하여 새로운 기술과 대체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더라도 시장에 바로 보급되기에는 여러 장애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투자의 비가역성(irreversible) 문제가 신기술 개발이 지연되는 이유이다. 신기술 및 대체에너지 개발은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산업에 속한다. 게다가 신기술 및 대체에너지의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번 결정된 투자를 되돌릴 수 없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유출효과로 인해 독점적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투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더욱이 학습효과로 인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술의 효율이 새로운 기술의 효율보다 오히려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 신기술 투자는 당연히 지연된다. 이 때문에 신기술이나 대체에너지의 보급은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보급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는 시점에서 신기술이나 대체에너지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지속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신기술이나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온실가스 감축은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야 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은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또한 신기술이나 대체에너지 개발은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경제적 비용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성장 둔화 효과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을 최대한 적게 할당받고 감축시기를 늦추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실용보다는 범지구적 환경재해를 막자는 명분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였다.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의 주체가 되는 기업ㆍ소비자ㆍ지역단체 등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로 다가오면 그 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과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경제주체들 간의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기후변화협상에서 보았던 국제 간 치열한 논쟁을 지금부터는 국내 산업 간 그리고 지역 간 협상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라는 이유로, 국가 주력 산업이라는 이유로,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이유로 가능한 감축의무를 적게 받으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적 감축목표의 적정성 문제는 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실용을 중시한 정부다운 해결방안을 기대해 본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실장, glc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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