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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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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예상되는 논란과 갈등


녹색성장기본법과 그 시행령이 통과되었다. 온실가스를 BAU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법적 근거가 생겼다. 구체적인 수치나 방법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녹색 세상을 추구하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목표이고 피하기 어려운 시대적 대세이다. 더구나 우리는 녹색을 새로운 성장의 활로를 여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하고 있다.

미래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자발적 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렵게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 녹색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는 대부분 찬성한다. 입장에 따라 녹색정책에 대해 다소 소극적일 수는 있지만, 이에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명분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일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값싼 화석에너지는 줄이고, 비싼 청정의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증가시켜야 한다. 비싼 에너지 가격을 감수해야 하고, 국민생활과 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누가 이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각자가 지불하는 비용에 맞는 편익이 돌아온다면 기꺼이 지불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그렇지가 않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비용이나 고통은 즉각적이고 생생하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거나 느낄 수조차 없다.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일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총량의 국가목표는 당장 각자의 이해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 실행하는 데는 엄청난 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기한이 불과 10년으로 너무 짧아서 실제적인 감축과 관련된 활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사회적인 공감과 합의를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일들이 남아 있고 이제 그 출발선에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우선 누가 얼마나 감축을 할 것인지 할당해야 한다. 감축해야 하는 총량이 정해지면 이를 가정과 산업체, 공공기관 등의 경제주체별로 할당을 하게 된다. 용도별로는 건물ㆍ수송ㆍ산업용 그리고 발전용 에너지를 각각 줄이도록 규제를 하는 것이다. 각 주체별로 감축해야할 할당량이 정해지면 다소간 고통이 따르더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행하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나 지원제도 등은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감축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주체는 할당량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게 마련이다. 모두가 나름대로 이를 면제받거나 열외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갖고 있다. 이유가 마땅하지 않으면 만들어서라도 피하려고 한다.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용은 적게 할당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며,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도서벽지지역은 제외해야 하고 교육용에는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야 하며 농업부문은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모두 정책적인 논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인 힘을 갖고 있다. 감축량의 할당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결정되어 이들을 모두 배려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정치적인 힘을 행사하지 못하는 나머지 국민들이 전체 감축량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목소리가 크고 정치적 결사를 하는 힘이 강할수록 이득을 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공정한 할당은 매우 어렵다.

감축량 할당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공정하기도 해야 하지만 정확해야 한다. 누가 얼마나 할당을 받고 그 할당량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데는 심도 있는 연구와 방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탄소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감축활동을 인증하는 과정이 정확하여 설득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자료를 축적하고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정확한 할당은 공짜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올해는 녹색성장기본법이 통과되었고 감축목표를 정했으며 그 실행을 하는 초기 연도이다. 감축량 할당을 둘러싼 엄청난 논란과 갈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감축량을 할당하는 일은 감축비용을 지불하는 구성원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정확한 자료에 기초한 설득력도 갖추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 남아 있다. 녹색성장기본법을 만들고 국가 전체의 감축목표를 결정하는 일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감축량의 할당과 실행에 우리의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때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hsonn@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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