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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파트 경기 침체에는 백약이 무효일까?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는 이른바 “8.17 대책”을 내어 놓았다. 지난 5월에도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되었던,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빗장으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3개 구에 대한 투기지역 지정도 취소됐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여섯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의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전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전년도 동월에 비해 22.1%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거래량은 23.1% 감소했고, 지방의 거래량은 21.5% 줄었다.1)


가격변동에 의한 아파트 물량조절이 되지 않아 부동산 경기 침체는 지속


시장경제는 시장에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되면, 자동적으로 균형이 회복되는 체제이다. 예컨대 어느 시장에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너무 많아 과잉생산 문제가 발생하면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구매자들은 수요량을 증가하고, 판매자들은 공급량을 감소함으로써 과잉생산 물량이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이러한 가격 변동에 의한 물량조정이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가격 변동에 의한 해결방식이 특정 경제주체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 첫째, 비록 증권시장에서는 수급 불일치가 가격변동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이뤄지지만, 아파트는 상품 특성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판매자들은 가격이 반등하는 날까지 기다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기다릴 수 없는 판매자들은 원가도 건지지 못하는 손실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수요를 진작시킬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여 신속히 과잉생산물량을 제거해, 판매자들의 고통이나 비용을 줄여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시민도 정부가 무엇인가 대책을 세우도록 기대하기 쉽다.


현재 제기되는 의문은 지난해 시행된 여섯 차례의 대책에 이어 금년도에도 여러 차례 아파트 경기 활성화 대책이 시행되었지만 왜 기대한 만큼 효과가 없느냐는 것이다. 비록 아파트 시세는 하락 추세이지만, 거래 부진으로 지루한 침체국면이 몇 년간 계속되는 까닭은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조정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는 여섯 차례에 걸쳐, 점점 더 강도 높은 조치를 강구해 아파트 수요를 진작시키려 했다. 그렇지만 과잉생산 물량을 일거에 제거할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공급자들은 정부가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시행해 아파트 가격 하락 추세를 반전시켜 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침체국면이 계속됨에도 공급자들이 아파트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부동산 경기정점에 비해서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실수요자가 구입하기에는 아직도 가격 수준이 너무 높다. 또한 과잉물량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앞으로도 가격이 더 하락하리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이 아닌 시장가격 메커니즘 작동을 기다려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부는 몇 차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어 놓았다. 백약이 무효인 것을 확인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시장에서 아파트 과잉물량이 가격조정으로 제거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강도 높은 아파트 수요 진작 대책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그리고 시민도 실효성 없는 정부의 활성화 대책을 더는 요구하지 않고, 시장의 수요 공급 압력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도록, 즉 시장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러면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가격이 반등하리라고 믿는 투기자들을 포함해서 실수요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고, 아파트 시장은 침체를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기에는 좋은 투기와 나쁜 투기가 있다. 전자는 가격 변동의 불안정을 안정화시키는 투기이고, 후자는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투기이다.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 투기수요의 증가는 좋은 투기라 할 수 있다.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투기수요가 항상 좋은 투기인 것은 아니다. 가격을 지나치게 상승시켜 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것을 염려할 때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jsonn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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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향신문 (201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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