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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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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업종 간 경쟁과 경쟁의 미래, 그리고 규율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라고 질문을 하면 답은 소니, LG전자, 하이닉스, 파나소닉 등등 구구하게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서는 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일본의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와 엘피다 메모리 주식회사(エルピーダメモリ株式) 등이 있다. 한편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에는 도시바가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다. TV라고 하면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전통적인 강자인 소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소니는 브라운관 시대 어퍼처 그릴(Aperture grille) 방식을 사용하여 텐션 마스크 방식의 삼성전자보다 더 나은 텔레비전을 생산하였다고 전해졌고, 베스트 바이(Best Buy)나 서킷시티(Circuit City) 같은 전자양판점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다.


전통적인 경쟁의 양상


전통적인 경쟁은 알고 있는 플레이어 간의 경쟁이었다. 누가 선수인가를 알고 있고, 향후의 기술발전의 로드맵도 어느 정도 나와 있었다. 회로집적도를 예를 들어 보면 트랜지스터, 저항, 커패시터 등을 고밀도로 집적시켜 패키지화시킨 소자인 집적회로의 경우 집적된 소자의 수인 게이트의 수는 증가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고, 누가 빨리 집적도를 높이는가 하는 경쟁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초기 10개 이하의 게이트로 구성된 SSI(Small Scale Integration)에서 수백 개의 게이트로 구성된 LSI(Large Scale Integration), 수천 개의 게이트로 구성되어 복잡한 기억장치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드는 VLSI(Very Large Scale Integration) 등으로 발전하여 왔다. 이러한 집적도의 수준은 더욱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산업 내의 경쟁은 이러한 속도를 더욱 높였다.


경쟁의 새로운 양상


그런데 새로운 경쟁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메라시장에서의 경쟁자는 코닥, 캐논, 올림푸스 등의 정해진 경쟁자가 있었다. 생산자 관점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보자. 공원에 놀러간 아버지와 아들이 카메라 없이 간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러면 공원에 있는 일회용 카메라 매점에서 카메라를 살 수밖에 없다. 실제 코닥이 일회용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천천히 하려고 한 이유는 코닥이 자기잠식(carnivalization)을 통해서 스스로의 필름시장과 아놀로그 카메라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을 것을 우려한 탓이 크다. 하지만 이제 공원의 아버지는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으로 촬영을 할 수 있다. 휴대폰에 사용되는 촬상소자인 CCD(Charge-coupled device)의 경우를 보면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휴대폰에도 고사양의 촬상소자를 사용하여 우수한 성능과 많은 화소를 가지고 전용 카메라와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경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계열회사에서 카메라 사업을 넘겨받아 사업부로 광학부분의 사업을 하는 것은 회사 내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구글TV를 생각하여 보면 더욱 극적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에도 직접 또는 계열사를 통하여 카메라를 생산하던 업체이다. 그러므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경쟁의 지도에서 직접적인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구글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서치엔진으로 유명한 회사였고, 그 뒤 에릭 슈미트라는 좋은 경영자를 불러들였고, 광고회사로서 수익모델을 가지고 성장하였다.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계속하면서도 구글은 여전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인터넷에서의 경험을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모바일과 경쟁을 하고 있고, 하드웨어에 있어서도 ‘넥서스 원(NEXUS onE)’이라는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구글이 직접 하드웨어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IT업계에는 이미 전자분야의 신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설비투자에 대한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생산을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제조 및 서비스를 전담하는 생산전담회사인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가 등장하여 마치 반도체의 파운드리 업체들처럼 생산을 대행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대만의 HTC는 독자브랜드와 OEM방식의 생산을 병용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휴대폰 메이커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을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나이키가 브랜드 회사라면, 구글도 하드웨어는 EMS를 사용하고, 소프트웨어에서의 경쟁력과 영업력 등을 통하여 휴대폰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구글은 ‘구글TV’라는 스마트TV를 세상에 내놓는다고 한다. 구글TV는 필자가 보기에는 종래 차세대 거실의 가운데 위치한 기기가 “TV인가” 아니면 “PC인가” 하는 논쟁의 확장판으로 보인다. ‘구글TV’가 과연 TV인가 하는 점은 주먹을 쥐고, “내가 계속 주먹을 쥐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펼칠 것인가” 하고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하여 답하라는 것과 같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쟁은 TV와 PC는 이미 경쟁하고 있고, 서로 닮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격동하는 시장경쟁의 미래와 규율


이전의 경쟁은 경쟁의 상대방을 알고, 경쟁의 방식이 정해진 게임이다. 하지만 미래의 경쟁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들어오고, 시장을 깨고 나갈지 알기 어려운 시장이다. 부의 흐름은 바로 이 불명확성의 변화에 있다. 시장의 변화에 대하여 정부가 전통적인 규제의 틀을 가지고 미래 시장의 역동성을 규율하려고 하는 것은 시장과 이를 둘러싼 국가 경쟁력을 제한하는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격동의 시기에는 시장의 규율(market discipline)을 우위에 두어야 한다. 기존의 TV시장의 플레이어들에 한정하여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고 있다가 규제자의 규율에는 밖에 있지만 시장의 규율로는 이미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는 구글TV를 놓치게 되면 경쟁에 대한 법적 규율이 시장의 규율을 왜곡하게 된다.


IT시장에서의 규율은 블랙박스 속에 들어갔다. 시장은 그 힘을 직감적으로 알지만 이를 설명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격동하는 시장경쟁의 미래를 감안하면 이를 규율하는 경쟁규범의 모습은 더욱 더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최승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lawntec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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