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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상의 M&A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M&A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전면으로 개편한다는 점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M&A가 해당 기업의 사활을 걸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당연히 시장에서도 그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따라서 그 동안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M&A에 대하여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왔지만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선진국은 M&A에 대한 규제를 사법(私法)의 영역으로 넘긴 지 이미 오래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법(公法) 차원에서 이를 규제하는 데 익숙해 있는 듯하다.


M&A에 대한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가장 큰 명분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 스스로가 M&A를 견제하는 사법(私法)에 의한 규제, 즉 시장에 의한 견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공법(公法)에 의한 견제란 정부가 나서서 투자자 보호라는 기본원칙을 정해 놓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규제가 더 효율적인지에 대하여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자본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공법적 규제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우리 정부는 2007년 8월 자본시장법을 제정하면서 과거 증권거래법 제190조와 제190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합병 등에 관한 규제를 폐지한 바 있다. 이처럼 M&A에 대한 공법적 규제를 폐지한 이유는 현행법상 사법적 규제로도 충분하다는 의견 때문일 것으로 판단되며 당시만 하더라도 M&A를 통한 기업의 영속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런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법 제정 1년6개월이 지난 2009년 2월 3일 자본시장법의 시행에 맞춰 슬그머니 법을 개정하여 과거보다 더 엄격한 M&A 규제 규정을 신설하였다. 즉 M&A에 대해 과거보다 더 엄격한 공법적 규제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비상장법인이 우회상장을 위해 상장법인과 합병하는 경우에만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상장법인 간의 합병의 경우에는 신고만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9년 2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M&A를 하려면 금융위원회에서 정한 방법과 요건에 따라 할 것을 강제하는 규정을 제165조의 4에 신설하였다. 이는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의 합병에 대한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정한 시행령과 고시에 따라서만 합병할 것을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금융위원회가 이처럼 M&A에 대하여 강력한 공법적 규제를 가하고자 한 것은 아마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히 시행되어 58개 상장사가 퇴출되었거나 퇴출위기에 처해 있으며, 실질심사 시 우회상장에 대해 더욱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현행 자본시장법 제165조의4를 통한 M&A의 사전규제가 여전히 필요한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바로 시장거래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에 반한다는 점이다. 우리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4에서 상장법인이 ① 다른 법인과의 합병 ② 중요한 영업 또는 자산의 양수 또는 양도 ③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포괄적 이전 ④ 분할 또는 분할합병의 경우에는 금융위원회가 이에 개입할 수 있는 포괄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며, 시행령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2항에서는 합병가격 산정 시 자산가치ㆍ수익가치 및 그 가중산술평균방법과 상대가치의 산출방법은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합병가액은 평균 종가로 하고, 외부평가기관의 적정성 평가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주의할 점은 M&A 합병가액을 일괄적으로 정부가 정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자에게 손실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외부 평가기관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성을 판단하였을 때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할 때 법 위반으로 인해 M&A가 무산되는 결과도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장기업의 퇴출여부에 회계법인의 감사의견거절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합병가액의 적정성 여부는 외부평가기관의 적정성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2007년 8월 제정 당시 구 증권거래법에 존재하던 상법 회사편에 관한 27개의 특례조문을 폐지하고, 이를 상법에 이관시킨 바 있다.이에 따라 상법은 2009년 1월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그러나 결국 금융위원회는 이관시켰던 상장회사에 관한 상법 특례규정을 다시 자본시장법에 추가하여 17개의 조문을 신설하는 등 상장회사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과거보다 더 엄격히 이중으로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국 자본시장법은 당초 제정 당시와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개정작업이 이뤄짐으로써 우리 자본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본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의 시장개입은 반비례하게 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도 타당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 자본시장법상의 M&A 규제는 오히려 기본원칙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과도기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시기일지라도 진정 정부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원한다면 스스로가 시장을 신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의 취지대로 합병 등에 관한 규정 제165조의 4는 폐지해야 할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기업소송연구회장,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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