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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본질과 회사가치의 평가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던 포이즌필 도입을 위한 상법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통과도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포이즌필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는 회사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고 이러한 평가에 기초한 적대적 기업인수는 대상회사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전시켜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수 대상회사의 경영진이 이러한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을 경영권방어수단을 통해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결국 경영권방어 제도인 포이즌필에 대한 평가는 ‘자본시장’과 ‘인수 대상회사의 경영진’ 중 누가 대상회사의 진정한 내재적 가치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회사가치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의 기본원칙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현재 100만 원의 공장 부지를 구입하려고 한다고 해보자. 여기에 사무실을 지으면 1년 후 500만 원을 받고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공장부지 100만 원과 사무실 건축비용 300만 원, 총 400만 원을 투자하여 1년 후 500만 원의 소득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400만 원을 투자해 500만 원을 벌 수 있으니 당연히 남는 장사이므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성급한 판단이다. 오늘의 1원은 내일의 1원보다 더 가치가 있으므로 미래의 돈 500만 원의 가치를 현재의 돈 가치로 할인한 후 투입비용 400만 원과 비교해 보아야 한다. 현재 이자율이 5%라고 할 때 미래의 500만 원의 현재가치는 500/(1+0.05)= 476만 원이다. 현재 476만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1년 후 476×(1+0.05)= 5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미래가치 계산을 거꾸로 계산하면 현재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에는 항상 불확실성과 위험(risk)이 따르므로 할인율 계산 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위험한 1원보다 안전한 1원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따라서 공장부지에 투자하여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500만 원을 현재가치화하는 단계에서 확실한 500만 원보다 더 높은 할인율, 즉 앞의 예에서 ‘5%+리스크 프리미엄’을 적용해야 한다.


결국 투자의 기본원칙은 투자대상이 장래에 벌어들일 소득을 예측하고 이를 현재가치로 전환하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계산된 현재가치가 투입비용보다 크다면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의 기본원칙은 회사 전체의 가치평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란 유ㆍ무형의 자산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회사의 가치는 이러한 자산들이 미래에 발생시킬 소득흐름을 할인하여 현재 가치화한 것이다. 회사 자산의 미래 소득흐름은 예상매출액ㆍ상품가격ㆍ비용 데이터 등에 의해 결정된다. 완전 자본시장을 가정할 경우 이러한 모든 정보는 시장 또는 주가에 신속히 반영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의 소득흐름을 현재가치화하기 위한 할인율은 회사의 개별자산이 미래의 소득흐름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발생시킬 것인가를 고려하여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회사 대차대조표 대변항목의 자금은 모두 차변항목의 자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고 대차균형의 원칙에 의해 양변이 동일하다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즉 회사에 자본을 제공한 채권자나 주주들이 자금을 제공할 때 해당 회사자산의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여 요구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할인율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수익률은 현대 금융이론의 핵심인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에 기초하여 계산되고 있다. 여기서는 거래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완전자본시장’에서 ‘합리적 투자들’이 ‘모두 동일한 선호와 기대’하에서 자산의 위험을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자본시장은 모든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상태에 있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회사의 가치평가 역시 하나의 최적 평가만이 존재하게 된다.


결국 완전자본시장을 전제로 할 경우 자본시장은 회사의 내재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주식가치에 프리미엄을 붙여 매수를 제안하는 적대적 기업인수자의 행위는 대상회사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다. 현재 주식가격이 낮다는 것은 경영자가 회사를 잘못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반증하고 있는 것이므로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자가 기업을 인수 한 후 회사의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경우 회사의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대상회사 자산이 장차 창출할 미래 소득흐름과 할인율을 자본시장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주식가치는 회사의 내재적 가치보다 낮을 수 있다. 이때의 적대적 기업 인수는 진정한 회사의 내재적 가치 증진과 무관하게 일시적 차익거래의 동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경영권방어 제도의 인정 여부에 대한 견해 대립의 핵심은 적대적 기업인수의 대상이 된 회사의 내재가치를 경영권방어를 하려는 대상회사의 경영진과 자본시장 중 누가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이론적ㆍ실증적 연구에 의하면 회사의 내재적 가치평가를 위한 회사자산의 미래 소득흐름 예측과 이를 현재가치화하기 위한 할인율은 자본시장에서의 외부 투자자들보다 회사의 내부 경영진들이 더욱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1) 미국 법원 역시 회사의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와 시장가치(market value)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회사의 내재가치는 경영자가 시장보다 더욱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경영진이 포이즌필 등 다양한 경영권방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회사의 사업방향 기조와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합리적인 위협’이 존재하고 방어조치는 이러한 위협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상응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무엇이 합리적인가는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회사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장이 형편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경영자가 회사의 내재가치를 시장보다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자의 판단이 항상 옳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완전히 효율적인 자본시장’에서 ‘합리적 투자자들’이 ‘모두 동일한 선호와 기대’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전통적 시장균형이론에 기초한 회사가치 평가를 전제로 경영권방어 제도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균형상태의 완전시장을 전제로 할 경우에는 시장의 기능만이 존재하고 경영자의 역할은 설자리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경영권방어 행위는 그저 자본시장의 균형을 깨는 반시장적 행위로만 비춰질 수 있다.


반면 ‘제한적으로 효율적인 자본시장’에서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투자자들이 ’다양한 선호와 기대‘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볼 경우 시장의 본질은 균형이 아닌 진화적 과정(evolutionary process)으로 이해될 수 있다. 최근 경제학의 흐름, 즉 오스트리아학파ㆍ진화경제학ㆍ제도경제학ㆍ행동경제학 등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자본시장의 본질을 바라보고 있다.2) 여기서는 시장기능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역동성에 주목한다. 적대적 기업인수 상황에서 대상회사 경영진의 경영권방어 행위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경영권방어 제도가 회사의 내재적 가치 증진이 아닌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결국 최근 도입하고자 하는 포이즌필 제도 자체를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반시장적 제도로 간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의 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포이즌필 도입과 구체적 운용은 자본시장의 본질과 회사의 가치평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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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chael L. Wachter, “Takeover Defense When Financial Markets Are (only) Relatively Efficient,”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2003.

2) Razeen Sappideen, "The Paradox of Securities Markets Efficiency: Where to Next?," Singapore Journal

of Legal Studies, 200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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