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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 아닌 공교육 정상화가 관건이다


최근 자사고 재지정 취소 문제로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에서는 네 가지 종류의 학교형태가 제시되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리는 것이 부지기수다. 현 자사고 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은 형국이다.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수월성에 기반을 두고 출발한 자사고였지만 현 정부에서는 자사고 폐지에 대한 기조가 감도는 가운데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자사고 24곳 중 46%(11곳)가 교육청에서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제는 교육부 장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직업의 다양화, 디지털 경제의 활성화,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육의 패러다임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산업시대에 필요했던 일정수준 이상의 표준화된 인력이 아니라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하고 국제역량도 갖춘, 전문분야에 특화된 인력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교육제도나 교육방식도 이에 발맞추어 진화할 필요가 있으며 과거와 같은 획일화된, 평준화된 교육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에 맞추어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고 폐지를 염두에 둔 작금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는 시대를 역행하는 악수라 할 수 있다.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자사고와 같은 학교를 운영하지는 못할지언정, 평준화 정책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다양성을 억누르고 공교육 부실화를 심화시키는 과거 교육정책으로의 회귀는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에서는 공정한 심사에 따라 재지정 취소를 결정하였다고는 하지만 전주 상산고의 경우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80점이라는 과도한 수준으로 책정한데다가 평가항목 점수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된 학교와 승인된 학교만 공개하였을 뿐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점수는 공개하지 않아 평가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도 야기되고 있다.


자사고를 공교육 부실화의 원인으로 언급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공교육 부실화는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문제이지 자사고가 설립되면서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자사고는 공교육 부실화로 인한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추진된 학교 형태이고 교육의 다양성 및 자율성 강화를 위해 탄생한 학교라 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자사고 개수는 모두 합쳐봐야 43개에 불과하며 이는 일반 고등학교 1,556개의 2.8%, 전체 고등학교 2,358개의 1.8%에 불과하다. 43개에 불과한 자사고로 인하여 1,556개에 달하는 일반고의 공교육이 부실화되었다는 논리는 누가 들어도 과도한 주장이다.


자사고는 학생, 학부모, 교원 만족도 조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상산고와 해운대고의 경우 학생·학부모·교원 만족도 조사에서 만점(8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외에 지정 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대부분은 학교 구성원 만족도 점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 일선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교사들의 열정과 태도도 다르다고 지적한다.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에 학생들이 자동으로 배정되다 보니 위기의식이 없지만, 자사고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고 학교의 자체 재정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정원 미달은 학교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사고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고 선생님들의 열정과 노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사고가 입시학원화 되었다는 주장도 어폐가 있다.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의 주요 성과가 대학입시의 결과로 평가되는 측면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에 대한 부분을 소홀히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사고는 재정의 많은 부분이 재단전입금과 학부모의 수업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 및 학부모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만큼 교육수요자가 획일화된 수업과 교육프로그램, 산만한 학습 분위기를 벗어나서, 공부하는 습관 정립, 맞춤형 우수학습 프로그램 등을 원한다면 자사고는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며 불가피하다. 대입 중심의 교육이 문제가 된다면, 현재의 대학입시제도 개선이 먼저이지 이를 자사고만의 잘못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개연성이 결여된다고 할 수 있다.


정작 일반 고등학교에서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잘나가는 자사고에 딴지를 거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하향평준화만 야기할 뿐이다. 일례로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2013년 약 53.3조원을 기록했던 지방교육재정 지출액은 2017년 65.6조원을 기록하면서 연평균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막대한 교육재정을 투입했지만 고등학생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13년 22.3만원에서 2017년 28.4만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6.2%에 달했다. 지방교육재정 지출액 측면에서도 누리과정, 급식비 등 부자까지 포함하는 무상복지를 크게 확대한 반면 교수-학습활동에 대한 투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오히려 하위항목 가운데 학교평가관리, 수준별 교육과정운영, 창의인성교육운영, 외국어 교육활동 지원 등 25개 항목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어 교육의 질적 부분에 대한 투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및 폐지에 대한 논란은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측면에서,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한다는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과 만족도를 배제하고, 현 교육의 흐름을 무시한 채 정치적 혹은 이념적 가치관에 따라 자사고의 존립을 논하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수월성을 축소시키고 교육 수요자의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문제는 자사고를 축소 및 폐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사고의 사례를 참고하여 일반고의 교육방식과 교육프로그램을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투자하고,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장 / jsyo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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