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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경쟁이 해법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운영하는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는 놀란 만하다. 사실 이러한 비리는 많은 공공기관들이 보여준 보편적인 행태이지만, 이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분노가 더 높다. 이는 자선기부금이 국민들에게 주는 따뜻한 이미지와 이를 운영하는 기관도 기부자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비리사건을 단순히 몇몇 개인들의 도덕적인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제도의 문제로 봐야 한다. 지금의 제도하에서 이번 비리는 합리적 행동의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선의 의미와 정부 개입, 그리고 자선기부금 운영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


정부의 기능을 구분하는 데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하나는 Musgrave가 구분한 것으로 자원배분, 재분배기능, 거시경제 안정화 역할이다. 이는 재정학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이론이다. 그러나 공공선택(public choice) 이론의 창시자인 Buchanan은 이와 달리, 보호기능과 생산기능으로 나눈다. Musgrave가 재분배기능을 하나의 독립적인 역할로 강조한 반면, Buchanan은 재분배기능을 생산기능의 한 부분으로 해석하였다. 전통 재정학의 구조는 Musgrave 접근법을 따랐으므로 정부의 재분배기능에 대해 선호적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정부 역할을 보면 선진국일수록 재분배기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한국의 재정구조를 보더라도 내년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이다. 성장을 강조한 MB정부의 복지예산 비중이 분배를 강조하던 참여정부보다 더 빨리 증가한 것이다. 복지재정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의 대표적 예이다. ‘합리적으로 무지한(rationally ignorant)’ 유권자는 분홍빛 재분배정책에 표를 던지게 되고,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감성을 울릴 재분배라는 공짜상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그래서 세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복지예산도 점차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곧 큰 정부를 의미한다.


세금 확대와 복지예산 확충은 경제성장의 기반을 잠식한다. 먼저 세금을 올리면, 확보된 세수 자체는 문제가 없다. 민간부문의 재원이 공공부문으로 이전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은 경제주체들의 일하거나 투자할 의욕을 저해한다.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고소득층일수록 이러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높게 나타난다. 또한 복지지출을 확대하면 저소득층이 일하지 않고 정부 지출에 안주할 유인책이 작동된다. 그래서 세금으로 복지를 늘리는 큰 정부는 큰 사회적 손실을 야기한다. 우선 세금을 통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되고, 또 다시 복지지출을 통해 경제적 손실이 불어난다. 예를 들면 5조 원의 복지예산이 집행되었다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두 가지 형태의 경제적 손실비용은 5조 원을 초과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부는 세금을 통한 복지지출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정부의 보호기능만이 국가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역할이고, 이를 초과한 정부지출은 국가경제를 오히려 퇴보하게 한다1)고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보호기능은 GDP 대비 15%면 충분하며, 이를 초과한 정부지출은 장기적으로 민간경제에 대한 개입으로 인해 국가경제에 해가 된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가 재분배기능을 해야 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자선기부금을 통해서다. 세금과 같이 강제적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기부하기 때문에 기부자는 물론 수혜자의 효용도 증가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므로 경제적 순손실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자선기부금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누가 운용하는가이다. 물론 자발적인 민간의 기부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아닌 민간 모금기관이 나선 것은 옳은 방향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에 설립되었으며, 연간 집행액이 3,000억 원 수준으로 방대한 규모이다. 정부도 국민의 기부행위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인정책으로 뒷받침하였다. 즉 기부금에 대한 조세지원이다. 문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실질적으로 독점으로 운영되도록 조세유인책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현행 기부금에 대한 세제지원은 크게 법정기부금, 특례기부금, 지정기부금으로 나뉘어 있다. 법정기부금은 기부에 따른 조세혜택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특례기부금, 지정기부금 순서로 조세혜택을 준다. 현행법을 보면 기부법인에 대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특례기부금 기관인 반면, 다른 기관들은 지정기부금으로 분류되어 있다. 기부법인 입장에서 조세혜택이 높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따라서 조세유인책에 의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실질적으로 독점의 혜택을 누리게 되어 있다. 독점구조에서는 경쟁구조에서 볼 수 없는 비효율이고 비정상적인 행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모금회가 정부와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다 보니, 정부의 감독 및 감시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정부는 자선운영이란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기관을 상대로 정상적인 감독 역할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설립 이후 제대로 된 정부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자선을 발판으로 정부의 기본적인 감시망도 멀리한 채 제멋대로 기관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독점구조는 반드시 비리를 초래한다. 이번 모금회 비리행위는 절대 몇몇 개인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자선기부금을 운용한다고 해도, 독점구조는 장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구조를 잘못 디자인해서 야기된 결과이므로 구조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 독점 문제의 해결은 경쟁이다. 모금기관들이 경쟁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기부금에 대한 조세 유인구조를 단순화하고, 쉽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현재의 특례기부금 구분을 없애고,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으로 이원화하고, 모든 모금회 기관들을 같은 기부금 조세혜택 범주에 두면 자연히 모금회 기관들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자선기부 행위와 이를 운영하는 기관의 행위는 별개이다. 효율적인 조직은 경쟁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경제논리의 기본원칙을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 자선, 인권, 평등, 정의 등을 앞세워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한편에서는 독점적 비리를 즐기는 이해집단이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쟁논리는 모든 영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이 시대의 규범이다.


현진권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jkhyun@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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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wartney, James, Randall Holcombe, Robert Lawson, “The scope of government and the wealth of

nations,” Cato Journal, Vol.18, No.2, Fall, 1998, pp.16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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