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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기본에 충실해야한다


3일부터 열린 6월 임시국회에서 기업규제 관련 법안이 한창 논의 중이다. 원래 정부의 규제는 ‘바람직한 경제 질서의 구현을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제주체의 본원적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여야 의원들이나 정부의 각 부처에서 내놓는 규제 관련 법안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민주화’라는 옷을 입으면서 본래의 목적이나 입법 취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 강화방안을 보면 원래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목적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대기업 후려치기’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반기업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기업의 광범위한 경영활동을 제약하고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하게 할 규제 논의


금산분리 규제의 주요이슈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기존에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만 국한된 주기적 대주주 자격심사를 증권·카드·보험사 등 비은행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는 표면적으로는 건전한 금융회사 경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산업자본에 대한 지나친 자격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사대상을 최대주주 1인에 한정하지 않고 특수 관계인에 확대적용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건전경영과 무관하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법률에서 정하는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친인척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도덕적인 결함이 있으면, 대주주가 경영관련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대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경제연좌제’를 도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대주주 자격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준법성 또한 그 내용에 있어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다.1)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손해’까지도 배임죄로 성립되는 등 여러 가지 법리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법률위반여부만으로 결격사유가 된다는 것은 경영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된다. 또한 경영 건전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법률 위반의 경우에도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잉규제라는 문제가 있다. 결국 광범위한 경영활동을 하는 대기업의 특성상 대주주 자격 미달로 소유권 강제매각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금산분리 강화방안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대기업집단이 금융회사를 통해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의는 금융보험사가 투자자나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마치 자기자본인 것처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것에 최종적인 목적이 있지 않다면 현재의 논의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된 목적은 기업의 합리적인 경영을 유도하여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에 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의결권은 충분히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안은 대기업집단의 금융보험사가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에 지나친 제약을 받게 되어 경영권조차 위협받게 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 자본에 대항하여 경영권을 수호함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금융계열사 소유 지분의 의결권은 일부만 행사할 수 있는데다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취약해 진다. 이러한 결정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활동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국내 굴지의 계열사들을 외국 자본에 넘겨주면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위험 요소의 해체가 아니라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하는 것이 규제의 기본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자동차 할부금융(Retail financing)서비스인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arance Program)'을 전격 도입했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현대차를 산 지 12개월 안에 실직하면 구입대금을 환불해준다는 현대캐피털과의 협력으로 구상할 수 있었던 마케팅 캠페인이다. 이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불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제조업과 금융업의 융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모두 파이낸셜 서비스를 전담하는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한 매출액이 전체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금산분리 규제에 의해 금융회사와의 협공이 어렵게 된다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은 분명하다.


금산결합으로 인한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로 인한 경쟁력 강화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면 금산결합자체를 해체할 것이 아니라 그 위험 요소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것이 관련 규제의 기본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대기업의 의결권 제한은 재벌그룹의 부당한 경제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Back to basics(기본에 충실하자). 금산분리규제의 기본은 거대한 산업자본이 가지고 있는 금융회사를 빼앗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mkim953@ 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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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은행권 대주주에 대해 주기적으로 자격을 심사해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 51개 법률에서 벌금형 이상을 받

을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고, 불이행 시 6개월 내 보유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초강력’ 처벌 내용을 담고 있다.


KERI 칼럼_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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