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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책임한 서민금융 지원정책: 미소금융


추석이 다가오면 정부는 매년 서민생활안정 대책을 발표한다. 그 대책에 항상 들어가는 내용이 물가안정 그리고 서민에 대한 자금지원이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좀 더 일찍 서민에 대한 자금지원책이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기존에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운영하던 소액서민금융 사업을 재계 및 금융권 기부금을 포함시켜 ‘미소(美少)금융 사업’으로 확대 개편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서민생활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이러한 대책을 내놓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이 사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미소금융 사업’은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 휴면예금과 재계 및 금융권의 기부금을 통해 향후 10년간 2조 원 이상 기금을 조성해 영세사업자ㆍ전통시장 상인ㆍ프랜차이즈 창업 희망자ㆍ사회적 기업 등에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창업자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과거 서민을 대상으로 한 무담보 대출이 10년간 1480억 원에 불과했으나 미소금융 사업을 통해 향후 10년간은 2조 원 이상(연평균 2000억 원)이 공급되어 전국적으로 7등급 이하의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최대 25만 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공표한 대로 시행된다면 서민들의 생계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민금융대책의 비현실성


하지만 이러한 사업의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우려사항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이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이 대기업이나 금융권의 기부금에 의존하여 ‘미소금융’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다는 것은 해당 사업의 추진이 향후 문제가 생겨도 크게 책임질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정부가 ‘미소금융’ 사업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도 투입하지 않는 사업에 과연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왜 참여를 해야 하는가?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하지만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10년이라는 장기적인 과제는 매우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일단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고 대통령의 관심이 표명된 이상 어떤 형태로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는 기부금을 모집할 것이다. 아마도 대기업은 전경련이 나서서 정부가 제시한 금액을 회원사와 함께 협의하여 분담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며, 은행연합회가 은행들 간에 조정에 나설 것이다. 두 단체가 조정에 나서면 어느 정도 정부가 원하는 기부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2조 원이라는 자금 규모를 10년 동안 운용한다고 생각하면 매년 2천억 원에 불과하며, 이의 재원으로 우선 휴면예금을 사용하고 이어 나머지 금액을 수많은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나누면 개별 기업별로는 그 기부금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부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흐지부지하다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문제는 졸속 운영의 가능성이다. 정부의 추진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는 10월에 ‘미소금융’ 사업을 전담하게 될 가칭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설립한다. 이 재단이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컨설팅ㆍ교육ㆍ정보관리 등 총괄 기능을 수행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국에 200~300개 지역별 미소금융법인들을 설립하여 이 재단으로부터 대출재원을 지원받아 대출 및 회수ㆍ자활컨설팅ㆍ상담업무 등의 실무를 담당한다는 것이다. 지역 법인에는 대표자 1명과 직원 2~5명이 근무하며, 자원봉사 취지를 감안해 대표자는 보수를 받지 않고 기간요원은 월 100만 원 이하, 청년 자원봉사자는 최소한의 실비만 지급받는다.


이러한 운영방안을 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사전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정책 발표 1개월 만에 재단을 설립하고 이어 몇 개월 안에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지역 법인이 2~5명의 직원으로 상담ㆍ대출ㆍ추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10년 3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112만 원에 달하는데 100만 원 이하의 봉급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자원봉사자를 기준으로 이러한 급여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이러한 금융 업무를 책임지고 잘할 수 있을까? 창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금융기관에서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하기 힘들고, 설령 할 수 있다 치더라도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사업을 전국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국내에서도 ‘신나는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민간단체들이 이러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단체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자금 조달’이 아니라 창업자를 상담하고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자원봉사자 조달’이다.


세 번째 문제는 기존의 서민금융지원 제도와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왜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서민금융지원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하지 않는가? 외환위기 이후 서민금융을 지원하던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이 크게 위축되자 정부는 지역신용재단을 설립하여 영세서민에 대한 신용대출을 지원했으며 지원 대상으로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소상공인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해 왔다. 소상공인창업지원센터는 전국적으로 센터가 수립되어 있으며 상권분석을 비롯하여 다양한 창업관련 지원을 해오고 있고 자금조달 상담도 해오고 있다. 그야말로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최고 전문가가 모여 있다. 노동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러한 지원조직을 제쳐놓고 별도의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 정부가 과연 해야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 생각해 보면 이번 미소금융재단은 정부가 지원하는 다른 사업과 별도로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사업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서민금융지원이라는 업무가 새롭게 추가되어 그 동안은 주로 사금융 피해방지에 주력해 왔다. 아마도 이에 대한 일환으로 미소금융을 검토해 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서민이 대상이라는 것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로 이러한 배경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10년간 정부가 투자해 오고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배제한 금융위원회의 독자적인 사업추진은 문제가 있다. 해당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을 추진해 온 중기청과 지방자치단체ㆍ보건복지부ㆍ여성가족부 등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며 나아가 우리나라의 그라민 은행으로 불리어 온 ‘신나는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민간단체들의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


이번 정책과 관련하여 필자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이 정책이 서민을 울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소금융’ 사업의 지원자금은 비록 저리의 자금이라고 할지라도 이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돈이다. 과연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그리고 적정한 경영지원이나 사후관리 없이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대다수가 사업의 실패로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혀 더욱 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소득은 적지만 빚 걱정 없이 살 사람들을 더 큰 곤경으로 빠뜨릴 수 있다. 여기서 야기되는 더 큰 문제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들도 창업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어 경영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신규 창업자로 인한 무리한 경쟁은 사업체들 간의 동반 부실로 이어져 서민을 살리는 정책이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소금융사업이 성공하려면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기존에 금융제도의 미발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사업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서민계층이 많았다는 점, 서민들의 부족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투명성 결여를 전문 컨설팅그룹을 투입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고 경영자문을 해준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관된 정책추진과 대내외의 지원이 뒷받침될 수 있었던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미소금융은 그라민 은행이 성공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금융제도가 미발달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운영계획으로는 창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정부가 기존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사업과는 별도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고 민간의 참여만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는 환상이라 할 수 있다.


‘미소금융’ 사업은 서민생활안정을 위해 기업과 금융권은 자금을 지원하고 국민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미소금융’에서 필자가 우려하는 바는 정부가 “서민생활안정에 관심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 다른 우려는 정부가 “기부금을 내라고 하면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기부금을 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왜 기업이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정부도 돈을 내지 않는 서민생활안정에 돈을 내야 하는가?” 그리고 이런 발상이 “과연 아직도 가능한 가”라는 것이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이 어떻게 생각하면 다소 일방적이고 지나친 일면도 있다. 아직도 정책의 집행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있어야 하므로 이러한 정책을 기획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이 지적한 내용 가운데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수용하여 서민생활안정에 도움이 되는 정책집행이 되었으면 한다.


홍재범 (부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bhong@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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