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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담스와 여론 정치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존 아담스는 매우 특이한 존재다. 그는 미국의 초대 부통령이자 제 2대 대통령이었지만,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에 가려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또한 그는 건국의 아버지들(American founding fathers) 중에서 유일하게 재선에 실패한 정치인이었다. 그가 여론의 동향에 초연한 기질을 가졌던 탓도 있었지만, 정치적 동지이자 부통령이었던 제퍼슨이 사주하는 언론의 왜곡된 보도 덕택에 근소한 차이로 낙선하였다. 이 일로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이 나쁜 사이가 되었지만, 말년에는 다시 돈독한 우정을 회복하였다. 묘하게도 이들 두 미국 건국의 거인들은 같은 날인 1826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서거하였다.


아담스의 고집스러운 성품이나 정치적 혜안을 보여주는 많은 일화들이 있다. 그는 하버드 대학출신으로 미국 건국의 주역들 중에서 가장 풍부한 학식과 정치적인 경륜을 가진 인물이었다. 젊은 변호사 시절, 그는 보스턴 학살 사건에서 가해자들인 영국군 장교들을 성난 군중들이 조성한 공포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발포를 했다는 점을 들어 변호하였고, 그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미국 독립운동의 초기에 영국정부와 타협해야 한다는 여론에 맞서 독립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독립선언 및 독립전쟁으로 몰고 간 주역이었다. 그는 당시에 무명인사나 다름없었던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을 작성하게 하고, 별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워싱턴을 총사령관으로 천거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미국 헌법의 모델로 여겨지는 최초의 주헌법인 마사츄세트 주 헌법을 기초하였고, 존 마샬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하여 연방대법원의 권위와 삼권분립제도의 기초를 확립하게 만든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또한 그는 독립 후의 미국이 프랑스식 이상주의 보다는 영국식 민주주의를 따라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고, 취약한 미국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군대, 특히 해군의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프랑스와 직접 대결하기보다는 강화조약 체결이라는 당시로서는 인기없는 결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고비마다 대중적 인기나 일시적 여론에 끌리기보다는 국익을 위해 인기없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과감한 결단을 내린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가 적지 않았다. 건국 초기의 워싱턴, 해밀턴, 아담스, 제퍼슨, 그리고 이후의 링컨, 투르만, 레이건 대통령, 골드버그 상원의원 같은 사람들이다. 존 아담스는 비록 정치적 불운으로 가시적인 업적을 이룰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근년에 들어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연방 공화국의 초석을 놓은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재평가 되고 있다.


눈을 돌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상존하는 안보위협, 격변하는 국제정세, 지지부진한 경제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고 십수 년을 허비하고 있는 형국이다. 염려스러운 점은 조작되었거나 왜곡된 보도로 오염된 여론이 정치과정의 진행이나 정책추진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여중생 사망 사건, 광우병 파동, 반기업 정서 확산, 천안함 폭침 사건, 교과서 파동, 철도파업 사태, 세월호 참사 보도와 같은 일련의 사태들이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문제는 정치권은 이런 여론에 편승하거나 부추기기, 또는 비위 맞추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에 바빴다는 데 있다. 그렇기에 반체제 정당에 국고지원과 정책공조가 이루어지는가 하면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무더기로 도입되었다. 이런 무모한 정치적 행위들은 심각한 국력낭비를 초래하였고,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익보다는 연예인처럼 대중적 정서를 중시한다면, 이런 일은 계속될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문창극 총리후보지명 및 사퇴사태는 그런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왜곡된 보도가 대중적 정서를 자극한 경우임이 명백함에도 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 정치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창극씨의 낙마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의 표현대로 ‘진실보다는 사실만 본다’면, 우리사회는 어둡고, 비정상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직한 정치인을 찾는 일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장대홍 (한림대학교 명예교수, dtjaang@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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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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