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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권과 방송사 담합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공중파 방송사 간 분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K사와 M사가 S사를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S사가 2010~2016년에 벌어지는 동ㆍ하계올림픽과 월드컵에 대한 배타적 중계권을 따낸 것이 분쟁의 발단이다. S사가 공격적 경영을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동 중계를 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S사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M사는 박찬호의 야구경기에 대한 중계권을 놓고 모 케이블 회사와 비슷한 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내막은 이렇다. 박찬호 야구경기를 중계하던 M사는 박찬호 선수의 성적이 좋지 않자 중계권을 포기한다. 왜냐하면 시청률이 격감했기 때문이다(시청률은 곧 돈이다). 이때 한 케이블사가 박찬호 경기의 중계권을 사들인다. 사실 이는 도박에 가까웠다. 당시 누가 박찬호의 부활을 예상했겠는가? 하지만 박찬호는 부활했고 시청률은 반등했다(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국민적 관심사인 박찬호 경기는 공중파에서 중계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때부터 제기되었다.


문제는 돈(이윤)이다. M사가 중계권을 포기했던 것, M사가 포기한 중계권을 케이블사가 샀던 것, S사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산 것, K사와 M사가 S사를 고소한 것, 원인은 돈이다. 이른바 ‘쩐의 전쟁’이다. 돈, 즉 이윤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송사는 없다. 민영이든, 공영이든,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우리는 이러한 ‘쩐의 전쟁’이 공중파 방송사의 담합을 깨는 방아쇠(trigger)가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공중파 방송사는 그동안 쉽게 장사를 했다. 공동으로 중계권을 사고 같은 시간에 같은 경기를 중계해서 광고료를 나눠 가졌다. S사가 이러한 ‘게임의 법칙’을 깬 것이다. K사와 M사가 격분(激憤)할 만하다.


S사의 배타적 중계에 대해 K사와 M사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높은 중계권료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법 위반이다. S사가 중계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으며, S사의 배타적인 중계는 방송법 76조 3항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S사가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 자체는 국부유출 측면에서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단견(短見)이다. 효율적 경영을 위한 방송사 간 경쟁, 성과와 보상이 연결되는 책임경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방송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더구나 중계권을 공동으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다면 이는 공정거래에 반한다.


방송법 76조 3항은 ‘공적 접근권(Public Access Right)'에 관한 것이다.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이는 행사의 중계권자는 대다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에게 중계권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중계권자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소수에게만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두 가지이다. 국민 대다수가 시청을 원하는 행사는 무엇인가? 국민 대다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외국의 예를 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국민 대다수가 시청을 원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즉 공적 접근권의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S사는 공중파 방송사이고 TV 보급률이 90%를 넘기 때문에 S사가 배타적으로 중계하더라도 국민의 볼 권리가 침해된다고는 할 수 없다. 세 방송사 모두가 중계해야 공적 접근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중파 방송 3사는 공동 중계를 통해 담합을 유지해 왔다. 공적 접근권은 결과적으로 담합을 유지하는 데 악용되었다. 이제야 중계권 분쟁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방송시장의 후진성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이번 사태가 파국(破局)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담합을 통한 이득, 소송에서 질 가능성, 경쟁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방송사들은 타협할 것이다. 타협은 담합의 유지를 의미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S사에 약간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M사와 K사는 소(訴)를 취하할 것이며, S사는 중계권의 일부를 적절한 가격에 팔 것이다. 그 결과 공중파 3사의 담합은 깨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경쟁ㆍ효율성ㆍ시장경제라는 가치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jo3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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