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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지정제’ 도입, 득보다 실이 많아


얼마 전 정부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여 대기업과의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보호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1) 우선 2010년 10월 현재 582개의 사업이양 권고 업종ㆍ품목2)을 전면 개편하여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으로 설정하되, 사회적 합의의 의미를 갖도록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이러한 업종과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과 이양 실태를 위원회가 조사ㆍ공표함으로써 대기업의 자율적인 진입 자제와 사업이양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조정제도와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조사제도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력한 진입규제 정책의 추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생각하며, 정부의 강한 지원의지와 충정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제한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이 정책 추진은 운영상의 문제야기는 물론이거니와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폐해에서처럼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 역차별 문제야기, 관련 제품의 수입 유발, 기술발전 제약 등 우리 경제 전반에 여러 부작용과 폐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품목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ㆍ중소기업 간 합의를 도출할 만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 진화의 산물인 시장은 시장참가자들의 경쟁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해 나아갈 텐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나 품목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설령 특정시점에서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민간의 합의에 도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시장 환경변화를 반영하여 얼마나 자주 적합업종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지를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위원회에서 선정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준 설정 및 대상 업종 선정과정에서 민간 위원 모두가 수긍할만한 기준을 설정하고 적합업종과 품목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합의 도출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조차 검토대상 업종의 시장 환경은 계속 바뀔 것이다. 경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위원회와 같은 조직에서 적합업종이나 품목을 제때 설정하고 해제하는 것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의 선정은 사실상 정부 개입에 의해 이루어지고, 대-중소기업 간에는 동반성장이 아닌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중소기업 적합품목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국내기업들은 국내 조달 대신에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국내기업의 수입을 규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규제한다면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고, 규제할 수 없다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지정제는 오히려 관련 업종 기업들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예컨대 지난날 대기업의 문구류 산업 진입규제는 다국적기업인 3M의 국내시장 잠식과 국내 문구류 업계의 영세화를 초래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의 국내 조달 압박에 대해 외국 기업들이 제소하게 된다면 무역분쟁은 물론 무역차별 규제로 인한 WTO의 제재를 받게 될 소지도 있다.


넷째,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은 경쟁압력을 덜 받겠지만 대신에 관련업계나 조합 및 단체는 적합업종의 지정 및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적합업종 기준요건을 맞추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여 분산 소유하거나 기업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우지 않는 등 혁신 노력보다는 지대추구 활동에 진력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관련 기업 중에는 중소기업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회사를 두 개로 쪼개 분산 소유하면서 국내 시장을 사실상 90% 이상 독점하던 기업도 있었다. 대기업들은 고도 기술을 요하는 핵심부품이라서 해외 수입해 사용해 오다가 고유업종제가 폐지된 이후에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수입을 대체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와 같은 진입장벽의 설정은 어떤 형태로든 해당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또한 기술발전과 산업 간 융ㆍ복합화 급진전으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업종의 성격마저 바꿔 버리는 오늘날과 같은 시장 환경 하에서는 기술 융ㆍ복합 등으로 새로 개발된 제품들은 수입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3)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 중소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지원 정책방향은 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진입장벽을 허물어 경쟁은 촉진하되, 중소기업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들에 대해서는 생산성 향상, 품질개선, 기술개발, 경영혁신, 마케팅 및 시장 개척과 인프라 구축의 지원 등을 통해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실장, lbw@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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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는 2010년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제72차 국민경제대

책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

책’을 수립ㆍ발표한 바 있다.

2) 2010년 10월 현재 582개 업종ㆍ품목에 대하여 대기업 사업이양을 권고(중기청 고시)

3) 일례로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가운데 수도꼭지의 경우 재래식 수도꼭지만을 염두에 두고 중소기업 고유업

종으로 규제하였으나 호텔이나 고급주택 등에서 사용하는 온도감응식 수도꼭지 등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생

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국내 수요업체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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