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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비세 도입과 지방재정의 효율성 향상


우리나라 총 조세수입 중 지방세의 비중은 약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교육자치 예산을 제외하고도 2008년에 총 정부예산의 45%를 초과하였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중앙정부 이전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어 자치단체 예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의 심화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출의 비용을 낮추고 동시에 연성예산제약의 문제를 초래하여 자치단체들이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유인을 감소시킨다.

연성예산제약 문제를 쉬운 예로 들자면 부모에게 의존하는 어린이들의 경우이다. 이들은 주어진 용돈의 한도를 고려하지 않고 지출한 다음 용돈이 모자라면 떼를 써서 부모로부터 용돈을 더 받아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자치단체들은 필요재원을 스스로 조달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중앙정부에게 손을 벌려 재원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매년 되풀이되면서 이전재원을 통해 추가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당연한 재원확보 방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의 능력은 재정의 효율적 운영 여부가 아니라 중앙정부로부터 조달한 재원의 규모에 의해서 판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자치단체들의 효율적 재정운영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재원을 평균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정책수단으로 지방소비세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방소비세 도입에 대한 검토는 참여정부 때부터 시작하였으며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말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도 포함되어 2010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소비세 도입 논란은 지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도입이 순탄치 않은 것 같다.

지방소비세의 방식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공통적인 전제조건은 국민들의 추가적인 조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원 재배분을 통하여 도입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대안은 부가가치세 징수액의 일정비율을 지방소비세 재원으로 확보하고 이를 적절한 소비지표를 이용하여 광역자치단체에 배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논의된 유력한 소비지표는 민간최종소비지출이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방소비세 재원에 상응하는 크기만큼 중앙정부의 이전재원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다.

지방소비세 도입과 지방교부세 등 이전재원 감소의 정책조합은 자치단체들의 자체 재원 비중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므로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조합은 합리적인 논리적 반박에 직면하여 휘청거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방소비세의 도입에 의해 자치단체 사이의 재정력 격차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지방소비세 배분을 위한 소비지표를 무엇으로 하건 간에 수도권 등 재정력이 우수한 자치단체들의 배분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이므로 지방소비세 도입과 연계된 이전재원 감소에 따른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반면에 재정력이 열악하여 현재 지방교부세를 많이 배분받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지방소비세에 의한 추가 재원에 비하여 더 큰 이전재원 감소로 가용재원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지방소비세의 도입을 위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법안을 보면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고자 지방소비세 배분의 소비지표를 차등화하여 비수도권의 가중치를 높게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문제를 해결책이 아니다. 지방소비세 배분에 재정형평화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이것이 자치단체들의 자체재원이 아니라 지방교부세와 유사한 목적을 갖는 이전재원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자체재원을 확대함으로써 재정운영의 효율화를 달성하려는 목표는 공염불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중립성을 유지하되 자치단체들 사이의 재정력 격차를 확대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소비세를 도입하는 단순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재원배분을 고려하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대안은 지방교육재정을 포함시켜 재원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들은 각각의 조세수입의 일부를 교육자치단체에 이전한다. 특히 광역자치단체들이 교육자치단체에 이전하는 조세수입의 비율은 자치단체별로 다르다. 즉 서울시는 10%, 광역시와 경기도는 5%, 기타 도는 3.6%이다. 따라서 교육자치단체의 재원을 매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을 조정하면 재원을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재원이 증가하는 서울시와 같은 자치단체들은 교육재정 이전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그 규모만큼 중앙정부가 교육자치단체에 이전하는 재원을 지방자치단체를 위한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재정력이 우수한 자치단체들의 재정규모가 증가하지 않도록 조정하고 동시에 지방교부세 재원 감소를 최소화하여 이전재원을 통한 재정형평화 기능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교육정책당국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재정정책당국은 교육재정이 줄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며 교육정책당국도 지방재정분권의 발전이라는 국가적 목표의 달성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재정 형평성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지방소비세의 세율을 결정하지 못하고 소비지표에 의해 배분하므로 여전히 조세의 성격이 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이는 합당한 지적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방세제 현실을 고려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지방세 세목 중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세율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세목은 현재에도 여럿이 있으며 세율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수년 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산세의 세율결정권을 사용하였을 때 중앙정부는 이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여 세율결정권을 제약하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체로 세율조정보다는 각 세목에 해당하는 세원의 확대를 통하여 조세수입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지방소비세의 경우에 비록 세율결정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시켜서 조세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방법을 갖게 되므로 지방세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유력해 보이는 소비지표인 민간최종소비지출이 갖는 한계이다. 우리가 원하는 지방소비세의 모습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도가 올레길을 개발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에 따라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제주도의 지방소비세 수입은 증가한다. 이는 관광객이 제주도의 지방공공재를 이용하게 되므로 지방세가 갖추어야할 편익조세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최종소비지출에 의한 배분은 이러한 모습을 보장하지 못한다. 민간최종소비지출은 소비자의 거주 지역에서 파악하는 통계자료이므로 서울사람이 제주도에서 소비를 하였다면 그에 따른 지방소비세는 제주도가 아니라 서울에 귀속된다. 즉 지방소비세가 소비지에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거주지에 배분되는 특성을 갖는다. 각 개인의 소비는 소득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민간최종소비지출에 의한 지방소비세 배분은 각 지역에서 발생한 소비가 아니라 대체로 지역 주민의 소득에 비례하여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방소비세가 편익원칙에 입각한 조세가격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종소비지출이 이루어진 지역에 배분되도록 하는 소비지표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이상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지방소비세의 도입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지방소비세의 도입이 지방재정분권을 발전시키겠지만 그 자체만으로 지방재정의 효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방소비세의 도입 이후에도 지역 간 상당한 재정력격차는 불가피하며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에 의존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이전재원 배분이 자치단체들의 자체수입 확대 노력을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자체수입 확대를 역전시킬 정도로 과도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보통교부세, 분권교부세, 부동산교부세, 특별교부세, 국고보조금,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독립적인 다양한 이전재원제도에 의해 형평성 개선을 도모하면서 그 효과를 통합 조정하는 기능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지방소비세의 도입과 함께 이전제도를 개선하여야 지방재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만수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msj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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