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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와 개인 자유의 확장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맞이하여 여야 구별 없이 선심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민ㆍ중산층 취학 전 아동 무상 보육ㆍ교육, 농어촌 초ㆍ중ㆍ고등학생 무료급식, 장애인 연금제ㆍ장기 요양 보장제 도입, 쌀값 안정을 위한 쌀 20만 톤 매입을, 민주당은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영유아 무상보육ㆍ교육, 410만 명 빈곤층 지원 강화,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1) 대선도 총선도 아닌 지자체 단체장을 뽑는 선거에서 정당 차원의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민주주의의 뿌리가 지방자치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를 냉정하게 숙고할 때가 되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무엇이고, 그것을 발전시켜 우리가 궁극적으로 쟁취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도 함께 생각할 때다.


하이에크가 지적했듯이 민주주의는 사람들 사이의 입장 차이를 평화롭게 해결해 주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 주며, 공적인 일에 대해 시민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최선의 제도라는 점에서 인류가 발전시킨 훌륭한 정치제도의 하나이다.2) 그러나 다수결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특히 시장질서에 상당한 요구와 압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정당들 또는 후보자들 사이의 경쟁은 오로지 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다수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선심공약을 남발하게 하고, 이러한 경쟁은 투표권자들이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바라는 바 기대 수준을 점차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심지어 어떤 단체들은 표를 미끼로 후보자에게 거의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공약이라는 이름의 정치 약속은 시민들에게 투표를 통해 모든 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선거가 과열되면 될수록 투표권자들은 정치인의 약속에만 주목할 뿐 그 약속의 실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 약속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선거를 통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정치에서 복지기능의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권과 야권의 차이는 별로 나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의 문제를 두고 보더라도 여권과 야권의 주장은 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다만 양적인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의 점진적 확장을 주장하는 여권이나 전면적 실시를 주장하는 야권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별 차이가 없다. 무상급식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는 모두 국가 역할을 확장함으로써 국가의 지출을 늘리고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


투표를 통한, 다수결에 의한 정책결정은 정부지출과 정부의 분배기능을 확장하기 마련이며 성장의 동력인 개인의 자유를 축소시킨다. 선거로 실현되는 민주주의는 정부의 분배기능에 과다한 부담을 줌으로써 결국 국민 전체의 복지를 약화시키거나 파괴하게 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앞을 다투고 나오는 선심성 정책들은 취약한 지방재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거나 지방정부의 부채를 확대하게 된다. 어느 것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지방자치의 원래 취지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전하여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핵심은 중앙정부 권력의 축소를 통한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독립하여 자율성을 확장하려고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의 지방정부는 과도한 선심성 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다양화를 촉진하지 못하고 획일화로 치닫고 있다. 재정적으로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방정부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창출하여 삶의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확장해야 한다는 자신의 본래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지방정부의 독립과 자율은 결국 중앙정부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에 기초한다. 지방의 독립과 자유를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포기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지방자치는 실현될 수 없다. 지방선거의 초점이 지방의 독립과 자율에 맞추어지지 않는 한 지방자치는 허울에 지나지 않고, 개인의 자유 신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민주주의가 항상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지만 오히려 경제적 자유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은 항상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경제적 자유만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폐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민주주의를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길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를 개인의 자유 확장이 궁극적으로 문명의 진보에 기여하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자유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시민 교육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joongsop@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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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개 정당 ‘10대 공약’ 공개”, <경향신문> 2010년 5월 16일 참고.

2) 빅 조지, 폴 윌딩 지음, 남찬섭 옮김, <이데올로기와 사회복지>, 한울아카데미, 1994,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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