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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 중요한 것은 시청자 권익이다


재산법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에 대하여 재산권을 확립하고 그 양도와 이전에 따른 법률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한편,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재산법은 재산권을 확립하여 이를 기초로 사인(私人) 간의 거래가 활성화되거나 재산권이 분배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사인 간에 상호적인 외부효과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거래비용으로 인하여 자발적인 협상과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재산권의 확립을 통해 거래비용을 감소시켜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산법이 수행하는 두 가지 기능인 거래 활성화와 배분 사이에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재산권 확립을 통하여 자원은 배분되었지만 그로 인하여 거래가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자발적인 협상과 거래가 발생할 여지가 위축되는 경우이다.


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의 내용과 경과


최근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다채널 유료 방송매체인 케이블TV 사업자 사이에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행위를 둘러싼 법정 다툼에 대한 제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공중에 송출되는 지상파방송에 대하여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이라는 재산권을 갖고 있으므로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동의 없이 이를 재송신하는 행위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주장의 요지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기본적으로 저작권법이 정하고 있는 재산권 보호의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내렸다.


법원의 판단이 법제도가 정한 재산권의 존재와 그 행사 범위를 분명히 한 것이고 그것이 재산권을 둘러싼 그 동안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자원의 배분 효과와 함께 지상파방송 재송신권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도 활성화되는 것이 제도적 취지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판결이 선고된 후 케이블TV 사업자는 크게 반발하면서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또한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는 가입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급기야 주무관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는 한편, 법제도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통상적인 재산권 분쟁과 달리 일이 이렇게 꼬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의 배경에 대한 법경제학적 검토


지상파방송의 내용을 구성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이를 공중, 즉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송출하는 것이므로 비배제성ㆍ비경합성의 속성을 갖고 있다. 더욱이 지상파방송이 갖는 정보의 전달과 여론 형성의 기능을 생각할 때 시청자의 지위에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지역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기회가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드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상파방송의 방송신호를 수신하여 자신의 방송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에게 재송신하는 행위는 난시청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이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는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즉 지상파방송의 공중송신 행위나 케이블TV 사업자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행위나 사업적 이해를 떠나 이를 경제적으로 소비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수용하는 국민에게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미쳐왔다.


코즈 정리(Coase theorem)에 따르면, 이처럼 상호적인 외부효과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거래비용이 없고 당사자 간에 권리의 재조정에 관한 이익이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법적 개입이 없더라도 협상과 거래에 의한 자원배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러한 가정이 성립하기 어렵고 당사자 간 협상과 거래에 대한 장애요소가 존재한다. 먼저 거래 대상이 그 비용과 대가를 산정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라서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지상파방송 사업자 입장에서 케이블TV 사업자에 국한하여 지상파방송의 수신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없기 때문에 케이블TV 사업자 입장에서도 굳이 재송신 행위를 둘러싼 권리의 재조정 협상과 거래를 할 유인도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법이 선택한 방법은 지상파방송 사업자에게 동시중계방송권(저작권법 제85조)이라는 재산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원을 배분하고 재송신권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산권의 확립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IPTV라는 새로운 다채널 유료방송 매체가 등장할 때까지 재송신권에 관한 거래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이 될 수 있다. 첫째,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상 KBS1과 EBS 채널에 대한 의무재송신 규정이 존재하여 법제도 자체가 지상파방송 사이에도 법적 취급을 다르게 하고 있었다. 둘째,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재송신 행위가 지상파방송의 수신 가능범위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있었던 특수한 상황이 존재하였다. 그에 따라 지상파방송 재송신 행위와 관련해서는 재산권의 확립이 거래 활성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법원의 최근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상파방송 재송신권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요청


법제도가 지상파방송 사업자에게 동시중계방송권이라는 재산권을 부여한 것만으로 거래 활성화라는 기능이 발휘되지 못한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시청자의 지위에 있는 국민의 권익보호 문제가 제도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진 점이다. 법제도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재산권만을 확립하는 방식을 도입한 셈인데, 이러한 법제도에 기댄 당사자 간의 분쟁 해결을 통하여 지상파방송에 대한 접근성 확보라는 국민의 권익보호의 문제까지 아울러 해결될 실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법제도는 거래비용의 감소를 통한 거래의 활성화와 시장의 확대를 위해 효율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한 이익은 소비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지상파방송 재송신 분쟁의 발단이 거래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법제도 개선을 통해 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려면, 그 중심에는 시청자의 지위에 있는 국민의 권익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재송신 동의 제도, 의무제공 제도, 재송신 분쟁조정 제도 등과 같이 선택 가능한 제도를 도입하여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국민이 지상파방송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에 기초한 새로운 재산권 개념을 설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dshong@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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