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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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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개정, 서둘러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G20 정상회담은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국가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다. 이번 G20 정상회담으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국격(國格)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연일 신문지상에 발표되는 공직자의 비리, 인권이 유린되고 월급도 못 받는 외국인 근로자, 가족시간대에 반영되는 막장드라마 등 국격을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화염병ㆍ삼지창 등 무기가 판을 치고 과격시위대에 붙잡혀 매맞는 경찰관을 보면 국가의 품위가 하루아침에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과격시위를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는 ‘야간집회 금지규정(집시법 10조)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G20 정상회담을 통한 국격 향상은 제쳐두고라도 회담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집시법 10조에 대해 ‘합헌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률 공백을 막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이를 잠정적으로 존속시켰다. 따라서 6월 말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집시법 10조가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일정과 헌재의 합헌 불일치 판결에 대한 여ㆍ야 간의 의견 차이를 고려할 때 6월 말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24시간 집회를 허용하라는 것이 헌재의 취지이며 부득이한 경우 장소나 소음 규제에 대해 별도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광범위한 시간대에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나 야간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합헌으로 보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한 상태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우리가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를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화운동’으로 일컬어지는 집회시위의 덕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날의 집회시위는 불법적이었지만 ‘민주화’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고 공권력에 맞서는 집회시위자들은 국민들에게 애국자로 비쳐졌고 이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집회시위가 사적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점차 폭력적이고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격시위를 해야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정부의 관심과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계획적인 폭력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는 점점 폭력화되는 반면 경찰의 대응은 약화되고 공권력 경시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08년에 벌어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된 촛불시위는 심야시간대에 이뤄지는 집회가 얼마나 쉽게 불법화되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근거 없는 한 방송국의 기획보도 때문이기는 하지만 초기의 촛불집회는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모여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익집단들이 ‘촛불’에 편승하면서 공기업 민영화, 교육개혁, 한ㆍ미 FTA 등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무관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불법적 시위로 확산되었다. 촛불시위가 불법화되면서 인근 지역의 통행권과 영업권 침해 등 제3자에 대한 피해가 급증하였으며 나아가 외국인 투자 감소, 주요 국정과제의 지연 등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야기하였다.

지난날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집회시위는 헌법적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하지만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여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유발한다면 어느 정도의 제약이 불가피하다. G20 정상회담이라는 중대한 국가 행사를 앞두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는 한국인의 삶의 일부라는 부정적인 모습을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glc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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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0년 5월 7일 헤럴드경제 12면 오피니언란에 “집시법개정 서둘러야 한다”는 제목으로 게재된 칼럼

을 재작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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