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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매수(LBO)와 배임죄


최근 언론에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차입매수를 한 경영자가 배임죄로 처벌되었다거나 기소되었다는 뉴스도 종종 접한다. 그래서인지 차입매수라는 말은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차입매수’란 말 그대로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을 빌려 다른 회사를 매입하는 기업인수의 한 방법이다. ‘Leverage(지렛대)’라는 말은 경영학에서 흔히 ‘차입금을 이용한 투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지렛대를 사용하게 되면 동일한 힘을 사용하여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훨씬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듯 사업을 할 때 남의 돈을 지렛대로 잘만 사용하면 동일한 액수의 자기 돈을 투자하고도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렛대를 잘못 사용하면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의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자기 돈 100만 원을 투자하면 1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자기 돈 100만 원에 남의 돈 900만 원을 빌려 1000만 원을 투자하면 10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남의 돈 900만 원을 빌려 사용한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이자가 빌린 원금의 5%라고 한다면 100만 원의 이익에서 이자 비용 45만 원을 차감해도 55만 원의 이익이 남고 이것은 자기 돈만 투자했을 때의 10만 원보다 많은 액수이다. 특히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법인세 계산 시 손비로 인정되지만 자기자본인 주주에 대한 배당금은 그렇지 않으므로 차입금을 사용했을 경우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세후 수익률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는 남의 돈을 지렛대로 사용한 효과이다.


경영능력을 갖추고도 자금이 부족한 경영자가 남의 돈을 지렛대 삼아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킬 경우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데 LBO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실패하여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올리지 못한다면 차입금에 대한 원리금을 갚지 못해 파산이나 지급불능상태가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LBO가 단순히 남의 돈을 빌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정도라면 사회적으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자기 돈이 부족할 때 남의 돈을 빌려 물건을 사거나 투자를 해 이익 또는 손해를 보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고, 그 대상이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LBO가 특별히 문제되는 이유는 기업 인수자가 다른 기업(피인수 기업)을 매수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면서 자기 소유도 아닌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1)에서 이를 배임죄로 처벌함에 따라 기업인수 시장에서 LBO의 활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판결을 통해 LBO에 대한 배임죄 적용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갑(피고)은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인 A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A사를 인수할 주체인 투자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를 설립하여 대표이사가 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거액의 인수자금을 선뜻 대출해 줄 리는 없고 대출금에 대한 담보를 요구했다. 그래서 SPC의 대표이사인 갑은 금융기관에게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였다. 일단 SPC에게 인수자금을 대출해 주면 그 자금으로 A사의 상당수의 주식을 인수한 후 자기가 A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A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금융기관은 이를 받아들여 대출을 해주었고 계획대로 SPC는 정리절차에 들어간 A사를 인수하였다. 그 후 A사는 정리절차에서 벗어나 경영이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신의 임무를 위배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한 때 성립’하는 범죄(형법 제355조)이다. 기업경영과 관련해서는 이사(경영자)가 회사법상의 의무2)를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사적 이익을 취했을 때 적용된다. 대법원은 갑이 A사의 경영권 취득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A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빌린 돈에 대한 담보로 A사의 자산을 제공하여 담보권 실행의 위험이라는 손해를 A사에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갑이 담보권을 설정할 당시의 의도가 무엇이었으며 이러한 행위의 결과는 어떠했는가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갑이 A사의 자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면서 A사에게 손해를 입혀 자신이 이득을 취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갑은 SPC의 실질적 소유자였고 SPC는 A사 주식의 66.2%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A사의 손해는 당연히 갑 자신의 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갑이 A사에 손해를 입혀 이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또한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A사에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판례에서는 A사의 자산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실행될 위험이 발생했으므로 A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손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회사의 가치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회사의 가치평가는 일반적으로 금융경제학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문제이나 이것은 단순히 경제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해야 한다는 회사법상 이사의 책임범위를 결정하는 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법경제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경제학의 방법론을 동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자하느냐에 따라 장래에 회사가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이 결정되고 이것이 회사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는 금융경제학의 기본이론을 적용하여 이사의 회사법상 의무내용을 설정하자는 견해도 있다.3) 주주는 배당, 채권자는 자금회수를 위해 회사의 현금창출능력에 관심을 가질 것이므로 회사의 가치는 현금창출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위 사안의 사실관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리절차에 들어갔던 A사가 갑이 지배하는 SPC에 의해 인수된 후 경영이 정상화되고 현금창출능력이 증가되어 대출금에 대한 변제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따라서 A사 자산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실행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만 단편적으로 보며 회사의 손해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의 태도는 아쉬운 점이 많다.

잘못된 회사경영 활동을 바로잡기 위한 법의 개입방법은 다양하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상반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적 개입, 다양한 행정수단을 통한 행정적 개입, 그리고 유죄와 무죄의 선택밖에 없는 형사적 개입 등이 그것이다. 민사적 개입보다는 행정적 개입이, 그리고 행정적 개입보다 형사적 개입이 기업의 활동범위를 점점 더 좁게 한다. 특히 형사적 개입수단 중 배임죄는 시장에서 개인들 간의 거래관계에 손쉽게 개입할 수 있는 성격의 범죄유형으로 자칫 사적 자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미국 등 대다수의 국가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범죄유형이다. 특히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금융시장에서 배임죄를 확대 적용할 경우 기업금융 발전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배임죄는 소위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었을 때” 적용되는 범죄유형이다.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믿는 도끼(상대방)가 내 발등을 찍었는지(나를 배신했는지) 판단하기가 대체로 수월하다. 그러나 LBO를 이용해 기업을 인수한 경영자가 정말로 “회사의 발등을 찍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회사의 가치평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유죄 아니면 무죄라는 극단적인 선택만이 허용되는 형법으로 평가하고 통제할 만한 일인지 의문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혀서도 안 되겠지만 찍히지도 않았는데 도끼만 나무라는 것은 기업금융 발전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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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법원 2006.11.9. 선고 2004도7027 판결.

2) A회사의 대표이사인 갑은 상법 제382조(이사의 주의의무; 이사는 회사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

임사무를 처리해야 한다)와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의 의무를 부담한다.

3) Remus D. Valsan, Moin A. Yahya, “Shareholders, Creditors, And Directors’ Fiduciary Duties: A Law

And Finance Approach”, 2Virginia Law & Business Review 1, Spring 200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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