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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이 남긴 것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두 동강난 채 처참한 몰골로 인양된 천안함 선체와 꽃처럼 저버린 46인의 해군 전사자들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하지만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이었다. 한쪽은 다른 한쪽이 아무리 합리적인 증거들을 제시해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진영에 숨어 가명의 인터넷 리플로 속닥거렸다. 북한이 아닐 거라고. 그 동안 북한의 도발은 없었으니 햇볕정책은 선(善)하다는 그들의 지고지순(至高至順)의 명제가 신기루임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 분열의 실상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었던 많은 진실들을 밝혀냈다. 이번 발표는 우리 사회에 그 동안 잊힌 진실들을 함께 드러낸 것이다. 이제는 그 진실들을 곱씹어 보고 ‘앞으로’를 대비할 시점이다. 밝혀진 진실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천안함의 침몰은 누가 대한민국의 진정한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를 분명히 밝혀 주었다. 또 대한민국이 어려울 때 누가 도와주었고 누가 방관자였고 누가 방해자였는지를 알려주었다. 북한은 동족이지만 동시에 적이었다. 결국 햇볕정책 10년 동안 북한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사실 햇볕정책은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상대이지 적이 아님을 집요하게 국민들을 세뇌시켜 왔다. 적이 아니었기에 북한이 원할 때만 만나도 ‘대화’라 생각했으며, 무조건 퍼주면서도 ‘협력’이라고 간주했었다. 북한이 “조선은 하나다”라며 ‘민족공조’를 내세웠을 때, “그래 우리 민족은 하나지”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민족끼리 그럴 수는 없었다. 한민족끼리 밤에 몰래 침투하여 어뢰를 쏘고 달아나며 46명의 젊은 영혼을 흔적도 없이 수장시키고도 한 달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묵할 수는 없다. 그러다가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자 ‘증거’를 검열하겠다고 검열단을 보내겠다는 그 철면피한 태도는 북한 김정일 집단에 내재한 뻔뻔함의 극치이다. 왜 우리 군대가 김정일 집단의 검열을 받아야 하나?

둘째, 한국에 대한 중국외교의 본질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지 분명히 가르쳐주었다. 천안함 사건이 나자 미국은 대한민국을 위로해 주었고, 우리 국회보다도 먼저 미 상원의회는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우리 국회와 달리 미 상원의회는 만장일치였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천안함 사건의 후속대응으로 다자적(multilateral), 양자적(bilateral), 일방적(unilateral) 제재를 병행하는 전방위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을 한국 정부에 제시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 대응이 중국의 비협조로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국 ‘독자적으로라도’ 제재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미국은 자신의 동맹국이 침략당한 것으로 행동해 왔다. 믿음직한 동맹임이 밝혀졌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이미 1950년 6ㆍ25 전쟁에 참전하여 피로 북한정권을 보호해 주었고 국군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저지했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2008년 5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는 문구의 전환을 이명박 정부와 국내의 일부 친중파들은 한국과 중국이 마치 동맹국 관계라도 된 것처럼 떠들었다. 이러한 들뜸을 경계하며 복거일 씨는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2009)에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가 중국이 세운 외교적 틀에 따라 진행되어 왔음”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또 이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 되어 북한이 실질적으로 중국의 속국이 되었으며, 한국도 중국의 자장 안에 들어가 ‘알아서 기는’ 한반도의 핀란드화(Finnlandiserung)를 우려하였다. 천안함 사건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밝혀졌다.

셋째,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 기초인 합리적 토론의 한계를 밝혀주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합리적 토론의 한계는 이미 2008년 5월 광우병 파동에서 나타난 바 있다. 또 작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에서도 나타났었다. 광우병 파동 때 진보라고 지칭하는 학자ㆍ운동가ㆍ야당 정치인들ㆍ일부 언론들은 미국 소고기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작년 노무현 대통령 자살 때에는 검찰의 강압수사가 자살의 원인이고 자살은 곧 순교에 해당한다고 강변했다. 그들에게 천안함의 침몰 진실게임은 미국이 한 것 아니면 해군의 자작극이었다. 모든 증거가 선박이 노후해서도 아니고 암초에 걸린 것도 아니며 미국 잠수함과 부딪친 것도 아니고, 함정에 실은 폭약이 폭발해서도 아님을 증명해도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민주주의에는 토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민주화 투쟁을 본업으로 삼았던 야당 인사들조차도 국제적 합동조사단이 발견한 증거는 불신하고,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도외시한 인터넷의 ‘유비통신’이나 ‘카더라 통신’은 적극 신뢰하며 조작설을 수용했다. 그들은 자신과 상대 주장의 합리적 근거를 비교해서 결론을 내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진영의 주장이라면 무조건 신뢰하는 외눈박이였던 것이다.

사실 정상회담의 대가로 달러와 물자를 줘 김정일 정권을 잘못 길들이고 핵개발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지어줌으로써 남한 정부를 김정일 정권에 우습게 보인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천안함 사건의 원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우리 사회의 자칭 진보인사들이 가진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짝사랑, 보수 세력에 대한 분노, 낭만적인 중국관, 왜곡된 주장에의 매몰 모두 직간접으로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산물임이 드러났다. 아울러 천안함 사건 전까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도 애매한 초기 대응에 책임이 있다. 결국 천안함 사건은 이렇게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햇볕정책’이라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천안함 사건으로 순직한 46인의 용사들을 오래 기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iyki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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