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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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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복지는 기업에 의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필자는 과거 교수로 재직했던 Columbia대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다. 연초에 Columbia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경제위기를 분석한 대표적 명저로 손꼽히는 Fault Lines의 저자로서 글로벌경제위기 이후 가장 신뢰받는 경제학자로 선정된 Chicago대 Rajan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Rajan 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이 경제의 유기적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신성장동력 확보를 저해하여 저성장으로 이어진 것을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산층 붕괴와 소득 양극화의 근본 원인으로 규정했다. 또한 자동화, 컴퓨터화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는 사무직과 생산직 공히 숙련노동자의 반복작업을 기계로 대체했으며, 세계화는 비숙련노동자의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시켜 선진국에서 일자리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식기반경제의 급진전으로 인해 지식노동자들의 가치 창출은 높아져 이들의 보수가 급증함으로써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Rajan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위기 직전 미국이 취한 저금리 기반 신용 확대 정책이나 유럽이 취한 복지의 과도한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저성장을 고성장으로 돌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교육과 혁신, 신성장동력 창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지위주의 경제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큰 타격


필자 역시 신문 칼럼, 강연, 저서인 ‘스마트경영’ 등에서 비슷한 주장을 해왔기에 크게 공감했다. 최근 한국에선 복지가 화두가 되면서 성장이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수구 보수 취급 받는 분위기이다. 저소득층 및 서민을 대상으로 한 '복지' 및 '사회안전망'의 확대에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추산에 의하면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5년간 최대 총 340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 정도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경제의 활력을 죽일 정도의 과도한 증세로 이어지거나 윗돌 빼서 아랫돌을 고이는 형태로 다른 예산을 빼서 복지에 집중적으로 넣어야만 겨우 충당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Rajan 교수가 매우 강조한 교육 예산이나 혁신, 신성장동력 창출 기반 마련을 위한 예산은 선거에서 표가 되지 않는 예산이기에 이런 예산이 먼저 감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결국 어떤 경우든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그것도 소위 '보편적 복지' 형태로 예산이 대폭 증액된다면 Rajan 교수가 경고한 것처럼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큰 타격을 주어서 오히려 실업율을 대폭 높이고 양극화 문제는 보다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미 한국의 경우 2008년 이후 4년간 연 평균 3.1% 성장하여 저성장 기조에 들어가 있고 향후 저출산 고령화가 진전되면 더욱 성장잠재력이 저하될 것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궁극적으로 최고의 복지 및 양극화의 진정한 해법은 무엇인가? Rajan 교수도 강조했듯이 일자리, 특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잘 창출되지 않아 실업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얇아진 것이 소득의 양극화와 복지 수요 증대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현실을 보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려 외국인 근로자라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20대의 80% 이상이 대학을 졸업하는 현실에서 높아진 눈높이에 부합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잘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 위주의 경제정책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남유럽 경제위기의 교훈


최근 남유럽 경제위기를 보면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경시한 복지 위주의 경제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잘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복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근본적 경쟁력이 저하하여 경제위기에 직면하였고, 어떻게든 디폴트를 모면하기 위해서 강력한 긴축 요구와 대규모 실업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리스의 비극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에도 20대 청년 실업률이 50%를 넘어가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만한 산업이 태부족한 상황이기에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분명히 따뜻한 자본주의와 복지 확대가 시대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는 필자도 공감하지만 그 해법이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경시하면서 지나치게 포퓰리즘 적으로 흘러가서는 안 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지식기반서비스업에 대한 집중투자가 필요


그러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 가장 중요한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주로 제조 분야 대기업이 담당해 왔다. 그런데 지식기반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보다 많이 창출하기 위해선 지식기반서비스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은 계속 중요하지만 투자가 이루어지더라도 자동화 등으로 인해서 더 이상 고용이 많이 창출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이 잘 할 수 있지만 규제의 제약으로 잠재력을 발휘 못하고 있는 지식기반서비스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대표적인 고용 창출형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으로 최근 외국인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태국에 비해서 외국인 환자 유치 규모가 10%도 못 미치는 의료서비스산업을 많이 이야기해 왔다. 이미 성형수술, 남성수술, 치과 임플랜트, 로봇 수술 등 주로 비의료보험 영역과 한방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의료서비스산업만 태국 수준 이상으로 육성한다면 의료서비스산업은 물론 연관 산업인 관광/쇼핑/운송서비스업 등에서 수 십만명의 양질의 고용을 신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들은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공헌하는 한편으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중소기업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기반경제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지식 기반 벤처의 육성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절실하다. 최근 개방적 혁신 (open innovation), 산업 생태계에서의 혁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기업/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육성은 대기업 스스로의 중장기 경쟁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의 신성장동력 창출 노력을 도와 주면서 상생협력 및 벤처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지식기반경제에서 혁신 선도국이 되어 양질의 고용을 많이 창출하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정부가 교육, 특히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창출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육성은 현 단계 한국 경제와 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따라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 즉 교육 투자, 혁신 기반 강화 및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투자는 계속 강화되어야 한국이 선진국으로 올라가고 청년 실업 및 양극화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js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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