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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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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방식 바꿔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위원장 선임 문제로 초기부터 삐꺽거리더니 지난달 말까지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제출시한을 2주일이나 넘겨서 지난 13일 새벽 결정했다.


지난 6일에는 사퇴의사를 철회한 사용자위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노동계위원들이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한 노동계위원은 사용자위원에게 물까지 뿌리는 행패를 저질렀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최저임금의 결정과 관련된 이와 같은 노사갈등은 연례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이 노사정 합의로 결정된 해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어느 해는 사용자위원이 퇴장하고, 어느 해는 근로자위원이 퇴장하고, 어느 해는 공익위원 중 일부가 퇴장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올해의 경우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면서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하면서도 정책연대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복잡한 속사정 그리고 경제위기가 극복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어려운 서민생활 등의 이유로 그 어느 해보다도 갈등 수위가 높았다.


2012년 올해보다 6% 올려 시간당 4,580원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4,320원(시급 기준)보다 1,090원(25.2%) 인상한 시간당 5,410원을, 경영계는 동결할 것을 주장하면서 시작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공익위원들은 올해보다 260~300원 오른 4,580~4,620원의 구간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었다. 대부분(?) 노동계위원들의 불참 속에 7월 13일 결의된 최심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6.0%, 260원 오른 공익위원 조정안 중 가장 낮은 4,580원으로 결정하였으니 경영계로서는 사퇴의사를 번복하고 회의에 참여한 성과(?)를 조금이나마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1)


4월말 기준 5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이 4.2%, 5월말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인상률이 5.2%인 것을 고려하면 6.0%는 결코 낮은 인상률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들은 최저임금에 기준하여 시급을 받는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등은 이번의 최저임금의 결정에 매우 실망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집회 등을 통해 노동계, 정치권,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기대수준을 높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하겠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것이 모든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높아져서 급여가 올라가는 근로자도 있겠지만 해고를 당하거나 고용기회를 얻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경제의 본질적인 속성이다.


몇 해 전에 경비직과 같은 감시, 단속 근로자(감단근로자)의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자2) 많은 아파트들이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전환하거나 경비직의 근무일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여 경비직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월급여액도 올라가지 않고, 일부는 일자리를 잃게 되는 어처구니가 없는 결과가 나타났다.


2008년 감단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비율이 30%에서 20%로 축소되었을 때 많은 아파트에서 대부분 고령 근로자인 경비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실제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2,436원에서 3,016원으로 23.8% 올랐기 때문이다.3) 무인경비시스템이나 동별 폐쇄회로TV, 중앙초소 집중화 등의 설비 개선을 통해 경비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이다.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업체들은 대형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민을 대상으로 무인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의 비용대비 편익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초기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2~3년이면 투자한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무인경비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다. 2008년 감단근로자에 대한 감액비율을 내리면서 실질적으로 아파트경비원의 급여가 20% 이상 오르자 많은 아파트단지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했다.


경비원들의 최저임금이 오른다 해도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가 꼭 오르는 것도 아니다.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여 월급여액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시켜 주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감단근로자에 대한 감액조치가 없어지므로 아파트경비원의 최저임금은 2011년 3,456원에서 32.5% 인상되어 2008년과 같은 아파트경비원의 대량해고 사태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4)


최저임금의 수혜를 받은 근로자의 89%가 30인 미만 사업장, 41%가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을 올려주어야 하는 사업주의 상당수가 영세사업주인데, 특히 올해는 7월부터 주 40시간제가 5〜19인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해주어야 하고, 12월부터 4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도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므로 내년도에 영세사업주들이 받게 되는 임금비용 인상압박은 어느 해보다 크다.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53만 명인데, 이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과 연동되어 있어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면 내국인 근로자들이 오지 않아 외국인 인력을 쓰고 있는 이들 중소업체의 비용부담 증가도 우려된다.


노사는 의견만 제시하고 공익위원들이 결정… 정부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최저임금을 노사정이 협의하여 매년 정하는 경우 연례적인 임금교섭의 전초전 양상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어 (필자도 참여한) 최저임금제도 설계 시에 적용시기를 9월 1일로 했는데,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에 1월 1일로 변경했다.


일부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결정에 국회가 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국회의 파행적 행태를 볼 때 아주 불합리한 주장이다. 오히려 노사정이 참여하는 지금의 방식이 아니라 노사는 의견만 제시하고 공익위원들이 결정하여 정부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최저임금법에 나와 있는 대로 유사근로자의 임금, 생계비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길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제1조는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논리나 조직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저임금 근로자의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추어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림> 최저임금 및 감단근로자 최저임금 추이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bpark@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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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영계가 사퇴의사를 번복하여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한 것은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되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 내년도에 새롭게 직장을 구한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고 최저임금

에 연동되도록 법에 정해진 20개 이상의 여러 지급기준의 예산단가를 결정할 수 없어 큰 혼란이 예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 현재 아파트경비원, 청원경찰, 주차관리원, 건물의 냉난방관리원 등 근무시간이 연속적이지 않는 근로자(법

적 용어로 감시, 단속(감단)근로자)에 대해서는 법에 정한 최저임금보다 20%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다.

3) 노컷뉴스, 「최저임금 인상 여파… 아파트경비원 감원 태풍부나?」, 2009. 1. 2.

4) 서울신문, 「감단근로자 최저임금 딜레마」, 2011년 4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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