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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을 넘어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논의할 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도 2년이 지났다.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들은 747 공약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켰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제2의 도약을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정책방향은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시위에 밀리고 정치적 포퓰리즘에 빠져 초기의 정책들이 하나둘 굴절되어가는 모습에 실망을 한 국민들도 많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밀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발 빠른 대응이 실망하던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7.8%에 달하고 있으니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의 놀라운 경기회복은 과감한 금리인하와 적극적인 재정정책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평가가 올바른 것인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볼 일이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출구전략 이행 시기에는 이견이 있지만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기간에 동원했던 정책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비정상적인 낮은 금리와 과도한 재정지출이 가져올 부작용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인위적인 저금리가 지속되면 시점 간(intertemporal) 자원배분이 왜곡되어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것이 저금리 정책의 맹점이다. 시장이자율이 자연이자율보다 오랜 기간 낮게 유지되면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현재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기업은 자본재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투자를 하고 소비자는 과잉소비를 하게 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자신이 과오투자를 하고 과잉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시점부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자본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기는 급격히 하강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저금리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예가 금번 미국발 금융위기이다. 미국경제는 2001년 말 엔론(Enron)의 파산보호신청 이후 사실상의 회복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지 못한 미 연방준비은행은 오히려 2003년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하였다.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이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가 지속되다보니 거주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의 주택구입 대출이 급증하는 등 거시경제 전반에 버블이 형성된 것이 금융위기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과도한 국가채무는 한 국가의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국가신용도가 하락하여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자본이탈이 가속화되어 결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국채발행이 어려워질수록 세금인상이 불가피하고 세금인상은 경제를 위축시켜 재정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은 GDP 대비 35.6%에 달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국제 통계기준과 달리 공기업 부채 등 우발성 채무를 포함하지 않고 있어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적자성 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국가채무 수준을 걱정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적자성 채무가 2001년에 35%이던 것이 2009년에 46%로 치솟았다. 적자성 채무는 대부분 재정적자 때문에 발생한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이다.


재정지출은 취약한 부분을 선별하여 선택적으로 재원을 사용할 수 있고 효과가 매우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권을 잡으면 누구나 재정지출 확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정부가 나서서 보살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취약한 부분에 대한 지출은 효율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계기업 지원, 공공 일자리 창출,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인위적 도시개발 등은 정권이 인기를 얻고 일시적인 호경기 효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잠재성장률 향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다. 정부가 취약한 부분을 찾아 선별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기 쉽다. 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되면 정책방향을 예측하고 이에 편승하려는 경제주체들이 늘어난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키워 재정정책의 효과는 반감되게 된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재정지출은 아무리 합리적이라 해도 재량적(discretionary)인 것보다는 준칙(rule)이 낫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반면 감세정책은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특정 정책으로 일목요연하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지고, 생산요소와 재화가 국경을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자본과 고급인력은 세금부담이 적은 나라로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의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책효과가 더디게 나타나지만 많은 국가가 경쟁적으로 세금을 인하하여 자본과 고급인력을 유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저금리 정책으로 발생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저금리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저금리 정책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아직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재의 저금리 기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가상승이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고 가계부채의 부담이 우려되고,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의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일본의 자산버블에 이은 장기불황, 그리고 미국의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근본원인이 저금리 정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채무가 지금처럼 빠르게 증가한다면 PIIGS 국가들의 위기가 남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일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감세를 통해 시장을 키우고 재정지출을 억제하여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고 작은 정부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출구전략의 시행시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단기적인 경기회복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발전 전략이 모색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금리를 인상하여 자금이 생산적 투자처를 찾아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재정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glc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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