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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의 조건


경제시장의 조건 - 소비자 주권


시장이 건강하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현명한 의사결정 즉, 선택이다. 시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밀당’을 하면서 자신의 효용(만족,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말 그대로 하나의 場이다.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생산자의 선택을 결정하는데, 이를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생산자는 끊임없이 소비자의 ‘눈치’를 본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혹은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물론 생산자가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것은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생산자 자신을 위해서이다. 시장에서는 눈치를 잘 보고 소비자의 요구나 수요에 잘 맞추는 생산자만이 선택되고 살아남는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생산자는 자연스럽게 시장으로부터 퇴출된다. 시장은 이렇듯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받기 위한 생산자의 노력에 의해 건강하게 진화한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어느 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에 갔는데 가지고 있는 예산에 맞는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때 소비자로서 나는 크게 두 가지 조건 하에서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이 없어도 지금 당장의 생활에 별 무리가 없는 것이라면 나는 구매를 포기할 것이다. 급하지도 않은데 굳이 조급하게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물건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구매행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만일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이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인 경우이다. 일단 원하는 수준의 상품이 없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은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당장 꼭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구매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에는 내게 꼭 맘에 드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선택 가능한 물건 중에 그나마 괜찮은, 즉 차선의 상품을 구매할 것이다.


경제논리와 유사할 수 있는 정치시장의 조건


이 같은 상황은 선거가 이루어지는 정치시장도 비슷하게 발생한다. 정치시장에서 정당은 일종의 생산자처럼 정치후보를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인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생각있는(!) 정당이라면 선거에 내놓을 후보를 선출할 때 정당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한다. 이는 마치 생산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과 같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은 경쟁력 없는 정당을 의미하며, 그 정당은 당연히 정치시장에서 퇴출된다.


경제시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시장에서 유권자가 가장 행복한 상황은 내가 정말 좋아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선거에 나오고 그 또는 그녀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정치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후보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시장에서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다.


우선, 특정 후보의 선택이 누가 되든 내 생활에 큰 변화(편익)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나는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왜냐하면 투표행위는 기본적으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좋은 후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수집 비용이 있을 것이고, 또 실제 투표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투표장에 가야하는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 경우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런데 만일 꼭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는 나는 차선의 선택을 고려하게 된다. 즉, 꼭 내가 원하는 후보가 아니더라도, 후보들 가운데 그나마 내가 원하는 생각과 비슷한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유권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가능하게 해줘야하는 정치권이 되어야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정당이 어떤 후보를 내었으며, 유권자들은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최선을 선택할 수도 투표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차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당신에게 어떤 선택을 하게 하는가.


투표는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투표는 어떤 강요와 설득에 의해 강제될 수 없는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며,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정치시장이 건강하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을 받기 위한 정치권의 끊임없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유권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우리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김성준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songjune@knu.ac.kr)


* 필자의 생각에 도움을 주신 경북대학교 김윤상 교수께 감사드린다.


KERI 칼럼_20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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