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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EU FTA 서명의 의의와 과제


한국과 유럽연합(EU)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2007년 5월 시작한 이후 2009년에 타결하였고, 2010년 10월 6일 양측이 협정문에 정식으로 서명하여 발효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정식 서명 이후의 절차는 한국과 EU 개별 회원국들의 비준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EU의 경우 개별 회원국들의 비준 이전에 잠정 발효가 가능해 한국에서 비준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EU 의회의 동의를 거쳐 내년 7월 1일 잠정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경제통합을 이루게 될 자유무역협정이 조만간 실현된다.


한국과 유럽연합의 FTA 협상 타결에서 정식 서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유럽연합이 27개국으로 구성된 국가연합체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협정문을 유럽연합의 22개 언어 등 23개 언어본으로 번역하는 작업과 더불어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도 진통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협정의 발효가 예상보다 6개월 지연된 것도 결정적으로 유럽의 주요 자동차메이커 중 하나인 피아트가 위치한 이탈리아의 강력한 반발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ㆍEU FTA의 체결 및 서명까지의 과정에서는 무역자유화 추진에 있어서 항상 걸림돌이 되고 있는 다양한 이익집단의 개방에 대한 반발과 더불어 국가연합체라는 EU의 특성으로 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발효를 눈앞에 둔 한ㆍEU FTA의 의의 및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한ㆍEU FTA는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EU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게 됨을 의미한다. 2009년 기준으로 EU의 GDP는 16조4천억 달러로 미국의 14조3천억 달러를 능가한다. 또한 EU는 우리에게 있어 두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이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이다. EU는 미국에 비해 평균관세율이 높고, 특히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들의 관세율이 높아 EU와의 FTA는 세계 최대시장에 대한 시장접근의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ㆍEU FTA는 자유화 수준이 높은 포괄적인 FTA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과 EU 양측은 공산품 및 임산물 전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합의하였다. 또한 농수산물에 대해서도 EU는 모든 관세를 5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하였고,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개방에서 제외하였고 일부 품목에 대해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농수산물에 대한 장기에 걸친 관세철폐에 합의하였다.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자유화는 한국과 EU 양자간의 교역 규모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교역의 증대와 더불어 국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와 같은 효율성 제고와 더불어 개방에 따른 경쟁의 심화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와 같은 양자간 개방의 확대를 통해 좋은 품질의 다양한 제품들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의 후생도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ㆍEU FTA의 또 다른 특징은 상품에 대한 양허뿐만 아니라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경쟁 및 무역원활화까지 자세히 규정한 포괄적 FTA라는 점이다. 특히 서비스 및 투자 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개방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외국인투자의 증대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이 제고되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부문은 한ㆍ미 FTA와 유사한 높은 수준의 개방을 규정하였다. 예를 들면 법률, 회계, 세무 등 전문직 서비스의 단계적 개방 규정, 일정 조건하에서의 신금융서비스의 허용 등은 한ㆍ미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FTA를 계기로 높은 경쟁력을 지닌 유럽의 지식기반 서비스의 국내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국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EU 측의 서비스, 투자 부문은 우리보다 훨씬 넓은 수준으로 개방되어 우리 기업들의 EU시장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괄적 FTA의 특징은 무역뿐만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양자간 협력을 촉진시킨다는 점이다. 이는 FTA의 효력 발생과 더불어 제도적 변화가 자연스럽게 나타남을 의미한다. 유럽의 선진적인 경제시스템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나라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시스템이 한 단계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ㆍEU FTA에 규정된 규제와 제도의 투명성, 지적재산권의 강화 등은 단기적으로 행정의 편의나 일부 업종에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규제개혁, 그리고 재산권 보호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경제시스템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한ㆍEU FTA의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예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ㆍEU FTA로 인해 실질GDP가 1.28~3.5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교역 및 산업생산의 증대와 더불어 최대 35만 명의 고용 증가가 예상된다.1) 이와 같은 결과는 한ㆍEU FTA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한ㆍ미 FTA로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능가할 것임을 보여준다.


한ㆍEU FTA의 또 다른 파급효과는 지연되고 있는 한ㆍ미 FTA의 미국에서의 비준에 대한 영향이다. 한ㆍ미 FTA의 비준 지연은 미국 민주당과 전미자동차노조 등 미국 내의 반대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수출 증대를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고 한ㆍ미 FTA는 이런 전략의 주요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한ㆍ미 FTA 비준을 추진하고 있으나 의회와 이익집단의 반대를 포용하면서 추진하려고 함에 따라 추가협상 논의 등 정치적 걸림돌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농산물, 서비스 등 많은 분야에서 경쟁적인 관계에 있고, 한국과의 FTA의 발효 순서에 따라 한국 시장 선점의 우위가 주어진다. 한ㆍEU FTA의 발효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선점 기회를 EU에게 빼앗기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오바마 정부의 수출 증대 정책에도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한ㆍEU FTA의 정식 서명은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한ㆍ미 FTA의 비준을 서두를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한ㆍEU FTA의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종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축산업 부문에서는 FTA에 따른 수입의 증대로 전반적인 가격하락에 따른 어려움이 점쳐진다. 그러나 농축산업 부문은 민감성을 반영한 보호조치들로 인하여 FTA에 따른 충격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대부분의 품목들이 장기에 걸친 관세철폐를 규정하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EU FTA로 인해 EU로부터의 수입 증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의 경우는 국내 생산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해 이미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으므로 FTA에 따른 효과는 수입선이 바뀌는 무역전환효과로 새로운 수입의 증대가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입가격 인하에 따른 전반적인 가격의 하락이 국내 생산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관세의 철폐가 10년이라는 장기에 걸쳐 행해지므로 급격한 가격하락에 따른 국내 생산자들의 어려움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농축수산물 외에도 유럽 국가들이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정밀기계 등 고급 소재 및 부품, 화장품과 의약품 등의 정밀화학 분야에서도 EU와의 FTA에 따른 수입 증대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수입 증대는 동일한 분야의 국내 생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과 EU의 보완적인 산업구조로 인한 긍정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FTA에 따른 EU산 부품, 소재의 가격경쟁력 제고는 한국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들과의 경쟁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한국의 제조업체들에게 비용절감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EU로부터의 고기술 제품 수입 증대는 국내 업체들로 하여금 경쟁 심화에 따른 기술개발의 유인을 제공하여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FTA와 같은 무역자유화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져 개방에 따른 조정이 발생하는 부문에 대한 지원 및 보상이다. 이런 부문이나 산업을 일반적으로 피해산업이라고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런 산업은 무역자유화 이전 보호장벽 아래에서 비효율적인 생산방식이나 경영이 용인되던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역자유화에 따른 경제 전반의 효율성 제고 과정에서 이런 부문으로부터 자원의 이동이 발생하는 조정(adjustment)은 불가피하다. 이와 같은 무역조정의 과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무역조정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이다. 우리나라에서 무역조정지원이 제도적으로 확립된 것은 한ㆍ칠레 FTA 체결 이후이고 농업과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 부문까지 포괄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FTA의 확대에 따라 무역조정지원이 피해에 대한 보상 형식으로 변질되어 구체적인 대책에 있어서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과도한 보상이 되고 있고, 무역자유화의 확대에 따라 지원의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ㆍEU FTA의 경우도 피해산업 보완대책이라는 형식으로 대책이 도출될 것이고 한ㆍ칠레 FTA와 한ㆍ미 FTA의 예에서 보듯이 국회에서의 비준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과도한 지원 및 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조정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이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원이 이루어지는 부문에 고용된 노동 및 자본을 묶어두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비효율적인 산업에서 효율적인 산업으로의 부문 간 자원의 이동을 제약하여 원활한 무역조정을 통한 경제 효율성의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FTA에 따른 무역자유화의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한ㆍEU FTA와 같은 무역자유화는 개방 친화적인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요소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무역자유화에 따른 경제의 효율성 제고 효과도 감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의 개혁과 더불어 감세 및 세제개혁, 그리고 노동의 부문 간 이동을 제약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극복은 무역자유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개방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도 FTA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인 EU와의 경제통합, 그리고 효력이 나타나는 우리나라의 FTA 중 최대 규모의 FTA인 한ㆍEU FTA가 우리 경제를 선진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개방 친화적인 제도의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wsong@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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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경엽ㆍ송원근, 『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위한 KERI-CGE 모형 개발 연구』, 한국경제연구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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