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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버시장 확대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경제성장, 노동시장, 소비구조, 재정수지 등 부정적 충격이 예상되는 여러 분야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암울한 전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비보다 저축에 힘쓰던 세대가 은퇴를 계기로 본격적인 소비에 나서면서 실버시장과 같은 새로운 유망 산업이 부상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아쉽게도, 인구 고령화는 우려대로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고령층 소비시장의 확대 속도는 아직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실버시장 형성이 부진한 이유는 인구 면에서는 고령층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 측면에서의 영향력은 이에 미치기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구 고령화에 비해 소비 고령화가 훨씬 느린 탓이다. 지난해 한국의 고령가구 비중, 즉 전체 가구에서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3.7%이었던데 비해 소비 비중은 8.4%에 그쳤다. 그러나 우리와 고령화 수준이 비슷했던 1990년 일본의 경우를 보면 고령 가구 비중은 13.4%로 비슷했지만 소비 비중은 10.0%로 그 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낮은 3.4%p에 불과해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고령층 소비에 특화된 시장이 훨씬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일본의 50~64세 세대는 인구 비중보다 소비 비중이 2.3%p나 높아 실버시장의 기틀이 잘 마련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국 실버시장 부진, 고령층 소득과 자산 부족 때문


이처럼 한국 고령층의 소비가 일본에 비해 훨씬 더디게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득 부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2012년 50~64세 가구주의 월평균 431만원이지만, 65세 이상 그룹에서는 248만원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 우리와 고령화 수준이 비슷했던 1989년 일본의 세대별 소득은 64만2000엔에서45만6000엔으로 1/3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금제도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적은 소득이라도 생기면 소비보다 저축을 위해 힘쓰는 상황이다.


한국 고령 세대의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에 비해 공적 연금 제도가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서 1차 은퇴 시기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고령층 소득에서 공적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이처럼 연금을 통한 소득 보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일을 해서 돈을 벌거나 자식으로부터의 생활비 보조, 혹은 젊을 때 저축한 자산을 매각해 노후 소비를 충당해야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가 않다.


현재의 고령 세대가 주된 직업에서 은퇴하는 시기는 보통 50대 중후반으로 일본의 65세에 비해 10년 가까이 빠르다. 군복무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경제활동 시기는 25~30년으로 일본의 40~45년에 비해 훨씬 짧다. 더군다나 고령자들의 전직을 돕기 위한 교육제도가 미비해 1차 은퇴 후에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임시직 비중은 37.4%인 반면 고령층 일자리는 76.3%가 임시직으로 일본의 48.6%에 비해 훨씬 높다.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 자식들의 부모 생활비 부담 비율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며, 중장년기에 자녀를 위한 교육비 지출이 과다해 노후를 위한 자산 형성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고령층의 소비가 정상적인 수준까지 높아지기 위해서는 연금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 공적 연금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사적 연금 시장의 활성화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고령층의 생산적 기여 가능한 발전 방식 모색 필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근본 처방은 고령층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경제구조와 사회문화를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다. 정책적 지원을 위해서는 은퇴 후 자영업이나 저부가가치 업종으로 내몰리는 고령층이 좀 더 생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직업 알선을 한다거나, 문화와 레저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공 부문의 고령층 교육프로그램에 직업 교육 비중을 높여가는 등의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나 복지제도가 젊은 층의 경제적 활력을 빼앗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따라서 고령층이 청년층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라 서로의 비교우위를 살리는 정책, 즉 고령층의 경륜과 관리 능력을 청년층의 창의력이나 글로벌 역량과 결합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정책들이 효과를 거둔다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실버시장이 반등할 여지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jkim@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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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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