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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유주의 싱크탱크


금융위기 이후의 세월은 자유주의자들에겐 시련의 시절이었다. 느닷없이 닥친 금융위기는 한동안 세계경제를 마비시켰고 아직도 경기 회복의 전망은 밝지 않다. 국가경제의 운영을 맡은 관료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위기의 진단과 처방에서 너무 무력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와 반감이 늘어났고, 시장경제가 사회의 발전과 풍요를 가장 잘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어려운 처지로 몰렸다. 중국처럼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엄격한 나라들이 위기를 비교적 잘 넘겼다는 사실은 자유시장에 대한 적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물론 자유주의자들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가 자라난 환경의 한 부분인 ‘자산거품’을 만들어낸 것은 각국 정부였다. 위기의 뇌관이 된 파생금융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제학의 능력 부족에서 나왔으며 우리가 늘 부딪치는 지식의 불완전성이라는 실존적 문제의 한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해명은 설 자리가 없다. 침체된 경제를 가리키면서 시장경제와 경제적 자유주의는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목소리들 앞에서 자유주의자들은 해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고 자유주의를 아예 버린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좌ㆍ우파의 이념적 대립이 어느 사회보다 심각한 우리 사회에선 사정이 특히 어려우니, 시장경제의 적들은 이번 경제위기를 이념적 전선에서의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


이처럼 울적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에게 모처럼 밝은 햇살 한 줄기가 찾아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템플턴자유상(Templeton Freedom Awards)’을 받은 것이다. 템플턴자유상은 아틀라스경제연구재단(Atlas Economic Research Foundation)이 해마다 자유주의의 신장에 기여한 기관들에 수여한다.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기관을 선정해서 수여하는데, 이번에 한국경제연구원이 수상한 분야는 “가난에 대한 해결책들(Solutions to Poverty)”이다. 수상 사업은 한국경제연구원이 2007년에 수행한 ‘규제개혁 종합연구사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펴낸『규제개혁 종합연구』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무총리의 요청에 의하여 2007년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규제개혁추진단을 구성하여 2007년 5월말 현재 국무조정실에 등록된 5,000여 개의 정부규제에 대해 전수 점검 및 평가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이 사업은 정부 규제에 대해 처음 시도된 종합적 점검과 평가로서 주목을 끌었고 규제 개혁의 자료적 바탕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수상은 그런 공헌을 확인했다.


시장은 개인들의 재산권이 보장된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은 안정된 사회질서를, 특히 공권력이나 그것에 준하는 권위의 존재를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불행하게도 공권력은 개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속성을 지녔다. 이런 본질적 모순은 정부가 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규제에서 특히 선연하게 드러난다. 자유주의자들이 늘 지적하는 것처럼 시장을 위해 나온 규제들이 시장을 옥죄는 경우들이 너무 흔하고 사회는 ‘동맥경화증’에 걸린다. ‘규제개혁 종합연구사업’은 이 점에 주목하고 개혁의 단초를 찾으려는 사업이었고 당연히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템플턴자유상을 주관하는 아틀라스경제연구재단은 영국 사업가 앤터니 피셔(Antony Fisher; 1915~1988)에 의해 설립되었다. 20세기 전반 영국에서 사회주의가 지배적 조류가 되면서, 정부의 시장에 대한 통제는 점점 강화되었다. 1945년 피셔는 당시 사회주의에 맞선 거의 유일한 지식인이었던 하이에크를 찾아가서 상의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를 전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페이비언학회’를 본받아 자유주의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그 후 양계업으로 큰돈을 번 피셔는 그 조언대로 1955년에 경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 Affairs; IEA)를 세웠다.


하이에크의 영향을 깊이 받은 랠프 해리스(Ralph Harris)와 아서 셀든(Arthur Seldon)이 이끈 IEA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이론들을 널리 소개했다. 그들의 목표 청중(target audience)은 셀든이 “아이디어 중고품 상인들(second-hand dealers in ideas)”이라 부른 기자, 교사, 교수, 기업가 그리고 금융 분석가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가들이 활동하는 지적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자유주의적으로 만드는 것이 긴요하다는 생각에 처음엔 그들은 외로웠다. 그러나 영국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자, 우파 정치가들이 새로운 정책들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차츰 IEA의 주장들에 끌리게 되었다. ‘유럽의 병자’로 불린 영국을 되살린 대처주의(Thatcherism)는 그렇게 해서 다듬어졌다. IEA의 영향은 실은 보수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자유시장의 중요성은 마침내 노동당 정치가들도 깨닫게 되어 자유시장을 바탕으로 한 블레어주의(Blairism)가 나왔다.


이후 피셔는 아틀라스경제연구재단을 통해서 자유주의 싱크탱크들이 다른 나라에 세워지는 것을 도왔다. 그의 도움을 받아 세워진 싱크탱크들은 무려 150개에 이른다.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와 맨해튼연구소(Manhattan Institute)가 대표적이다.


우리 사회에 두드러진 자유주의 싱크탱크가 없다는 한탄이 자주 들린다. 큰 자금을 마련해서 대형 싱크탱크를 만들자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싱크탱크들이 발전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다. 대형 싱크탱크가 세워지더라도 다른 싱크탱크들의 향상은 필요하다. 이번 수상은 자유주의자들로 하여금 한국경제연구원이 해온 역할에 새삼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앞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적인 자유주의 싱크탱크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복거일 (소설가/문화미래포럼 대표, eunjo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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