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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가 불행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금은 공식 명칭이 세종특별자치시로 변경되었지만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를 드러내는 이름은 ‘행정중심 복합도시’(행복도시)라는 과거 명칭이다. 논란의 시작은 정운찬 총리후보자가 세종시를 수정하여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소신성 발언을 함으로써 촉발되었다. 논란은 국회에 계류 중인 세종특별자치시설치법(세종시법) 수정보완과 원안유지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간의 논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민주당과 선진당이 세종시 건설현장을 전격적으로 방문함으로써 야(野)-야(野)간의 정쟁으로 비화되었다. 수일 전에는 세종시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사회 원로ㆍ지식인 1,200명이 서명한 성명이 발표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세종시 관련 논란


세종시 논란 가운데 가장 핵심에 가까운 발언을 한 정치인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이다. 김문수 지사는 “세종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제일 잘못된 말뚝”이며 “(제2정부청사가 들어선 과천 같은) 베드타운이나 행정도시는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고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정부기관은 이전하지 말고 이미 구입한 부지는 세종시에 제공해 스스로 개발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질세라 이완구 지사는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무시하는 발언은 도지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며 “앞으로 세종시에 딴죽을 걸려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문수 지사와 이완구 지사의 발언은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의 험난한 여정을 잘 보여 주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행정중심 복합도시’ 이전의 계획이었던 수도이전(首都移轉)은 충청표 획득이라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만들어진 효율성이 배제된 대선용 선거전략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충청권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만든 신도시 토목공사 공약이었다. 이 대규모 토목공사 공약으로 노무현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고백했던 바와 같이 대선에서 그리고 이후 총선에서 “재미를 좀 보았다”. 오죽하면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노 대통령이) 수도이전 문제를 대선용으로 써서 재미를 봤고, 총선용으로 써서 또 재미 좀 봤고 했으면 이제는 정치적으로 더 재미 보려는 생각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을까?


노무현 행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은 의도하지 않게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판결을 받았고, 이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돌파하려고 열린우리당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ㆍ공주지역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수도이전에 해당하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지 못하므로 ‘행정중심 복합도시’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충남 연기ㆍ공주지역에 행정기능을 이전하는 50만 정도의 자족형 도시를 건설한다는 방안이었다. 이 ‘행정중심 복합도시’에는 정부부처의 12부 4처 2청을 이전하는데 정부부처 가운데 재경부ㆍ교육부ㆍ문화관광부ㆍ과기부ㆍ농림부ㆍ산자부ㆍ정통부ㆍ보건복지부ㆍ환경부ㆍ노동부ㆍ건교부ㆍ해양수산부의 12부와 기획예산처, 국가보훈처, 국정홍보처, 법제처 4처를 연기ㆍ공주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법으로 명시되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처간의 통폐합으로 그 이전 대상이 줄어들었고,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예측, 즉 설사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정부기관들이 이전하더라도 자족적인 도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리어 수도권이라는 광역권 내에 흡수되어 수도권의 광역화와 국토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또한 수도권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세종시, 즉 ‘행정중심 복합도시’에 정부기관들이 입주한다고 하더라도 낮에는 공무원들이 일하지만 퇴근 후 저녁에는 사라져 버리는 빈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세종시 문제의 핵심


세종시의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은 대선에서 충청표 득표를 위한 정치적 고려에 기반을 둔 신도시 토목공사라는 점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진정한 세종시의 해결은 정치적 고려를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자 시작이다. 그런 연후에 진정으로 세종시 건설과 국가기관 이전이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타당한 것이냐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모든 정책이 정치적이기는 하지만 국민을 설득하기 위하여 내세운 논리인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논리가 지금 따져보아도 유용한가부터 근본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국토균형발전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적지 않게 진행되었지만 노무현 정권은 균형발전을 정의(正義)로운 정책으로 치부하고 반대 논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의 ‘균형(均衡)’이 균등(均等)이 되고, 균등 분배는 결국 사회주의적 하향 평준화를 초래해 모두를 꼴찌로 만들어 버렸음을 역사는 교훈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균형발전을 성취하는 정책으로 수도이전내지는 신행정수도 건설, 혁신도시 등의 토지 수용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부동산 투기 등의 엄청난 경제적 부작용을 결과한 바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이념에 입각한 수도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인하여 참여정부 5년도 아닌 3년 만에 전국의 땅값과 집값은 김대중ㆍ김영삼 정부와 비교하여 수십 배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되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참여정부 3년 동안만으로도 “전국의 땅값은 12.37%나 올라 국민의 정부(0.31%)와 문민정부(-6.14%) 5년간보다 크게 올랐으며,” “집값도 참여정부 동안 18.49% 올라 국민의 정부(3.50%), 문민정부(15.95%)보다 각각 5.3배, 1.2배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세계일보』 2006/1/31). 정치적 목적 때문에 수도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였지만 실제적으로 얻은 성과는 땅값과 집값의 상승이라는 사회적 비용이었다.


세종시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


첫째, ‘대한민국 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수사(修辭)를 이참에 버려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한 한 지역에의 배려는 다른 지역에는 차별을 의미한다. 그 차별을 시정하는 차원에서의 정치적 배려가 뒤따라야 하고, 결국 균형은 균등처럼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되고 만다. 따라서 순수하게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세종시 건설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어 정치권의 소모적 논란과 지역감정 부추기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파를 초월한 전문가 집단으로 만들어지는 공적인 논의기구의 구성은 실현가능한 처방이 되지 못한다. 외국의 전문 컨설팅 회사에 맡길 수도 있으나 국가의 운명을 다루는 사안을 외국 자문기관에 맡길 수 있느냐는 민족주의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이 또한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세종시 건설을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는 것이 정치사회적 정당성(正當性)을 확보하는 최선의 길이다.


둘째, 만약 야당이 국민투표를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면 국회 스스로가 세종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세로 생산적인 방향의 세종시 건설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단 지역이익의 개입을 막기 위하여 특별위원회 논의는 비공개로 하고, 논의의 내용과 결과만 언론에 발표할 것을 주문한다. 어차피 국회에 계류된 세종시법을 심의해야 하므로 국회가 이참에 새로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셋째, 국회가 국민투표도 반대하고 특별위원회 논의도 거부하는 등 정쟁(政爭)에 휘말린다면 정부가 스스로 현실적인 세종시 건설 수정안을 내놓고 관련 여러 학계에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도시공학자들은 세종시가 유령도시가 아니라 자족적인 도시 기능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경제학자들은 세종시 포기의 매몰비용을 포함하여 어떻게 최소한의 예산을 들여 충청권만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지 재검토하여 국민에게 직접 보고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보고를 심각히 검토하여 세종시의 중단ㆍ축소ㆍ수정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충청권 시민단체 일부는 가스통을 들고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행정중심 복합도시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가스통을 열고 서울시민과 함께 자폭할 것을 협박한 바 있다. 이 행동이 보여주는 것처럼 충청권 일부 인사들은 행복도시가 죽는다면 서울도 온전치 못할 것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충청권 정치인들이 행복도시에 딴죽을 건다면 본인의 정치적 운명을 걸고 해야 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세종시의 올바른 결말을 위하여 충청권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스스로가 대승의 결단을 지금쯤 내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2014년 정부부처를 서울, 과천, 충남 연기로 3분해서 장관들이 청와대에서 회의하고 여의도에 답변가고 길거리 시간 낭비로 현안조차 제대로 대응할 시간이 있겠는가? 제 시간에 국무회의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처간 협의나 조정이 서울시나 세종시에서 있다면 왕복 4시간을 길거리에 허비하면서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이나 할 수 있을까? 세종시라는 충청권만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나머지 국민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이다.


세종시의 불행한 결말을 막으려면 민주당과 선진당은 세종특별시법 원안통과만을 줄기차게 외칠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함으로써 발생할 사회적 비용은 무엇이고 전 국민에게 가져다줄 이득은 무엇인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소상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이 아니라 전 국민을 설득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두 정당이 줄기차게 외치는 지역정당 탈피 전국정당이 되는 길이고 세종시(행정중심 복합도시)의 행복한 결말을 위하여 가야할 올바른 길이기도 하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iyki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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