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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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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범국본 한미 FTA 보고서


지난 13일 미 의회는 한미 FTA 이행법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킴에 따라 미국과의 FTA 이행은 전적으로 우리 국회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17일 국회에서는 찬성과 반대 진영 간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반대측은 토론형식과 발언시간을 문제 삼아 2시간 만에 토론장을 떠났다. 다음날 야당은 한미 FTA 논의를 전면 보이콧했다. 과연 야당이 한미 FTA를 진지하게 토론하기 위해 토론에 임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고, 국회비준 절차를 가로막기 위한 수순 차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 의회가 비준안을 통과시킬 즈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진영(범국본)은 “한미자유무역협정 분석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국회비준 논의를 앞둔 시점에 주요한 쟁점 12가지와 세부 쟁점 28개, 총40개를 제시했고 쟁점은 “한미 FTA에서 쌀은 지켰는가?”에서부터 “통상절차법”까지 그동안 반대진영이 제기해 온 사항을 전부 망라하고 있다. 여기서는 범국본 보고서의 허구를 지적하기 위해 보고서 맨 처음 제기되는 주장을 한정된 지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리 밝혀 두지만, 나머지 39개 주장도 사실왜곡이 대부분이고 황당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다음 기회에 이에 대해 체계적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황당한 쌀 개방 주장


쌀 관련 사항은 2007년 8월 31일자 당시 주한 미국 대사 버시바우의 전문 내용 인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에 제시된 버시바우 대사의 외교 전문(07SEOUL2634)에 따르면,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07년 8월 29일 미국의 포메로이 하원의원과 버시바우 미 대사를 만났고, 미국측이 미 의회의 한ㆍ미 FTA 비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처리해야 할 쟁점으로 쇠고기, 자동차와 더불어 쌀을 제기하자, 김 본부장은 “쌀은 비록 한ㆍ미 FTA에서 제외되었지만, 일단 WTO 쌀 쿼터 협정이 2014년에 종료되면, 재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범국본 보고서는 쌀은 지켰다는 한미 FTA의 기본 전제가 무너졌으며, 청문회를 통해 이 문제를 따져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미 대사의 전문을 곡해하는 것도 문제지만, 세계무역기구(WTO)와 우리나라가 약속한 쌀 관세화 유예조치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농업품목 중 가장 민감한 쌀 문제를 한미 FTA에 억지로 연계시켜 통상정책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세화 유예로 쌀 개방은 WTO에서 논의


우리나라는 2004년 WTO 쌀 협상에서 쌀에 대한 관세화(수입자유화)를 2014년까지 미루고, 대신 매년 2만 톤씩 외국쌀 수입을 늘려 2014년까지 총 40만 8,700톤을 수입하기로 쌀 수출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미국은 의무수입물량 32만 7000톤 중 28.6%인 9만 3,720톤을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4년 이전에라도 관세화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으며, 이를 대비하여 관세율 계산 방식과 각 나라별 할당량(쿼터)까지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시점인 2014년 말까지 관세화를 실시하지 않으면, WTO 농업협정 부속서 5항에 따라 우리 정부는 관세상당치(TE)를 반영한 양허표를 WTO에 통보해야 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WTO 회원국들과는 협의를 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 과정에 미국 정부도 우리나라와 쌀 관세화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 즉 쌀 문제는 한미 FTA에서 명백하게 제외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관세화 및 개방은 WTO 체제 내에서 하기로 국제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개방을 이면 약속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국제통상에 대해 잘 모르거나 한미 FTA 자체를 거부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범국본의 보고서는 협상 타결 당시 정부는 쌀은 한미 FTA에서 지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으나, 김 본부장의 발언은 “2007년에는 쌀이 한미 FTA에서 제외되었지만, 한국이 쌀 수입 전면개방을 하고 나면 쌀도 한미 FTA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재논의 하겠다.”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 왜곡해석 말아야


위키리크스 전문에 언급된 면담대상자 하원 의원은 쌀 문제를 협의할 책임있는 당국자도 아니고, 김 본부장도 쌀 문제는 "손댈 수 없는(untouchable)" 민감한 사안임을 전제로 미국이 한국 쌀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WTO 차원에서 협의해 달라고 발언한 것을 왜곡해석하고 있다. 참고로 쌀 관세화 연기로 우리나라는 정해진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고, 그 물량은 미국산이든 태국산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 범국본은 최소한 사실을 왜곡해서 한미 FTA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외에도 “미국의 법 아래에 있는 한미 FTA”, “한미 FTA는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보호하지 않는다”, “한국의 핵심적 이익을 제외한 미국 이행법” 등 대부분의 주장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범국본 보고서 19쪽에는 한국 기업이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상품이 미국 시장에서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소할 수 있다고 서술함으로써 어느 나라 국민들이 작성한 보고서인지 의문이 들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FTA는 국제통상질서의 핵심이 되고 있고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한미 FTA 비준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한미 FTA가 우리 경제를 키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가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개방속도가 빠르게 설정되어 있어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국민경제를 생각한다면, 반대론자들도 이러한 피해에 초점을 맞춰 국내 보완대책을 강화하도록 정부에 요구해야지, 사실과 한참 거리가 있거나 왜곡 및 호도된 주장으로 국민들의 오해와 반대를 유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FTA활용포럼 대표, inkyo@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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