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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법 재개정이 시급하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던 상법개정 작업이 약 5년이 지난 올 4월에서야 비로소 통과되었다. 이번 상법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정 전은 물론이고 개정 후에도 여전히 많은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번 상법개정의 주된 목적은 그 동안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던 회사법제를 현대화하는데 있었다. 그럼에도 5년 가까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시장의 수요에 편승한 국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 때문이라는 지적들 또한 많았다.


그 중에서도 회사기회유용금지, 이사의 자기거래 범위 확대의 도입 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향후 법 적용 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의 상법개정은 경제현실과 법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개정


우선 회사기회유용금지규정이 도입되게 된 이유는 이사가 직무상 알게 된 회사의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명확히 통제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들이 합작투자와 사업구조조정,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 동반성장 사업 등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비판들이 일고 있다.


그리고 이사의 자기거래범위 확대와 관련하여 이 규정이 개정된 근본적인 이유는 이사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사의 친인척이나 그들이 설립한 개인 회사 등을 이용하여 거래함으로써 회사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경제현실과 법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으로서 향후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요주주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이사회승인요건도 지나치게 엄격하여 향후 회사경영활동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들이 많다.


또한 법리상으로도 회사기회유용금지규정의 도입과 자기거래의 범위를 확대한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회사기회유용금지규정은 그 개념이 애매하여 법적용한 혼란을 초래하여 법적 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이 많다는 지적들이 지배적이다. 즉 판례를 통하여 회사기회유용의 개념을 정립해온 미국에서조차도 회사기회유용의 개념에 대하여 학자들 사이의 논란이 치열하고 일관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독일, 영국, 일본도 판례법상 관련 이론이 형성되어 있는 정도이고 프랑스에서는 회사기회라는 개념이 없다.


문제의 개선을 위해 면책을 인정하는 규정의 신설이 필요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입법론적으로 개정상법상 회사 사업기회유용규정의 신설은 법리상 부적절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개선방법이다. 즉 최선의 방법은 이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미 입법이 되었고, 채 시행도 하기 전에 그 폐지를 논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선책으로는 상법재개정을 통해 법적용상 혼란을 막기 위해 당해 기회가 회사의 현재 또는 미래의 사업범위에 속하더라도 그 내용이나 절차 면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면책을 인정하는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대표적인 입법례로는 미국의 2003년 개정모범사업법에 존재하는 회사기회유용 면책규정을 들 수 있다. 즉 회사법 내에 회사기회유용행위라 할지라도 공정성 요건을 법에 명시하고 이를 충족한 경우에는 면책을 인정하는 규정과 불공정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는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기회유용을 위해 이사회승인을 받는 경우 재적이사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도록 한 규정은 시급히 원상태로 회복되어야 하며, 손해액추정규정은 사법의 기본원칙인 실손해배상원칙에 위배되므로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자기거래의 범위확대와 관련한 법리상 문제점으로는 계열사 간 거래를 전면 차단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을 심하게 침해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현재까지는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를 하는 경우 이사회의 과반출석에 과반 찬성만 있으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사뿐만 아니라 주요주주, 그리고 이사 및 주요주주의 친인척과 회사가 거래하는 경우도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그 승인 결의도 사전에 재적이사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법 준수가 불가능한 규정이다.


이 규정이 개정된 근본적인 이유는 이사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사의 친인척이나 그들이 설립한 개인 회사 등을 이용하여 거래함으로써 회사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입법취지는 이해되지만 입법론적으로 볼 때 자기거래관련규정의 이번 개정은 입법기술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며 동시에 그 적합성과 타당성, 효율성, 명분 모두를 결한 취약한 입법 작업이 되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이사와의 자기거래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준수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특별한 규제도 또한 가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거래 규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 법제가 엄격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추가로 더욱 그 법적규제를 강화시킨 것은 법리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한시라도 서둘러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에 한하여 이사회 출석이사 관반수의 찬성으로 승인하도록 한 구 규정으로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선진화된 상법개정을 위하여 형평의 법리에 입각한 입법 작업을 재개해야..


어찌되었던 사회가 변하면 법제도도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최근 입법과정들을 보면 이번 상법개정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경제관련 법들의 입법들이 법리나 경제현실, 경제성장 등과 같은 핵심적 내용에 대한 개선방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민심달래기에 치중한 입법 작업들이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핵심은 형평성이다. 즉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공정한 입법이 되어야 그 사회와 국가가 건전해지고 그 성장과 발전 또한 담보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 상법은 물론이고 경제관련 입법들이 상생 또는 투명성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입법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이 깊다.


이번 상법개정 작업과 향후 선진화된 상법개정을 위해서는 정치적 판단보다는 형평의 법리에 입각한 입법 작업을 조만간에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기업소송연구회 회장, shchun@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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