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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예산심의에 바란다


지금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래 예산안에 대한 심의는 12월 초까지 끝냈어야 하지만 아직도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산안 심의가 늦어진 것은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건설사업 등 굵직한 사안으로 인한 여야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내년 나라살림을 결정하는 일이 정치적 논란의 볼모가 되어 버린 셈이다.


내년 예산안 심의 지연되고 있어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도 있어온 일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국가운영체계가 온전히 갖추어진 나라에서 보여야 할 모습은 결코 아니다. 예산안 심의라는 것은 차기년도 나라살림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며 나아가 국가경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예산안 심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정치적 힘겨루기 차원의 논쟁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1) 본고에서는 내년 예산안에 대해 일견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내년 예산안이 지향하고 있는 정책목표는 ‘경제 활력의 회복’과 ‘재정건전성의 확보’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 활력과 재정건전성은 우리 경제에 모두 좋은 것이니 언뜻 매우 당연한 목표인 것으로 이해되지만, 사실 동시에 달성하기에는 어려운 목표들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추진해 온 적극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최근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으나 꼭 그렇게만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경제위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신종 플루 등의 돌발적 위험요인도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2) 이렇게 볼 때 내년에도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며 현재의 재정운영기조가 연장되어야 할 당위성도 있다. 내년 예산안의 정책목표로 ‘경제 활력의 회복’을 정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운영방식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재정의 역량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점이다. 재정적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재정은 적자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며 재정안정성의 문제 또한 우려할만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의 관리대상 적자규모는 최근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적정수준 이상까지 치솟은 바 있으며 이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 즉 건전재정을 이루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당초의 예상보다 위기상황을 빨리 벗어나게 된 원동력은 당시 견실하게 유지되어 왔던 재정건전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재정여력으로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방어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정책조건인 것이다. 내년 예산안의 또 다른 정책목표가 ‘재정건전성 기조의 회복’인 것은 이 때문이다.


내년 정책목표 설정과 당면과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년 예산안이 지향하는 정책목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풀어야 할 과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목표는 사실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회복을 목표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쓰게 되면 재정적자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고 반대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절약을 하게 되면 자칫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가지 정책목표가 절대로 동시에 달성될 수 없는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재정운영에는 다양한 조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은 재정지출과 세입을 동시에 늘리는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더욱 많은 돈을 쓰면서 재정의 부족분은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보다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증세를 주장하는 측에서 즐겨하는 말들이다. 설득력이 전혀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본디 세금이란 그 자체로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즉 정부가 100이라는 돈을 세금으로 걷게 되면 세금을 내는 측의 부담은 100보다 크다는 것이다.3) 이러한 비효율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둘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것은 더 걷히는 세금액수에 비례하여 낭비되는 자원도 함께 증가함을 의미한다. 결국 세금을 걷어서 재정적자를 만회하겠다는 것은 낭비적 요인이 많은 방안인 것이다.


세금을 더 걷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 즉 증세안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경제 활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금을 내는 주체가 아니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세금부담은 결국 소비자(가계)와 공급자(기업)에게 부과된다. 세금부담이 증가하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게 되므로 민간소비는 억제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면 직원들의 급여도 줄어들게 될 것이고 새로운 투자도 억제될 것이므로 일자리의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같이 소비가 줄고 투자가 줄면 생산도 덜하게 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경제에는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정부가 돈을 더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 감소와 투자 감소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완결되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다.


예산안 심의는 신중하게 차질 없이 제때 이루어졌으면


그렇다면 그 다음 생각할 것은 정부가 돈을 쓰는 것(세금 증가를 통한 재정지출 확대)과 세금을 덜 걷어 소비와 투자여력을 민간에 맡기는 것 가운데 어느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은 분명하지 않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필자의 견해는 후자, 즉 민간의 손에 돈을 쥐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돈을 쓰는 것은 가시적이고 단기간에 결과가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민간이 쓰는 것보다는 비효율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4) 연말에 파헤쳐지는 멀쩡한 도로와 보도블록을 생각해 보시라. 내 돈이라면 그런 식으로 쓰겠는가?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은 선택하기 쉽고 달콤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자생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는 별로 유익하지 않은 정책수단이다. 마치 약간의 감기 기운에도 병원을 찾고 약을 먹다보면 장기적으로 저항력이 약한 체질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에 재정운영의 기조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을 천명한 것도 이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재정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보다 나은 방안은 지출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꼭 필요한 곳에는 돈을 쓰되, 불요불급한 지출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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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09년 10월 16일자 KERI칼럼『추경과 재정적자, 그리고 예산심의』참조

2) 신종 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조경엽 외,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경제적 영향』,

한국경제연구원, 2009. 참조

3) 경제학 이론에서는 이를 조세의 초과부담(excess burden of tax)이라고 한다. 이는 조세부담액을 넘어선 납

세자의 후생감소분으로 볼 수 있으며, 조세의 부과가 의사결정과정에 교란을 일으키고 이 때문에 생기는 효

율성의 상실이 납세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4) 이 경우 세금을 깎아주어도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쓰지 않으면 경기부양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소

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단기에 가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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