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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특별회계로 개편하라


2009년 3월 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제외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이러한 시행령 개정이 없었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되는 많은 사업들은 예비타당성조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개정 전 시행령에는 “재해복구 지원 등 사업추진이 시급”한 사업들이 면제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되는 사업들은 재해를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재해복구와 무관하므로 시행령의 해석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재해예방ㆍ복구 지원” 사업을 명확하게 면제사업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해석상의 논란을 피하였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재해예방과 복구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이유는 과연 존재하는가? 타당성조사는 한정된 자원의 제약 하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궁극적인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대안을 선택하는 유용한 분석도구다. 따라서 타당성조사가 필요 없는 경우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지역의 수많은 시설들 사이에는 반드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고, ‘수해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생태복원, 수변공간 개발, 강 중심 지역발전’이라는 궁극 목적을 위해 다양한 대안들을 발굴 분석해야 한다.


물론 타당성조사에 번문욕례(繁文縟禮)와 같은 번거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며, 또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국가계수(National Parameters)가 현재 충분히 개발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급하다고 하여 타당성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향후 더 큰 비효율성을 낳게 될 것이다. 시급한 일은 시급한대로 약식으로 타당성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 범위를 확대하기보다 간편, 약식, 심층 조사를 구분하며 모든 사업들이 타당성조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법적 논란과 무관하게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포함되는 사업들에 대해 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면 이들을 묶어 일괄적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아니면 수많은 사업들로 구분하여 평가해야 하는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67개 공구로 구분되는 수많은 사업들로 구성되는데, 어떤 방법으로 이들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여기서는 상호독립성(Independence)과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라는 두 가지 접근을 조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일은 상호독립적으로 구분하여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고, 또 어떤 일은 상호의존적으로 통합하여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이치를 간파하고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타당성조사 대상사업의 단위는 원칙적으로 ‘세부사업’이라는 예산항목을 기준으로 한다. 여러 개의 세부사업들로 구성된 집단프로젝트(Package Project)에서도 개별 사업을 독립적으로 구분하여 타당성조사를 하도록 하였다. 다만 두 개 이상의 세부사업을 묶어서 평가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경우, 또는 개별사업 간에 상호연계성이 높은 경우 이들을 묶어 일괄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세부사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는데 미국 관리예산처(OMB)의 지침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유용한 부분(a useful segment of a project)’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서 ‘유용한 부분’이란 시설물을 취득하기에 앞서 그에 관한 계획, 설계 및 편익ㆍ비용ㆍ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고, 더 이상 예산이 편성되지 않더라도 비용을 초과하는 편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다수의 ‘유용한 부분’들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준설, 보, 제방보강, 댐, 농업용 저수지, 하구둑 등은 모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정책목표에 개별적으로 또 일부씩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서울, 부산을 운하로 모두 연결해야 비로소 편익을 얻을 수 있는 대운하 사업과는 다르다 할 수 있다.


결국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 전체가 완성되어야 편익이 창출되는 단일의 거대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수자원과 관련되는 수많은 사업들을 수계별로 일관되게 조명하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하천정비사업, 댐건설사업, 농업용저수지 증고사업, 농어촌개발사업, 수질개선사업, 문화관광자원개발사업 등을 수계별로 망라하여, ‘수해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생태복원, 수변공간 개발, 강 중심 지역발전’이라는 정책기능과 목표에 따라 정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각종 사업들이 행정구역으로 구분되었지만 이제는 수계별로 묶어 최적화를 추구하는 통합 조정의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각종 수자원 관련 사업들을 수계별로 조정하는 기능적 성격을 갖고 있다면, 이들을 특별회계로 통합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정부는 특정한 정책목표와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특별회계를 신설ㆍ통합ㆍ폐지하는 방법을 채택해 왔다. 농어촌특별세관리, 교육환경개선, 도로정비사업, 철도사업,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등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특별회계로 개편한다면 특별회계의 재원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또 다양한 대안을 신축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타당성조사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타당성조사는 최적의 사업을 선정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과거 경제개발연대에는 직관에 의한 최적선택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최적선택보다는 갈등조정의 기능을 보다 더 중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그것이 곧 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특별회계 개편 시 또 하나의 장점은 한시적인(예컨대, 10년) 특별회계 설치 법률을 통해 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시계(視界)가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dsock@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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