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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활용기반 구축에 노력해야


지난 달 한-스웨덴 정상회의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었다. 앞으로 EU 전 회원국의 동의절차가 남아 있고 공식서명ㆍ비준(우리나라)ㆍ이행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협상 개시 2년 만에 27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EU와의 FTA 협상을 타결한 것은 대단한 통상외교 실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거대경제권이면서 개도국에서 선진국까지 다양한 시장을 가진 EU와의 FTA 타결은 우리 기업의 FTA 활용과 활용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EU와의 FTA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판단에는 한계가 있으나, 한미 FTA를 기반으로 협상을 했고 한미 FTA 수준으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5억명의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17조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고, 중국 다음으로 우리나라와의 교역이 많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관세수준이 높은 편이었으나, FTA 이행 3년 내 관세철폐 비율이 96% 이상이므로 많은 기업들이 FTA를 활용한 대EU 교역확대에 관심이 커질 것이다.

유럽과 미국간 경쟁심리 및 업계의 대정부 로비 등을 고려하면 EU와의 FTA 타결은 미국의 한미 FTA 비준검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들 거대경제권과의 FTA 이행은 우리 기업들의 FTA 관심 및 활용도 제고를 유도하게 될 것이다. 빠르면 내년 세계 최대 경제권과의 FTA 이행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FTA 활용기반 확산이 필요하다.

최근 필자는 우리나라 처음으로 기업들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도를 조사하여 국제무역분야 전문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1) 실제 비즈니스현장에서 FTA를 활용하고 있는 업체의 비율이 생각보다 낮게 나타났다. 비록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FTA 추진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나, FTA 활용에 필수적인 협정 내용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았고, 조사대상 5개 기업 중 한 개 기업 비율로 현재 이행 중인 FTA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구미 선진국의 FTA 기업 활용도 60~7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다행스런 것은 향후 FTA를 활용할 계획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과반이 조금 넘는 기업들은 긍정적으로 응답하였다는 점이다.

FTA 체결 못지않게 협정 이행기반을 조성하고 기업들의 FTA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 과정에서 엄청난 물적ㆍ인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고, 한미 FTA와 같이 경우에 따라 사회분열적 양상까지 초래하는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기업들이 FTA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FTA 활용도가 낮은 것은 협정내용(관세철폐, 원산지기준 등), FTA 상대국의 경제적 요인(시장크기, 지리적 요인 등) 등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조기에 철폐되고, 충족이 용이한 원산지기준이 채택되었다면 기업들의 FTA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현재 칠레ㆍ싱가포르ㆍEFTAㆍ아세안 등과 맺고 있는 FTA는 협정내용면에서 기업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편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장규모도 큰 아세안과의 FTA 경우 개방수준이 낮고 현지에서의 협정이행기반이 약해 우리 기업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지나치게 까다롭고 엄격한 원산지기준이 낮은 FTA 활용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nne Kruger 교수는 엄격한 원산지기준으로 인해 캐나다 소규모 수출업자들이 NAFTA 특혜관세를 신청하기보다는 차라리 관세를 지불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2) 원산지기준은 기술적인 측면이 강해 웬만한 노력없이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2007년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4%가 “FTA 원산지기준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자사 제품에 대한 원산지기준을 파악하고 있는 업체는 10%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FTA 내용을 기업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작하여 널리 배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물 수준의 FTA책자를 많이 발간했으나, 이제부터는 특혜관세, 원산지기준 등 기업의 FTA 활용과 직접 관련된 내용만으로 된 자료도 발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종이책 형태의 자료는 극히 제한된 숫자의 기업만이 그 자료를 접할 수 있을 것이므로 디지털 형태로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엄격한 원산지기준이 FTA 활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므로 원산지기준 충족 완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FTA별로, 품목별로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회원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EU와의 FTA에서 협상 막판까지 문제가 된 관세환급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다. 국산 부품산업 육성과 회원국 부품에 대한 정보제공을 효율적인 채널을 만드는 것이 기업들의 원산지기준 충족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FTA 활용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향후 5년내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85%가 FTA 체제하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의 FTA 관련 관심사항이 다르고, FTA 전체 내용 파악 없이는 자신감을 갖고 FTA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FTA 전문인력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FTA 전문인력 육성방안을 추진해야 하며, 대학에서의 정규과목으로 설강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거대경제권과의 FTA 협상 타결이 경제적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FTA 활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FTA 활용도가 높아질 때 FTA 정책 지지기반도 확산될 것이고, 자유무역체제가 우리 경제에 제대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ㆍ정석물류통상연구원 원장, inkyo@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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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인교(Cheong Inkyo). 2009. "An Empirical Study on the Utilization Ratio of FTAs by Korean Firms,"

Journal of Korea Trade Vol. 13 No. 2. May.

2) Krueger, Anne O. 1993. "Free Trade Agreements as Protectionist Devices: Rules of Origin". NBER

Working Paper No. 4352. Cambridge, MD: N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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