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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세제개편안, 진정 미래 도약을 위한 개편인가?


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이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고 저소득 근로자의 소형주택 월세를 소득공제해 주는 등 민생안정에 도움이 되는 감세정책과 R&D 세액공제율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확대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등 미래 도약을 위한 감세정책 기조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가 어려우니 가진 자들이 세금을 조금씩 더 부담해서 서민들을 돕자는 정부의 뜻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이 미래 도약을 위한 것인지는 그 실효성을 세세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R&D 세액공제율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개선한 것은 향후 성장동력 창출과 원천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번 세제개편안이 명실상부한 미래 도약을 위한 개편이라면 R&D 세액공제율에 걸맞은 실질적 혜택이 기업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R&D 세액공제율 확대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첫째, 지금이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데 적절한 시점으로 볼 수 없다. 물론 이 제도는 경기부양이 필요할 때 기업이 투자한 금액의 일정부분을 내야할 세금에서 깎아주는 제도이므로 우리나라처럼 거의 상시 운용되어 온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에 보다 많이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시기에 투자촉진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폐지에 의해 초래될 기업의 투자 위축은 민생안정에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며 이번 세제개편안의 정책목표 중 하나인 민생안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정부는 R&D 세액공제율을 확대했기 때문에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해도 기업에 충분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두 제도의 수혜대상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이다. R&D 세액공제는 신성장동력 산업과 원천기술 분야의 R&D에 드는 경상비용에 적용되는 제도이고,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설비를 확장하거나 대체하는 투자에 적용된다. 또한 세계최고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대상 산업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서, 일부 산업에만 국한되는 경우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혜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없다. 만약 기업들이 기존에 받았던 임시투자세액공제 규모만큼의 세액공제를 R&D 세액공제에서 받으려면 기존의 생산설비 투자계획을 신성장동력 산업과 원천기술 개발 관련 투자로 바꿔야만 한다. 물론 기업들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R&D 투자로 재원 배분을 무리하게 조정하지도 않겠지만 이는 심각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최저한세율의 인상은 실질적 세부담의 확대를 의미한다. 최저한세제는 기업이 여러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받은 후 내야할 세금이 일정수준에 미달할 경우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의 일부를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기업이 내야 할 세금의 최저수준을 정하는 제도이다. 2008년 세제개편으로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최대 3%포인트까지 인하했던 최저한세율을 과세표준이 100억 원 이상인 기업들에게는 세제개편 이전의 높은 세율을 다시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정부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높였다는 R&D 세액공제율의 실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현재 R&D 투자의 일부도 낮은 세율의 최저한세제에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R&D 세액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최저한세제도에 의해 세액공제를 다 받지 못하고 있는 일부 R&D 관련 투자를 최저한세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함께 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번 세제개편안은 민생 안정과 세수 확보를 위한 개편이지 기업부문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한 미래 도약을 위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skim67@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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