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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세제개편안의 평가


해마다 이맘때면 다음 해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2009년 세제개편안은 2010년의 세제가 어떻게 바뀌고 운영되는지를 알려주는 세제운영계획이라 할 수 있다. 매번 느끼지만 세제개편안은 어렵고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세금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개편하는 작업 역시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도 어려운데 일반 사람들은 더욱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본고에서는 2009년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정책적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세제개편안의 주요 방향


이번 세제개편안의 주요 방향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의 확대,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조력, 그리고 국가 재정건전성의 확보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서민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 방향은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친서민’ 정책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과 행정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정책들이 서민과 중산층을 앞세우고 있으니 조세정책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조세정책은 서민 친화적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본디 서민층은 세금부담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정책 변화를 통해 이를 낮추어 줄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조세당국은 뚜렷한 서민 친화적 정책이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세금납부의무의 소멸, 즉 세금탕감이 그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폐업한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에 500만원까지의 세금 납부의무를 소멸시켜 줄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건전한 경제활동주체로 재기할 수 있도록, 즉 패자부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의도가 있다. 이러한 정책 의도는 일견 매우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것으로 보인다.


세금탕감은 조세정책의 기강을 허문 것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정책이 자칫 크나큰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할 문제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납세의무라는 것은 법적 절차에 따라 ‘국가가 확정’한 것이다. “죽음과 세금처럼 확실한 것은 없다(In this world, nothing is sure but death and taxes–Benjamin Franklin)”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국가가 확정한 세금을 다시 국가가 소멸시켜준다는 것은 자칫 심각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납세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게 되면 성실한 납세자들이 받을 상대적 박탈감은 어찌할 것인가? 또한 “안 내고 버티면, 언젠가는 탕감해 주더라”라는 식의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이래서는 조세정책의 기강이 바로설 수가 없다. 차라리 납세의무를 이연해 주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당장은 내지 못해도 형편이 나아지면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법(사실 이것도 대단한 혜택이다)이 혜택과 부작용의 조화를 달성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정책은 법과 원칙을 정립하고 엄중히 집행해 나가야 하는 국가적 책무를 스스로 허문 것이라고 생각한다.


R&D투자 세액공제 정책은 바람직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분야의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신설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이만큼의 경제력을 갖추고 세계 유수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과거 1970~80년대에 미래를 내다본 투자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국가 간 경쟁의 심화로 또 다시 같은 고민을 해야 하는 우리 입장을 고려할 때, R&D투자 세액공제 정책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어차피 혜택을 줄 바에는 많은 기업들에게 조금씩 돌아가는 것보다는, 좀 더 잘할 수 있는 기업에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동기부여 차원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물론 이 경우에 당초 약속했던 법인세율 인하 방침은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가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부분적인 증세안들이 이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고소득 전문직의 세부담을 늘리는 것이나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를 강화하는 정책, 그리고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것들이 그것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는 것이 재정건전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재정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감세를 조세운영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하여 추진하여 왔다. 감세를 하면 단기적으로 재정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를 겪게 되면서 재정지출이 급증하게 되었다. 모든 경제주체가 위축되어 있으므로 국가라도 나서서 돈을 썼어야 했기 때문이다. 건전재정이란 정부의 지갑에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균형을 맞출 때 달성되는 것인데 들어오는 돈을 줄인 마당에(감세) 나가는 돈(재정지출 확대)까지 늘게 되니 적자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적자상태를 면하려면 들어오는 돈을 늘리거나 나가는 돈을 줄이거나 (또는 둘 다) 해야 하는데, 이것은 개인이나 국가나 쉽지 않은 일이다. 들어오는 돈을 늘리려면 전면적 증세정책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는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감세정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 되므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감세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부분적으로나마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서민 친화적 조세정책을 펴는 마당에 서민ㆍ중산층에게 세금부담을 지울 수는 없었을 것이므로 세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세금을 더 걷는 부분적 증세를 택한 것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러한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조세정책과 유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1)


‘대중영합적(Popularism) 세제개편’이라는 비판


이와 같은 친서민적 세제개편안을 두고 항간에는 ‘대중영합적(Popularism) 세제개편’라는 비판도 내리고 있다. 본디 세금이라는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적 성격, 즉 정부가 강제로 징수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금이 어느 특정대상에 대해 친(friendly)하다는 의미는 해당대상에 대한 세금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친한 대상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덜 친한 대상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세제개편안에서의 덜 친한 대상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된 셈이다.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우리나라 세금의 90%가량을 담당하는 계층이다. 그야말로 나라살림의 기둥인 것이다. 기왕에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정책을 추진할 바에는 이들이 보다 흔쾌한 마음으로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도록 이들의 마음도 어루만져 줄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이번 세제개편안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국가적 정책방향과 나라 살림살이 등 다양한 가치 가운데 정책당국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옳은 방향을 잡았으되, 구체적인 각론에서 아쉬움이 남는 개편이라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세제가 올해의 개편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년에는 보다 나은 개편안을 접해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상겸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iamskkim@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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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당시에 취약계층에 대한 세부담은 완화시켜주면서, 재정적자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고소득, 대기업자의 세부담을 증가시키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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