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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의 진정한 문제


가계 부채의 규모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로 크게 증가해왔다. 2002년 말 465조원이던 가계신용이 2016년 6월말 현재 1257조원까지 증가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2002년 말 61%에서 2015년 말에는 77%로 높아졌다. 가계 부채는, 그 규모만 보면, 오래 전에 위험 수위를 넘은 것 같다. 그러나 가계 부채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가계 부채와 금융 시스템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간은행의 신용수단 증가가 초래할 결과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간은행이 창출한 신용수단은 기업가와 소비자에게 배분된다. 신용수단의 증가가 기업가에 가는 경우에는 경기변동을 유발한다. 경기변동이란 기업가의 과오투자와 소비자의 과소비로 초래된 경기의 변동으로서 호황, 위기, 침체의 국면으로 이루어진 경제현상을 말한다. 경기변동은 필연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친다. 왜냐하면 경기변동은 경제 내의 모든 경제주체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정도는 증가된 신용수단이 얼마나 기업가에게 가는가에 달려있다. 미국 대공황 때 무수하게 많은 은행이 파산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은행의 신용수단 증가가 소비자에게 가는 경우에는 물가상승만 초래할 뿐이지 경기변동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에 금융 시스템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에게 대출된 신용은 그 신용으로 지출되는 재화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든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가계 부채는 대부분 담보부 대출이므로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담보를 처분하여 부채를 상환하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치지는 않는다.


현실은 어떤가?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로 기업들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 신용은 거의 필요하지 않았던 반면에 소비자 신용은 금리를 낮추면서 폭발적인 증가를 해왔다. 물론 예외적인 연도가 있었지만 지난 20년 동안의 큰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동안 기업 신용으로 인한 경기변동도 있었지만 더 두드러진 것은 가계 부채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가계 부채의 증대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가계 부채의 증대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먼저 앞에서 지적했듯이 가계 부채의 증대는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하고 있다. 물론 가계 부채를 규제하면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지난 수 십 년간 부동산 가격의 고점은 계속 높아져왔다. 가계 부채의 증대만이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가계 부채 증대의 두 번째 문제는 부채의 증대가 저축의 감소로 이어져 그 동안 축적한 자본을 소비하는 것, 즉 자본을 ‘까먹는다는’ 것이다. 저축을 통한 자본의 축적만이 경제성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자본을 까먹는 행위는 미래의 경제성장을 초래할 수단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이 가계 부채 증대로 인한 폐해의 장기적이고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가계 부채 증대의 세 번째 문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의해 유발 또는 파생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혼의 연기 또는 안하기, 출산율의 저하, 서울과 지방 간의 이동 어려움, 하우스 푸어와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것, 빈부 간 격차 확대와 갈등의 증폭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폐해를 구조화시키고 있다. 물론 앞에 나열한 폐해가 모두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통화공급의 증가에 의한 신용수단의 증대, 즉 가계 부채의 증대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신용수단의 증대는 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폐해를 초래하고, 그 폐해는 계량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그 폐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비할 수없이 크다. 그러면 가계 부채 증대의 원인은 무엇인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증가, 이자율의 정부 통제, 부분지급준비제도 등이 궁극적 원인이다. 다른 제도적 원인도 적지 않지만 생략한다.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의 증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의 증대로 인하여 발생하고 있는 ‘진정한’ 문제들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의 도구함인 경제이론서에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 ydjeon@daegu.ac.kr)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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