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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정책, 초심으로 돌아가자


최근 이명박 정부의 감세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며 말들이 많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며 감세정책과 세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했다. 특히 소득세와 법인세의 감세정책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여파로 세수는 예상대로 걷히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 쓸 일을 많이 벌여 놓았고, 앞으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싶은 일이 많다 보니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인하하려던 기존 계획을 유예해야 한다거나 술과 담배에 보다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등의 세수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적 경기침체가 시작되며, 많은 국가에서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빠르게 확산된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정책금리를 낮추고 침체된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고자 저금리 기조와 더불어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재정지출을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국가채무가 지난해 308조 원에서 2009년에 58조 원가량 늘어나 연말쯤에는 36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결과가 위기 국면을 단기간에 호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선택의 결과라고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여전히 감세 및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로서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초심이다. 정부는 다음의 논거에 의해 초심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먼저 지금 배고프다고 다음 농사에 쓰일 볍씨를 까먹어서는 안 된다. 보릿고개가 있던 오래전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하던 시절에도 다음 농사에 쓰일 볍씨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다음 농사에 쓰일 볍씨는 그 시절 우리 조상들의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의 밑천이었던 것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시도한 감세정책과 세출 구조조정은 그간 정부의 개입에 의해 왜곡된 부문을 바로잡아서 우리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안이다.


재정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세금을 더 부과하거나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다음 농사에 쓰일 볍씨에 손을 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다소 완화하기 위해 세금과 국가채무를 늘려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중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일본 정부는 90년대에 침체된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엄청난 국가채무를 유발하며 경기부양정책을 시행했으나 10년이 넘는 침체가 지속된 바 있다.


정부가 지출하는 모든 돈은 국민이 낸 세금이거나 앞으로 내야 할 세금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가난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와 투자는 위축될 것이다. 물론 정부의 지출로 경제에 보다 큰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면 재정지출 확대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을 보면 재정지출 확대에 의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감세정책의 효과보다 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1) 또한 정부가 이미 발표한 감세정책들을 시행하기도 전에 유예되거나 증세기조로 바꾼다면, 정부 정책은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는 향후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국가재정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해 세입 내 세출 원칙을 다소 완화하여 적용하는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2004년에 도입했다. 이 제도의 도입 이후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적자재정이 발생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5개년 계획 기간의 후반부에 달성될 것으로 발표된 균형재정은 다시 그 다음 5개년 계획 기간의 후반부로 해마다 연기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세수 부족으로 인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거나 유지하기 어렵다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재정지출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중단하거나 경제회복 이후로 미루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경제에 보다 큰 긍정적 효과를 줄 감세기조를 훼손하면서 정부의 지출을 확대하거나 유지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의 통화정책도 마찬가지다. 신용경색이 심각해지자 정책금리를 수차례에 걸쳐 2%까지 빠르게 인하했다. 이러한 통화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Rothbard는 경기변동의 근본 원인을 중앙은행의 통화량 확대에서 찾고 있다.2) 정책금리 인하로 통화량이 확대되면 낮은 이자율로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잘못된 신호를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보내게 되어 과잉투자와 과소비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 소비와 현재 소비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시간선호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미래 소비와 현재 소비에 대한 자원배분이 왜곡되어 수익성이 없는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저축의 유인을 약화시켜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황은 잘못된 통화정책에 의해 시장에 누적된 과오투자(mal-investment)와 과소비를 청산하는 과정으로서 건강한 시장경제로 되돌아가는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3) 또한 불황기에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구조조정이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 정책들에 의해 지연되거나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기업들이 시장에 남아있게 되고 소비가 축소되지 않아 부작용 없이 경제성장을 가져올 진정한 대부자금인 저축이 늘지 않게 되어 불황이 장기에 걸쳐 지속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다음 불황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Rothbard와 같은 오스트리아학파의 견해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이번 세계경제 위기도 정부의 정책 실패의 결과이지 자유시장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로 인해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정책의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었으나 아직까지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출구전략은 정부가 이번 국제금융위기를 대응하는 차원에서 취한 정책들을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논의가 대두된 것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위기 이전 수준 또는 자유시장에 보다 가까운 수준으로 축소하지 않으면 높은 수준의 물가인상과 같은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출구전략의 시행 시점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은 이번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세수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명박 정부의 초심과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출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계획했던 감세조치들을 유예하는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일이다. 또한 정부는 일부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등 저금리 기조의 문제점도 잘 인식하고 보다 근본적인 정책처방으로 본래의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흔들림 없는 감세기조를 유지하고,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만이라도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와 계획을 진행해야 한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hskim67@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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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학수(2007)와 허석균(2007)는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감세에 의한 경제성장효과가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 Rothbard는 Mises와 Hayek의 자유시장 경제이론의 전통을 이어가는 오스트리아학파의 경제학자로서 대표

적 저서로는 Man Economy State이 있으며 『인간 경제 국가』(전용덕ㆍ김이석 공역: 나남)로 번역되어 출

판되었다.

3) 이러한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이론으로 미국 대공황 이전의 경기변동부터 최근의 금융위기까지 일반인

들이 읽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는 Woods의 Meltdown(2009)가 있다. 이 책은 뉴욕타임즈 10주간 베스

트셀러이었으며 최근 『케인즈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이건식 역: 리더스북)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참고문헌>

Rothbard, N. M.(2001), 『인간 경제 국가』, 전용덕ㆍ김이석(역)(서울: 나남출판사, 2006)

Woods Jr., T. E.(2009), 『케인즈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이건식 역)(서울: 리더스북, 2009)

김학수(2007), 『KERI 2007 장기 거시경제모형과 전망결과』, 연구보고서, 한국경제연구원

허석균(2007), 『우리나라 재정정책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 한국개발연구, 제29권 제2호, 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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