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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책임과 사후적 고찰 편향


콜럼버스의 달걀


이탈리아의 탐험가인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가 신대륙을 발견한 일을 두고 당시 많은 사람들은 서쪽으로 계속 항해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폄하하였다. 어느 모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콜럼버스에게 들으라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자, 콜럼버스는 그들에게 다가가 “달걀을 세워보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둥근 달걀을 어떻게 세우느냐”고 반문하며 웅성거렸고, 콜럼버스는 그 자리에서 달걀 밑둥을 깨고 그 달걀을 세웠다. 또 사람들은 “그렇게 세우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당신은 그 일을 하지 못했다. 당신들은 서쪽 대양의 끝을 더 이상 항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 이상이 있다고 믿었다. 무엇이든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라고 했다.


경영자의 고뇌


경영자들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그럴듯한 말이지만 매우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콜럼버스가 만일 서쪽으로 항해하다가 정말 그 끝이 절벽이었다면 콜럼버스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경영자들도 만일 형성되지 않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투자하다가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자신의 임기가 끝나버리면 자신은 전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잘못된 경영판단을 하였다고 비난받을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로 최근 IT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LED와 OLED 사업을 초기부터 관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경영판단이 경영자의 관점에서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이며,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는지를 안다. LED는 삼성에서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 분사(Spinoff)시킨 사업이었고, 지금은 중요한 인터페이스 장치 중의 하나인 터치패드(touch pad)도 상당기간 사업화에 난항을 겪으면서 한 연구소의 연구과제 수준으로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후적 고찰 편향


그런데 사람들은 콜럼버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이 이룬 것에 대해서 이미 성공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사후적으로 살펴보고는 별일이 아닌 양 말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성향을 사후적 고찰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그것이 뭐 대단해”라는 말 한 마디에 성공한 사람들은 좌절할 수도 있다. 반대로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경우에도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했으면 실패하지 않았을 텐데… 멍청하긴”이라고 말한다. 본인들에게 판단하라고 했을 때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영책임과 사후적 고찰 편향


경영자들의 경영책임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사후적인 판단이다.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시간을 되돌려 당시의 시점에서 경영책임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후적 고찰 편향은 매우 주의해야 할 점이다. 실패한 사업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최선의 경로를 정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으면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 자칫 법적 책임이 결과책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경영자에게 주관적 귀책이 없는 경우에도 결과책임을 부담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렇게 되면 책임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경영자들이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도 있는 사업을 사전적으로 회피하는 극도의 위험기피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적정하게 인수되어야 할 위험총량보다 적은 위험만이 취해지고 사업가 정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창의는 단순한 구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기반시스템으로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제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경영자의 범법 행위는 반드시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경영자의 혁신적인 활동은 역시 지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는 역동적인 혁신조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콜럼버스의 창의를 사후적 고찰 편향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이 결과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최승재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변호사, lawntec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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