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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제한하는 방송규제, 없애야 한다


얼마 전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참여 허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소위 ‘미디어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였다. 방송사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확대하면서도 여론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안전장치도 나름대로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송사업자들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이나 경쟁을 억제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제한하는 복잡한 규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지상파방송이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ystem Operator, SO)는 매출액이 전체방송사 매출액의 33%를 초과해서는 안 되며 KBSㆍMBC 같은 공영방송은 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SO는 그 가입자수가 전체가구수의 1/3을 초과하면 안 되며, 현재 77개인 SO 사업구역의 1/3 범위 내의 구역에서만 SO 영업을 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공급사업자(Program Provider, PP)수의 1/5까지만 PP를 겸영할 수 있다. SO나 Skylife 같은 위성방송사업자는 TV 방송채널이 70개 이상이어야 하고 특정 PP에 임대할 수 있는 채널은 전체채널수의 20% 이내이다. PP는 SO 사업구역의 1/3 범위 내의 구역에서만 SO를 겸영할 수 있고, KT나 데이콤 같은 전송망사업자(Network Operator, NO)는 전체 SO 사업구역의 1/10 범위 내에서만 SO를 겸영할 수 있으며, 위성방송사업자는 1개의 다른 위성 방송사업에 33%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외주제작 프로그램 비율이 일정비율(예를 들어 KBS1은 34%) 이상이어야 한다. 또 지상파ㆍSOㆍPP 등 방송사업자들은 3년에 한 번씩 방송통신위원회의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규제들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로, 방송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이나 경쟁을 제한하여 방송사업자의 경영효율성 및 경쟁력제고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산업은 IPTV, DMB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 신문ㆍ인터넷 등 이종 매체와의 경쟁, 방송시장 개방,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등 매우 큰 변화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사전적이고 차별적인 ‘칸막이‘식 규제는 방송사업자가 시장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고 기술혁신과 경영효율성 제고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둘째로, 이런 규제들은 시장에서의 승자를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사전적으로 정한다는 점에서 ’반(反)시장적’인 것이다. 방송 사업자가 매출액이나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 인접 방송시장에 어느 정도 진출할 것인지, 외주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은 시장에서 소비자나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거나 방송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사전에 일률적으로 정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셋째로, 이런 과도한 사전 규제들은 방송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의 정신에도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사업에 대한 3년 단위의 재허가는 방송사업 경영을 위해서 막대한 시설 및 인력 투자가 필요한 점과 재허가 과정에서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될 소지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의 자유롭고 안정적인 경영을 저해하고 방송의 독립성에도 위협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에서 지상파사업자의 허가기간은 10년이고 SO는 5년이며,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10년 또는 5년씩 연장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규제들은 ‘여론의 다양성 확보’라는 방송의 공익적 성격과는 관계가 없거나 매우 낮다는 것이다. 방송법에는 여론형성에 영향이 있는 지상파나 종합편성ㆍ보도전문PP에 대한 진입제한, 종합편성ㆍ보도전문 채널, 국회방송과 같은 공공채널, 종교채널, 지역채널의 의무송출, 오락이나 외국 프로그램의 편성제한 등 여론의 다양성 보장을 위한 장치가 이미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위의 규제들은 정당화되기 어려운 것 들이다.

따라서 이런 복잡한 사전 규제들은 폐지되거나 대폭 완화되고 단순화되어야 한다. 또 방송사업의 재허가 기간은 선진국 수준으로 연장되어야 한다. 정부는 사업자들이 담합을 하거나 지배력을 남용하는 지를 사후적으로 경쟁정책적 차원에서 감시하고, M&A를 통해 지배력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방송사업자들은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청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고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절감과 기술혁신도 하고 해외 진출도 모색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방송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병배 (전 공정위 부위원장, 현 미국 Wilson Sonsini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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