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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회복,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보자


지난해 국제금융위기의 시작과 함께 전 세계 노동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2007년엔 28만2천 명, 2008년에도 14만4천 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가 2009년 9월까지 평균 9만4천 명이나 감소해 고용사정이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3.2%에 머물던 실업률은 2009년 1~9월 평균 3.8%까지 치솟았고 지난 3월에는 4.0%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실업자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지난 6월에는 96만 명에 이르러 100만 명 실업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2008년 평균 실업자 수가 약 76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실업자가 무려 25%나 증가한 셈이니 노동시장 사정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실감할 수 있겠다(<표 1> 참조).


<표 1> 2009년 노동시장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7년 162만 개나 늘었던 일자리가 2008년 69만 개 감소하더니 2009년에는 1~9월 평균 539만 개나 감소했다. 그 결과 2008년 890만 명이었던 실업자는 1년 사이에 60% 가까이 증가하여 지난 9월에는 1,454만 명을 기록했고, 2008년 5.8%이던 실업률 역시 지난 9월 9.5%를 기록했다. 1948년 이후 장기시계열 자료를 살펴보면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1982년 말 실업률이 11%에 달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현재 실업률은 전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계상 미국에 비해 실업률이 낮고 빠른 경기회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9월 취업자 수가 7만1천 명 증가하여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고용사정 역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낮고 취업자 수가 증가한 이면에 상당한 착시현상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에는 착시현상이 있어

우선 우리나라 실업자들은 노동시장에 남아서 구직활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낮기 때문에 실업률에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실업자가 증가해도 이들 중 일부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되어 통계상 실업자의 증가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통계상의 실업률이 체감 실업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8년 평균 11만9천 명에 달하던 구직단념자가 2009년에는 약 16만2천 명으로 증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2009년 약 44만 명 증가하여 2008년 30만 명 증가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도 실업률에 착시현상이 있음을 보여준다(<표 1> 참조). 따라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체감 상황은 9월의 실업률 3.4%가 의미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실업률 통계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노동력저활용지표인데, 이 지표는 실질적 실업자로 간주될 수 있는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사유 없이 쉬는 사람, 그리고 주당 18시간미만 근로자 중에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 모두를 실업자로 간주한다. 9월 기준 노동력저활용지표는 공식 실업률의 약 3배에 달하는 11.8%이다. 즉 몸으로 느끼는 고용사정은 통계상 실업률보다 훨씬 심각하며 노동시장의 회복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민간의 경제회복은 아직 미지수

또 다른 점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인해 고용사정에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일자리 정책을 취해 왔다. 특히 취약계층 및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통해 약 2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서도 약 2만2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일자리 나누기’가 없었다면 사라졌을 일자리를 지킨 것까지 감안하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이번 위기에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선방하고 있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하면 정부의 역할 때문에 우리나라 고용사정이 회복된 것으로 과대평가될 수 있다고 하겠다.

정부의 역할을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 민간부문의 고용창출 능력은 아직 회복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1>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2008년 1월을 100으로 했을 경우 9월 현재 100.5를 기록하여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반면 미국은 94.8에 불과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의 취업자 수가 108.8을 기록하며 전체 고용회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부문의 고용을 제외한 민간부문의 고용만 보면 아직 96.6에 머물며 미국과 큰 차이 없이 여전히 어려운 시기임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한ㆍ미 고용회복세 비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착시현상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고용사정은 여전히 극심한 침체상황에 처해 있다. 게다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내년에는 올해처럼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을 실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고용사정에 대해 보다 냉철한 진단을 하고 그 진단을 근거로 민간부문의 고용창출 능력 회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conby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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