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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공공부문의 개혁을 통하여 침체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고, 출범 초에 이와 관련된 올바른 정책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개혁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올바른 공론의 장에서 토론되기도 전에 엉뚱한 정치적 이유에 의해 좌초되고 말았다. 지금에 와서 보니 공기업의 개혁이나 민영화를 더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동력도 잃었고 더 이상 논의해 봐야 공감을 얻기도 힘든 것처럼 보인다.

경제문제를 결정하는 데는 경제적 효율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효율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사회적 가치나 정치적 조정과정을 거치기를 기대해야 하고 그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과 관련된 의제에 있어서는 정치적으로 휘두르는 힘의 논리가 경제적 효율성을 압도해 버리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우리나라에는 300여 개의 공공기관이 있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실로 막대하다. 공기업은 매우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에너지, 물, 주택 및 토지, 철도 및 도로, 공항과 항만 등과 같은 유틸리티나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독점기업의 비효율성이나 방만한 경영의 문제를 안고 있다.

공기업이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개발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한 점도 있다. 초기의 열악한 개발환경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유틸리티와 인프라의 건설이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민간경제의 역량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업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시장의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치적으로 혹은 이해관계의 충돌로 해결하는 나쁜 관행이 만연해 있다. 이의 조정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이미 막대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공기업 문제는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엉뚱한 투자를 하거나 민간경제를 위축시켜 미래의 건강한 산업발전에 중대한 장애가 된다. 또한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재정에 더욱 큰 짐이 되고 있다. 그렇잖아도 부족한 복지정책을 펼 수 있는 재원마저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여러 공기업들을 성공적으로 민영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 소유 기업이었던 대한항공이나 한국석유공사는 일찌감치 민영화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비교적 최근에도 포항제철은 포스코로, 한국통신은 KT로, 담배인삼공사는 KT&G로, 한국중공업은 두산중공업으로 민영화하였다. 이들은 모두 매우 성공적인 기업으로 재탄생하였으며,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애써 외면하고 경쟁과 민영화 추세를 역행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대하여 고민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공기업 개혁의 문제는 법과 원칙, 혹은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해석하고 접근하려고 해선 안 된다. 공기업 개혁은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마다 중요한 공약이 되곤 한다. 하지만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곧바로 정치적인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을 거쳐 정치적 타협의 카드로 전락하고 말게 된다.

공기업 개혁을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의해 집행되도록 하는 방법은 공공기관 구조 개혁의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다. 정치적인 스케줄과 무관하게 일정기간마다, 예를 들어 3년마다 공기업이 여전히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를 평가하자. 그래서 이유가 있다면 존치하고 아니라는 평가가 나면 즉각 민영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흔히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표현한다. 부당한 이익을 행사하는 제도도 이념적인 일로 포장하면 보호된다거나 정치적 순환 고리를 잘만 이용하고 공기업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여전히 ‘신의 직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공기업 개혁은 반드시 시장의 효율성 잣대로 평가해야만 한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hsonn@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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